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강버들 교수
“환자 이해하려는 노력 수반돼야 최적의 치료”
'하이펙스 2024’서 ‘암이 아닌 환자를 바라보기’ 강연

여기 뛰어난 소통 능력으로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암 환자들 사이에서 ‘갓버들’로 불리는 의사가 있다. 바로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강버들 교수다.

강버들 교수는 지난 2022년 한 모바일 플랫폼이 전국 상급종합병원 소속 5870명 대상으로 진행한 환자 경험 우수 의사 조사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린 ‘환자 경험 우수 의사’이기도 하다. 환자 경험 평가는 '환자 중심 의료'의 핵심 지표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강버들 교수 (사진제공: 강버들 교수)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강버들 교수 (사진제공: 강버들 교수)

이러한 '갓버들'이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리는 ‘HiPex 2024(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4, 하이펙스 2024)’에서 ‘암이 아닌 환자를 바라보기’를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강연에 앞서 그의 경험과 노하우를 미리 들어봤다.

- 강의 주제인 '암이 아닌 환자를 바라본다'의 의미가 궁금하다. 병이 아닌 환자의 마음에 다가간다는 의미라고 해석은 되지만, 솔직히 잘 와닿지는 않다. 강의에 앞서 살짝 귀띔한다면.

종양내과 의사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어떤 암인지, 어떤 표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약이 가장 효과가 좋을지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지만, 암을 가진 환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최적의 치료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것 같다. 환자의 현재 심리상태는 어떤지, 가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는지, 부작용이 생겼을 때 도와줄 수 있는 가족이 있는지 등등 ‘암’만 보는 것이 아닌 ‘암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 같아서 강의 제목을 ‘암이 아닌 환자를 바라보기’로 정했다.

- '환자 경험 우수 의사'로 선정됐다는 건 수많은 환자들과 일상을 보냈다는 의미로도 생각된다. 그만큼 기억에 남는 환자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와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환자 경험 우수 의사로 선정됐을 때 상을 받아서 기쁘기보다는 나의 마음을 환자들이 이해해 주는 것 같아 기뻤다. 종양내과 의사는 암의 진단부터 임종에 이르는 여정을 함께 한다. 처음 진단받았을 때 슬픔, 고통, 두려움, 막막함부터 치료 과정 중 경과가 좋았을 때의 기쁨, 병이 악화됐을 때의 슬픔, 그리고 임종에 이르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가족 같은 친근함을 느끼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많은 환자들이 있지만 포항에서 올라와서 항암치료를 열심히 받았던 환자와 그 가족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온 가족이 똘똘 뭉쳐서 환자를 위해 노력해 중간중간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냈는데…. 너무나 아끼는 따님의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안타깝게도 임종을 맞았다. 꼭 따님 손을 잡고 신부 입장을 하기로 했었는데...그 소원을 못 들어 드려 너무 속상했었다. 한 달 뒤 이메일로 따님의 편지가 왔다. 행복한 미소의 예쁜 결혼식 사진과 함께 너무나 맑고 화창한 날씨에 아버지를 닮아 끼가 많은 조카의 춤으로 결혼식장이 웃음바다였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아버지가 함께 계심을 느껴서 울지 않고 씩씩하게 결혼식을 잘 치렀다는 편지였다.

- 반대로 환자에게 이렇게 했다면 좋았을 걸 하고 나중에 후회한 사례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환자 중 꼭 입원이 필요한 경우인데 매번 입원을 거부하고 본인이 인터넷에서 검색한 내용으로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요구해 마음이 힘들었다. 나중에 갑작스러운 상태 악화로 입원해서 상처 소독을 하면서 대화를 하다 보니 집에 본인보다 편찮은 시부모님이 계셔서 돌봐드려야 해서 입원을 못했었다고 한다. 어떻게든 입원을 안 하고 해결하려고 이것저것 찾아보고 노력했다는 말을 듣고 그동안 주치의 말을 안 듣는 문제 환자로 오해했던 게 너무 미안했었던 기억이 난다.

- 많은 의사들이 환자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또 머리로는 이해해도 실천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고도 한다. 후배 의사가 이처럼 환자와 유대 형성을 고민하며 교수님께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줄 것 같나.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겠지만 종양내과를 하는 후배에게는 내가 힘들다고 환자에게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말을 종종한다. 종양내과는 중증 환자 진료를 많이 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크고 항상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스트레스가 많다. 하지만 환자들은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우리를 만나는 것이고 우리의 한마디 한마디가 위로가 될 수도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 한 번 더 생각하고 말을 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환자들 중 좋게 말해 까다로운, 좀 나쁘게 말하면 '진상 환자'나 보호자도 만날텐데, 이들을 대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나 또한 어려운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날 때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기저에는 불안감이 큰 것 같다. 나에 대한 화가 아니라 본인의 불안감 때문에 그런 것이라, 그런 일들을 내 마음에 담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매번 녹음과 녹화까지 하며 취조하듯이 따져서 묻고,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꼬투리를 잡으며 뭐라 하는 이들도 실제로 있는데 그럴 때일수록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 마지막으로 '의사 강버들'에게 '환자'란 어떤 의미인가.

‘제 삶의 스승’이다. 암 환자들을 만나고 임종 과정을 경험하면서 갑작스럽게 맞는 좌절을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야 할지, 나는 내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말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가고 가족들에게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아직도 환자 면담하다가 아이가 잠든 다음에 퇴근하는 일상이 반복되어 미안하지만 일과 일상생활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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