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병원, 수술실 PA로 간호조무사·응급구조사 구인
병원응급구조사협회 "응급구조사 업무 진료보조 아냐"
간무협 "간무사에게 불법 업무 시키는 병원 책임 커"

병원 구인 사이트에는 'PA'로 근무할 간호사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를 채용한다는 공고가 흔하다(ⓒ청년의사).
병원 구인 사이트에는 'PA'로 근무할 간호사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를 채용한다는 공고가 흔하다(ⓒ청년의사).

진료지원인력을 의미하는 ‘PA(Physician Assistant)’라는 용어를 써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낸 삼성서울병원장이 의사회에 의해 고발되고 경찰에 입건까지 되면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PA 채용 공고는 흔했다. 대형병원뿐 아니라 중소병원과 의원도 PA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특히 소규모 병원이나 의원은 PA로 간호사뿐 아니라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까지 채용하고 있었다.

구인구직 플랫폼이나 병원 사이트에는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를 PA로 고용한다는 채용 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부적인 업무가 명확히 나오진 않았지만 PA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A종합병원은 ‘수술실 PA를 모집합니다’라는 공고를 통해 중앙수술센터에서 근무할 PA를 모집하고 있다. 지원 자격 조건에는 응급구조사 또는 간호조무사만 명시됐다.

B병원이 올린 ‘간호부 PA 응급구조사 모집 공고’에는 간호사를 포함한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가 대상이며 이들이 하는 주요 업무로 병동 환자 드레싱과 외래 보조 업무를 명시했다. 응급구조사는 응급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 내에서는 응급처치 업무에 종사해야 한다.

C종합병원은 외래와 비뇨기과 PA팀 인력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해당 공고는 이미 종료된 상태다.

세종시에 위치한 D의원은 지난 1월까지 '외래 및 수술실 PA(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채용' 공고를 진행했다. 외래 업무 지원과 수술실 PA를 모집하며, 간호학·응급구조학과 전공자와 간호조무사, 간호코디네이터를 우대한다고 했다.

서울 중소병원도 수술실 PA 근무 경력이 있는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 자격 소지자를 수술실 PA로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구인구직 플랫폼이나 병원 사이트에서는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를 PA로 고용한다는 병원의 채용 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사진: 채용 공고 사이트 캡쳐).
구인구직 플랫폼이나 병원 사이트에서는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를 PA로 고용한다는 병원의 채용 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사진: 채용 공고 사이트 캡쳐).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나 응급구조사를 PA로 채용하는 경우는 흔하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지방에 위치한 종합병원에서 PA 간호사로 근무하는 E씨는 “일부 지방병원에선 간호조무사나 응급구조사가 PA팀장을 맡기도 한다”며 “병원에서 오래 근무한 간호조무사나 응급구조사들이 그런 직책을 달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E씨는 “이들은 처방, 수술 스케줄을 내거나 환자에게 수술 동의서를 받는 일은 못 하지만 수술 준비를 돕거나 수술 후 봉합하는 과정에 관여하기도 한다”며 “지방에선 의사와 간호사를 고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 병원을 조사하면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이런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응급구조사와 간호조무사에게 법으로 정해진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시켜서는 안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응급구조사협회 산하 병원응급구조사협회 관계자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응급구조사의 정체성은 진료보조가 아닌 응급처치 업무”라며 “사용자 사정에 따라 응급실 외 다른 부서에서 진료 보조나 PA 업무를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의료기관 내 배치기준이 없으며 응급실 내에서 심전도 촬영이나 채혈조차 불가능한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응급실 내 업무범위나 배치 기준에 대해선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간무협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 PA 업무를 간호사들이 한다면 지방 중소병원과 의원에서는 간호사뿐 아니라 간호조무사에게 그런 업무를 넘기는 경우가 있다”며 “간호조무사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시키는 병원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안전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불법적인 무면허 의료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간호조무사를 채용할 때 불법이 아닌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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