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 지급 무산 “진료수익 급감해 긴축운영 불가피”
교수들 “병원 어려워지면서 연구 환경도 나빠져” 우려

연세의료원은 교수들에게 5월말로 예정된 2023년 논문업적수당 지급을 보류한다고 안내했다(ⓒ청년의사).
연세의료원은 교수들에게 5월말로 예정된 2023년 논문업적수당 지급을 보류한다고 안내했다(ⓒ청년의사).

의대 정원 증원 정책 파장이 의학 연구 위축으로 번지고 있다. 전공의 사직으로 진료가 줄고 경영 상태도 나빠진 대학병원들이 연구비 지원을 줄이기 시작했다. ‘빅5병원’ 중 한 곳인 세브란스병원이 속한 연세의료원도 그 중 하나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23일 소속 교수들에게 ‘2023년 논문업적수당’ 지급을 보류한다고 안내했다. 당초 논문업적수당은 이달 말 지급될 예정이었다. 연세의료원은 지급 보류 이유에 대해 “의료계 이슈 장기화로 진료수익이 급감해 긴축예산 운영이 불가피해서”라고 했다.

연세의료원은 연세대 연구업적시스템(YRI)에서 승인한 논문을 대상으로 평가해 논문업적수당을 지급한다. 평가 대상은 기초의학·임상의학·연구계열 교원·임상교수로 재직하면서 제1저자나 교신저자로 참여한 논문이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7일 교수들에게 2024년도 평가대상 논문을 사전 안내하면서 2023년 논문업적수당 이달 말 지급 예정이라고 했지만 보름여 만에 지급이 보류됐다.

연세의료원은 “향후 의료계 이슈 상황 해소와 업적수당 지급 방법 개선안 마련 후 다시 안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교수들은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다. 특히 이번 수당 지급 보류로 임상의학교실 교수들에 비해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는 기초의학교실 교수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했다.

기초의학교실 A교수는 “논문업적수당은 연구를 장려하는 수당으로 1년간 연구 업적에 비례해 지급한다. 대학병원이 어려워지면서 연구 환경도 나빠지는 상황을 보여준다”며 씁쓸해 했다.

B교수는 “기초의학교실 교수들은 논문업적수당으로 2,000만~4,00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원 측은 이 수당 지급을 무기한 연기했는데 결국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들린다”며 “조만간 월급을 못받을 수 있다는 말도 들린다”고 했다.

B교수는 긴축 경영을 위해 국제학술지에 투고하는 논문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했다.

그는 “IF(Impact Factor, 영향력 지수) 4~10 사이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낼 바에야 국내 학술지에 내라는 얘기도 나온다. (IF가) 더 높은 국제학술지에 게재될 것 같은 논문에만 투자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며 “해외 학술지에 투고하려면 심사비용으로 500만원 정도가 필요하지만 한국 저널은 60만~100만원 정도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C교수는 “임상의학교실 교수들보다 연봉이 적은 기초의학 교수들에게 의료원이 지급하는 유일한 인센티브가 논문업적수당”이라며 “연구를 열심히 하는 교수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 내에서는 “연세의료원이 저 정도면 다른 대학병원들은 상황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며 병원들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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