“전문의 고용 확대, 필수의료 지원 현실화 이후”
PA로 전공의 수련기회 박탈? “사회 변화 요인 더 커”

진료지원인력인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미국이나 유럽식으로 엄격한 자격 제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의료계 내부에서 나왔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만 5,600명이 넘는 PA 간호사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무조건 반대만 하기보다는 관리체계를 갖춰 양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의료연구소 정재현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18일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제1회 바른의료연구소 토론 및 주제발표회에서 PA 문제 해결 대책으로 이같은 방안을 제안했다. 단, 현실적인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병원의 전문의 고용 확대 등이 시행된다면 PA 제도 양성화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대한의학회가 지난 2011년 발표한 ‘의사보조인력 실태조사 및 외국사례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미국과 영국, 독일처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인력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자격 및 보수교육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PA로 활동하려면 교육과정을 거친 뒤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2년마다 보수교육 100시간을 이수하고 6년마다 자격 갱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영국도 PA 국가자격시험제를 운영하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 정재현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18일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제1회 바른의료연구소 토론 및 주제발표회에서 PA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과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청년의사).
바른의료연구소 정재현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18일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제1회 바른의료연구소 토론 및 주제발표회에서 PA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과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청년의사).

정 실장은 그러나 PA 양성화를 추진하기 전 현실적인 필수의료 지원 대책과 병원의 전문의 고용 확대, 현실적인 전공의 수련교육 체계 수립, 상급종합병원 진료 기능 축소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외국에서 PA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도 의사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더라도 의료현장에서 일할 때 보면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라며 “전문의 고용 확대 등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PA를 양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대한병원협회가 병원이 왜 의사를 충분히 고용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얘기해야 한다”며 “수익이 부족해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PA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수가 인상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도 했다.

외과 전공의 2년차인 한재민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PA로 인해 전공의 수련 기회가 박탈되기보다는 교육자 의지에 따라 다르다고 지적하며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한 전 회장은 “진료지원인력을 양성화하면 전공의 수련 기회가 박탈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보다는 사회 변화 요인이 더 크다”며 “교수들은 책임지지 못할 행위는 하지 말라고 하고 사회 자체가 의료행위 주체를 문제 삼으면서 전공의가 직접 수술이나 시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회장은 “의학회가 제시한 방향(진료보조사 도입)이 더 현실적이라고 봐야 한다”며 “병원뿐 아니라 의원에서도 간호조무사 등에게 의료행위를 시키기도 한다. 이런 비도덕한 행위를 방관해 왔는데 내부적으로도 자성해야 한다”고 했다.

원자력병원 이해원 심장혈관흉부외과장은 “흉부외과에서 PA는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흉부외과 전문의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있다. 일례로 내시경 수술할 때 카메라를 잡고 있는 일을 꼭 전문의가 해야 하는가”라며 “스타치 아웃(Stich Out)도 꼭 전문의에게 시켜야 하나. 이런 일들은 수가를 더 준다고 해도 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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