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일로 의사면허 박탈될 수 있는 현실…법 개정돼야”

고흥윤호21병원 이윤호 원장은 지난 29일 ‘중소병원의 포지셔닝과 지역의료 살리기’를 주제로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대한병원장협의회 2023 추계학술대회’에서 어려운 지방 중소병원의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청년의사).
고흥윤호21병원 이윤호 원장은 지난 29일 ‘중소병원의 포지셔닝과 지역의료 살리기’를 주제로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대한병원장협의회 2023 추계학술대회’에서 어려운 지방 중소병원의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청년의사).

고질적인 의료인력 구인난에 더해 지역 인구 수 감소로 환자는 점점 줄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들로부터 날아든 소송으로 인한 법정 다툼도 부담이다. 위기 때마다 구조조정으로 버티고 있지만 뾰족한 답도 없다.

고흥윤호21병원 이윤호 원장은 지난 29일 ‘중소병원의 포지셔닝과 지역의료 살리기’를 주제로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대한병원장협의회 2023 추계학술대회’에서 지방 중소병원의 현실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이 원장은 “지난 2004년 개원 당시 고흥 인구수가 10만명이었는데 지금은 6만명 정도로 줄었다. 당시 직원 수가 72명으로 간호사만 21명이 됐다. 간호사 5~10명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실시하면 20여명 정도가 지원했던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2010년부터 간호사 수급이 정말 어려워졌다. 이 시기부터 간호사 채용면접을 보면 5명 정도 오다가 지금은 면접 자체가 사라졌다. 지금은 무조건 상시채용이다. (병원에) 오겠다면 무조건 채용한다”고 했다.

고흥윤호21병원은 지난 2008년 종합병원으로 승격하면서 내과,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진단검사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신경외과 등 8개 진료과를 운영했다. 병상 수도 기존 128개에서 155개로 늘렸다.

인력도 더 많이 채용했다. 의사도 8명에서 10명으로 2명 늘었고, 간호사도 21명에서 27명으로 6명 증가했다. 응급구조사도 7명을 신규 채용했으며, 간호조무사 15명에 진료지원 인력도 44명에 달했다.

5년 후인 2013년에는 소아청소년과와 가정의학과를 추가해 10개 과를 운영하며 의사는 2명 더 채용했지만 간호인력 구인난에 간호사는 27명에서 16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그 사이 간호조무사는 20명, 응급구조사는 18명, 진료지원 인력은 40명이 됐다.

하지만 2019년 3월부터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일반병원으로 변경하면서 내과, 정형외과, 가정의학과, 영상의학과 4개 진료과로 축소하면서 병상수도 155개에서 138개로 줄였다. 인력도 기존 106명에서 83명으로 감소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20년 7월 원인불상의 병원 화재 사고로 1층이 전소됐고, 이로 인해 4명이 사망, 82명이 부상을 입었다. 3개월 뒤인 10월 리모델링 공사 후 재개원할 수 있었지만 화재사고로 인한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원장은 “병원 운영이 어려워 2019년 일반병원으로 변경하고 진료과를 모두 정리했다. 그러던 중 병원 화재로 1층이 전소됐다. 10분 사이 불길이 번졌는데 연기에 의해 사망, 부상이 발생했고 이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범죄 구분 없이 금고형 이상만 선고받으면 의료인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면허취소법이 11월 시행되는데 이런 뜻하지 않은 일로도 면허가 박탈될 수 있다”며 “의료 관련 중대사고에 대해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화재사고로 아직까지 진행되는 소송만 4건이다. 부상으로 여전히 치료 받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공단에 청구한 구상금이 처음 10억원에서 12억원까지 늘었다”며 “11월 1차 변론이 나올 예정으로 준비 중”이라고도 했다.

이 원장은 지방 중소병원으로 살아남은 노하우도 공개했다.

이 원장은 “지방 중소병원으로 살아남으려면 내가 잘 하는 것만 해야 한다. 내실 없이 규모만 키워선 안 된다. 병실을 줄이고 인건비 등이 감소하니 매출이 늘었다”며 “특히 정부 정책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따라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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