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강원대병원, 국내 최초 ‘분만대기시설’ 운영
연구결과, 분만취약지 임신부 의료접근성 높여

강원도와 강원대병원은 분만병원이 없는 지역 임신부들을 위해 '분만대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강원도와 강원대병원은 분만병원이 없는 지역 임신부들을 위해 '분만대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의료접근성이 높지만 그렇지 못한 분야도 있다. 분만 분야가 그렇다. 분만 진료를 하는 의사도, 병원도 줄면서 ‘분만취약지’로 불리는 지역도 늘고 있다. 의사들이 위험 부담이 큰 분만 분야를 기피해서만도 아니다. 분만 진료를 위해 유지해야 하는 인력과 시설·장비는 많은데 저출산으로 분만 건수 자체가 줄었다. 분만취약지에 산부인과를 개설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강원도에서 운영 중인 ‘분만대기시설’이 분만취약지 문제 해결 대안으로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원도는 지난 2018년 8월부터 강원대병원과 함께 분만취약지 임신부를 위한 분만대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초다. 출산 예정일 3주 전부터 분만대기시설인 ‘안심스테이’에 머물며 강원대병원 의료진과 원격으로 상담할 수 있다. ‘안심택시’ 등 이송시스템도 갖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분만대기시설을 산과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사용되는 주거시설로 정의한다. 분만병원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임신부가 임신 말기부터 출산할 때까지 머무는 시설로 조산사나 산부인과 전문의와 연계돼 있다. 이같은 분만대기시설은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저소득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도 산부인과병원이 부족했던 20세기 초 도입, 운영됐다. 한국에서는 강원도가 강원대병원과 함께 처음으로 도입했다.

강원대병원은 분만대기시설 운영이 분만취약지 임산부의 의료접근성을 개선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강원대병원 산부인과 황종윤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8년 8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분만대기시설 이용을 신청했던 임산부 170명을 대상으로 산부인과병원 접근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했다. 분만대기시설 이용 신청 임산부 170명 중 64명이 시설을 이용했으며 106명은 이용하지 않았다.

출처: JKMS 'A Maternity Waiting Home Is an Alternative Approach for the Accessibility of Pregnant Women in an Obstetrically Underserved Area of Korea'
출처: JKMS 'A Maternity Waiting Home Is an Alternative Approach for the Accessibility of Pregnant Women in an Obstetrically Underserved Area of Korea'

연구결과, 강원도 분만취약지 임신부들은 분만병원까지 평균 56.4km를 이동한다. 이동 시간만 63.4분이다. 하지만 분만대기시설을 이용한 임신부들은 분만병원까지 평균 2.7km만 이동하면 됐으며 시간도 10.7분 걸렸다. 거리는 평균 55.6km 가까웠고 이동시간은 54.1분 단축됐다. 시설 이용자는 평균 18.5일 머물렀다.

분만대기시설 이용자는 임신 기간이 평균 38.9주로 비이용자(38.3주)에 비해 유의미하게 더 길었고 신생아 체중도 평균 3.3kg으로 더 무거웠다(비이용자 신생아 3.1kg). 임신 37주 미만인 조산 비율은 분만대기시설 이용자가 더 낮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재왕절개 비율은 시설 이용자가 47.5%로 비이용자(44.6%)보다 높았다.

분만대기시설 이용자는 시설 장점으로 ‘심리적 안정’(34.4%)과 ‘응급 시 즉각적인 병원 방문’(28.1%)을 꼽았다. 단점으로는 ‘보호자 부재’(34.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연구진은 “분만대기시설은 분만취약지 임산부들에게 분만병원까지 접근성을 개선했다. 그 결과 비이용자에 비해서 임신 기간이 연장됐고, 신생아 체중도 더 많이 나갔다”며 “분만대기시설 운영은 단기간에 분만병원 설립이 어려운 취약지에서 임산부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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