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전임 회장단 15인 입장문 발표
"정부의 의사 노동 저평가가 이번 사태 원인"
의사 노조 설립, 사법 부담 해소 등 촉구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임원들이 29일 '전공의와 정부에 드리는 글'을 발표하며 정부에 의사 (ⓒ청년의사).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임원들이 29일 '전공의와 정부에 드리는 글'을 발표하며 정부에 의사 (ⓒ청년의사).

전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들이 후배 전공의들에게 선배로서의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의사의 저평가된 노동 가치에 대한 합당한 평가를 위한 '의사 노동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에는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는 진정한 '의료 개혁'을 이뤄달라고 촉구했다.

전임 대전협 회장들은 29일 '전공의와 정부에 드리는 글'이란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해당 글에는 대전협 4기 류효섭 전 회장, 6기 서정성 전 수석대표, 6기 최창민 전 공동대표, 7기 임동권 전 회장, 8기 김대성 전 회장, 9기 이혁 전 회장, 10기 이학승 전 회장, 12기 정승진 전 회장, 13기 이원용 전 회장, 16기 경문배 전 회장, 18·19기 송명제 전 회장, 22기 이승우 전 회장, 23기 박지현 전 회장, 24기 한재민 전 회장, 25기 여한솔 전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지난 대전협 회장을 역임하며 모순투성이 수련병원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개선되지 못했다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과거와 현재의 전공의에게 미안함과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정부는 여러분이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의대 증원이 암울한 현실을 개선할 수 없음을 안다"고 토로했다.

이번 전공의 단체사직의 원인이 정부가 그동안 전공의의 노동 가치를 저평가해왔기 때문이었다고도 했다.

이들은 "정부는 여러분의 노동 가치를 저평가 상태로 있게 했고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기전을 법률로 제한했다"며 "정상적인 노동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은 까닭에 여러분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화폐로 환산해도 여러분의 높은 가치는 부지불식간에 휘발됐다. 명예와 같은 무형의 재산이 축적될 수 있으나 의사에 대한 여론을 볼 때 이미 그 가치는 소멸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의사들이 노동에 대한 가치를 합당한 가치를 보장받으려면 의사 노동조합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사법적 위험 부담 해소와 적절한 보상 등으로 의사들이 병원 밖을 나서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들은 "의사 노동자로서 노동 3권의 보장과 개별 단위 의료기관에서 교육부 인가 교원을 제외한 모든 의사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조 설립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의사노동정책과 신설을 주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말하는 수가 인상은 병원에 대한 보상이지 '온 몸과 영혼을 갈아 넣는다'고 표현된 의사 노동자에 대한 보상은 아니다"라며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사법 리스크 해소와 함께 적절한 보상을 현실화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의료제도 개선이 진정한 개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다음은 대전협 전임 회장들이 발표한 입장문 전문.

전공의와 정부에게 드리는 글

먼저 지난 전공의협의회장을 역임하며 모순투성이 수련병원 시스템을 개 선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하기는 했으나 결과적으로 획기적인 개선이 되 지 못했다는 작금의 현실 앞에 이를 개선하라고 우리에게 한 표 한 표 행사하신 여러 과거 전공의와 현재 전공의에게 미안함과 사죄의 마음을 먼저 전해 드립니다.

왜 여러분은 여러분의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 지나치게 과도한 근무조건과 이를 보상해 주지 못하는 임금, 통계적으로 누군가는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민형사적 위험성, 그리고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미래 에 대한 희망일 것입니다.

정부는 여러분이 꿈을 가지고 입사한 여러분의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유가 총 의사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서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의대 정원 증원이 이런 우리의 암울한 현실을 개선시킬 수 없음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입니다. 모든 국민은 헌법상 부여된 기본권을 누릴 권리가 있고, 모든 노동자는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분이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 3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조차 없다고 말합니다.

건강을 증진하고 생명을 되살리는 일이 고귀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개인의 자유의사를 넘어서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로서 여러분 의 자유의사가 일부에 의해 비윤리적이라고 비난을 받을 지라도 자유민 주주의 관점에서 볼 때 합목적적인 행동임은 부인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정부가 조성해 온 환경 속에서 맞은 파경이라고 봅 니다. 정부는 여러분의 노동 가치를 저평가 상태로 있도록 하였고, 저평 가의 정상화를 위한 기전을 법률로써 제한해 왔습니다. 여러분의 정당한 노동 가치는 어느 정도로 추산될 수 있을까요? 정상적인 노동 시장 원리 가 작동하지 않은 까닭에 여러분의 가치를 평가하기란 상상하기조차 어 렵습니다.

뉴스에서 보듯 대한민국 의료는 전공의의 노동으로 유지되고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떠한 이유에서든 재계약을 하 게 된다면 여러분이 제공하는 노동에 합당한 가치를 보장받아야 할 것입 니다. 그리고 보장받은 가치를 유지하며 더욱 개선할 수밖에 없게끔 하 게 하는 여러 제도적 보완책을 함께 보장받아야 할 것입니다.

우선 의사 노동자로서 반드시 보장받아야 하는 노동3권의 보장과 함께 단위 개별 단위 의료기관에서 교육부 인가 교원을 제외한 모든 의사 노 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조 설립과 노조 전임자 임용 강제화를 보장받아 야 하고, 정부 정책에서 여러분의 주장이 우선 반영될 수 있도록 의사노 동정책과 신설을 주장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 측에 요구합니다. 현행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에서 의사 노동자에 대한 진정한 사측은 정부 측이라 봄이 타당합니다. 정부는 말 로만 국민의 생명권을 말하고 의사 노동자에게는 헌법상 가치에 반하는 명령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재정을 적재적 소로 즉시 투입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말하는 수가 인상은 병원에 대한 보상이지 온 몸과 영혼을 갈아 넣는다고 표현되는 의사 노동자에 대한 보상이 아닙니다. 의사 노동자가 노동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사법 리스크 해소와 함께 적절한 보상을 즉 시 그리고 지속적으로 현실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부가 말하는 의료제 도 개선이 말뿐이 아닌 진정한 개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24년 2월 29일

대한전공의협의회 4기회장 류효섭, 6기수석대표 서정성, 6기공동대표 최창민, 7기회장 임동권, 8기회장 김대성, 9기회장 이혁, 10기회장 이학승, 12기회장 정승진, 13기회장 이원용, 16기회장 경문배, 18,19기회장 송명제, 22기회장 이승우, 23기회장 박지현, 24기회장 한재민, 25기회장 여한솔 일동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