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불어민주당 경기 오산 국회의원 차지호 당선인
20년 후 달라진 의료 환경 빠진 ‘의대 정원 정책’ 비판
“政, ‘여소야대’ 뼈아픈 상황서도 강경 모드 납득 어려워”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상황이 두 달을 넘겼다. 정부는 부족한 지역·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를 의사 증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는 의사 수를 증원해야 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5호’로 경기 오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차지호 당선인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미래 정책’이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한 이유다. 의대 정원을 늘리기 전 미래 의료 환경 변화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려보는 과정이 빠졌다는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 말고도 의료 분야에서도 상용화 가능성이 커진 인공지능(AI)과 이에 따른 의료 시스템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당장 대학입시를 거친 의대생들이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전문의로 활동하게 되는 15년 후의 의료 환경은 지금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 당선인이 ‘미래’ 의제를 강조하는 데는 그간 그의 행보와도 연관이 깊다. 의사 출신이지만 차 당선인은 인도주의 활동가이면서 미래학자로 불린다. 의사가 되고 임상으로 가기보다 분쟁과 갈등으로 ‘병든 사회’로 인해 병든 사람들에 주목했고, 병든 사회를 낫게 만드는 인도주의적 가치를 실천하는데 주력해왔다.

차 당선인은 의정갈등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총선 이후에도 ‘불통’으로 일관하는 정부로 인한 갈등 자체가 사회에 ‘병리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차 당선인은 의정갈등이 남길 ‘후유증’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 차 당선인을 만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의정갈등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들었다.

경기 오산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당선인은 정부의 의대 정원 정책에 대해 '미래 정책'으로서 실패한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사진출처: 더불어민주당).
경기 오산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당선인은 정부의 의대 정원 정책에 대해 '미래 정책'으로서 실패한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사진출처: 더불어민주당).

- 의사이면서 인도주의 활동가, 미래학자로 불린다. 의사가 아닌 다른 삶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의대를 다니면서도 임상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의대 졸업 후 철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인문학을 공부했고, 프랑스 철학을 전공하려고 공부를 하다가 의사 면허를 취득하게 됐다. 우리가 가진 윤리가 일상과 일, 활동의 영역과 같아야 한다는 ‘에토스’(Ethos)를 갖고 있었고, 의사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가게 된 곳이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였다. 탈북자 진료를 하면서 이들의 몸과 마음의 고통이 몸 안에 있는 병리적인 원인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국가적 폭력, 난민 생활, 인신매매 등을 겪어 온 환자들을 보며 이들이 아픈 이유를 무너져 있는 사회로 진단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맨체스터대학에서 난민학과 인도주의학을, 미국 존스홉킨스에서 국제보건학을 전공하고 국경없는의사회,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활동해 왔다.

- 정치 입문은 또 다른 도전이다. 국회 도전을 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나.

의사 면허를 취득했던 때부터 정치는 하는 지금 순간에도 명확하다. 사회적 고통과 죽음을 줄이는 일이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기능을 잃으면 세상이 망가진다. 누군가는 더 아프고 아프지 않아도 될 사람들도 아프다. 다치지 않아도 될 사람이 다치기도 한다. 그동안 경험들을 생각하면 아픈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도 맥락은 동일하다. 임상에서 필수의료 하는 동료 의사들도 이와 동기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 인구구조 변화와 감염병 팬데믹 등 미래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 위기 대응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미래 위기 대응을 위한 의정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했다. 그러나 감염병 팬데믹과 극단적 기후 변화가 동시에 들이닥친 상황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팬데믹과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이민자 증가, 이와 연계된 분쟁과 갈등은 동시에 올 수 있다. 팬데믹만 해도 크게 흔들렸는데 다중 위기가 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크지 않다. 근시안적인 대안만 갖게 되는 부분이 크다. 이에 대해 역할을 해야 할 때다. 골든타임은 2030년이다. 그 때까지 정치적 합의와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기구들이 대한민국에 만들어지지 않으면 큰 피해를 얻게 되고 사람들이 죽거나 고통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카이스트에서 학자로 있을 때 AI나 디지털 기반 미래 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지, 공공성을 어떻게 강화시킬 수 있을지 연구에 집중하기도 했다.

- 2030년을 골든타임이라고 명시한 이유가 있나. 또 국회에서 다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실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을 수도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도 없다. 단지 피해가 더 격심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다. 단지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여러 장치들이 필요한데 2030년까지 필요 요건들을 갖추자는 의미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이민자 증가나 연금 문제는 이미 현실 문제가 됐다. 이것들을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전략과 안정된 예산을 꾸릴 수 있는 새로운 부처가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미래부’라고 부를 수 있는 부처가 하나 만들어지고 이런 이슈들을 중장기적인 호흡을 갖고 논의해 나갈 수 있는 상임위원회가 국회 내 꾸려져야 할 것 같다. 현재 세대 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대응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 의정갈등 상황도 심각하다. 민주당에서도 공론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와 의정갈등 해소 방안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미래학자로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미래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의대 정원이 늘어 후배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해 필수의료를 담당하려면 전임의 과정까지 13년 정도가 걸린다. 정부가 의도한 대로 필수의료가 메워지기까지 적어도 15~20년 공백이 생기는데 20년 후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이 어떻게 될 거라는 예측도 없이 공급을 늘려 수요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됐다.

의료 AI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15~20년 후 의료 AI이 상용화되는 시기를 지나 범 의료 AI 모델이 굉장히 다양한 부분들을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비용 효과적으로 모아진 재원들이 고도로 트레이닝 받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투입돼야 한다. 다른 하나는 의료 AI가 상용화되면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질환 발생률이 낮아질 수 있다. 이같은 미래 보건의료시스템에 대한 예측 없이 15~20년 뒤 효과를 갖게 되는 정책을 만들었다는 게 납득이 어렵다.

의대 정원 증원 찬반을 떠나 인도주의 활동을 했던 의사 입장에서 필수의료를 하는 동료 의사들만큼이나 필수의료의 갭을 줄여야 한다는데 공감을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 변화를 예측하지 않은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걱정스럽다. 보건의료 문제이기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호흡을 하는 미래 정책이 도입돼야 하는 부분들이 약해지고 있다는 입장에서 큰 걱정을 갖고 있다.

- 의정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논의 테이블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의정 모두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나 맨체스터대학에서 연구했던 영역들이 모두 ‘분쟁 지역’과 관련됐다. 갈등이 큰 지역들을 살펴보면 갈등이나 분쟁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갔을 때 부수적인 피해가 너무 큰 것 같다. 갈등으로 만들어진 부수적인 효과가 원래 가졌던 의도보다 훨씬 더 나쁘게 사회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인 것 같다. 오히려 필수의료에 대한 공백이 훨씬 커지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갈등이 남긴 후유증도 굉장할 것 같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 자체가 병리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정부가 ‘여소야대’의 뼈아픈 상황에서도 강경 모드로 간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 간다. 5월 의정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 제22대 국회 회기 동안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법률전문가나 인권활동가들이 정치권에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대에는 인도주의가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의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위기 시대에 사람을 먼저 놓고 생각하는 게 인도주의의 핵심적인 가치다. 이에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이들이 사회적 목소리를 갖고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