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구쏠림에 지역인재전형 선발 난항
박경혜 교수 “30% 채우기도 힘든 게 현실”
김희철 학장 “세종시로 청사 옮겨도 서울서 출퇴근”

연세원주의대 의학교육학과 박경혜 교수는 정부가 지역의료 인력 확보 방안으로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중을 늘리겠다고 권고했지만 "지역 내 인재들로만 채우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청년의사).
연세원주의대 의학교육학과 박경혜 교수는 정부가 지역의료 인력 확보 방안으로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중을 늘리겠다고 권고했지만 "지역 내 인재들로만 채우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청년의사).

정부가 지역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수도권 지방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중을 60% 수준으로 높일 것을 권고했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소멸 직전인 지방은 학생 선발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를 우선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학교육학회가 지난 23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개최한 ‘제40차 의학교육 학술대회’(KMEC 2024)에서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비수도권 의사 인력 확보 정책에 대해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연세원주의대 의학교육학과 박경혜 교수는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안에 지역 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안정적 지역 인력을 확보하겠다며 이런 (지역인재전형) 정책을 내놨다”며 “그런데 강원도 내 인재들로만 30%를 채우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후보 학생들이 끝번으로 갈 때까지 연락을 해도 못 채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누구든 수도권을 좋아한다. 잘 하면 수도권 가고 남은 학생들이 지방을 지원할 텐데 30%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모르겠다. 수능 커트라인을 상당히 낮춰야 가능할 것 같다”며 “정부는 획일적인 정책을 갖고 시행하면 (의사들이) 장기 말처럼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답답하다”고 했다.

지방 인구소멸로 지역인재전형 선발 대상 자체가 부족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으로 국한할 게 아니라 해당 의대 교육병원의 진료권 내 학생들로 범위를 넓힐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세원주의대 미생물학교실 최선주 교수도 “강원도 내 고등학생 수는 전국의 2%로도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의대는 4곳이 있다.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중을 60%까지 올리라고 하면 수능 최저 등급을 어디까지 낮춰야 할지 난감하다”며 “지금도 수능 정시로 들어온 학생들과 수능 점수만 보면 많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강원도에 국한해서 학생을 선발하는 게 어렵다. (원주세브란스병원은) 주변에 재천과 단양은 30분 거리에 있고 환자들도 그런 곳에서 온다”며 “지역 범위를 도에 한정하지 않고 비수도권의 경우 진료권에서 뽑을 수 있도록 대학에 재량권을 준다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인구쏠림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수도권 의사쏠림’이라는 프레임에 국한해 해결할 수는 없다도 나왔다.

계명의대 김희철 학장은 “의사들이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대부분 젊은 의사들은 지방에 남으려 하지 않는다. 교육이나 문화 인프라가 구축돼야 지방에 남는다”며 “지방은 수도권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 자녀를 둔 의사들은 결국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수도권 쏠림은) 의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국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세종시에 아무리 청사를 옮겨 놔도 가족들이 서울에 있어 결국 출퇴근 한다”며 “다양한 측면에서 인프라가 잘 구축돼야 한다.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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