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데의대 최석진 학장 “꿈에 그리던 미래 교육, 의대 증원에 물거품”
고려의대 이영미 교수 “의학교육 30년 경력도 풀 수 없는 의대 증원”
의대 교수 1000명 채용 “비현실적인 정책”…政, 규제완화로 돌파

지속되는 의·정 갈등에 의학계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미래 의학교육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는 지적이다(ⓒ청년의사). 
지속되는 의·정 갈등에 의학계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미래 의학교육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는 지적이다(ⓒ청년의사).

의·정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의학계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미래 의학교육과 수련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지만 의대 교수들은 의대생과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며 좌절감을 토해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지난 14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4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미래 의료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마련한 세션에서 의대 교수들은 이같이 말했다.

인제의대 최석진 학장은 “제대로 된 교육을 해서 제대로 된 의사를 만드는 게 삶의 목표였다”며 “이번 (의대 정원 증원 확대) 일을 겪으며 사실 큰 좌절감을 느꼈다. 미래 의학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면 앞이 안 보인다”고 했다.

최 학장은 “미래교육TF를 꾸려 빅데이터, VR, 비대면 의료 등을 준비하며 꿈에 그리던 교육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의대 정원 증원 발표에 갑자기 꿈꾸던 모든 일들이 사라지게 됐다. 미래 의학교육은 포기하고 있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최 학장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의무감을 갖고 인술을 베풀 수 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 미래 의학교육은 인성 교육에 힘을 줘야겠다는 생각도 절실하다”며 “강대강으로 서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빨리 빠져 나왔으면 한다”고도 했다.

고려의대 의학교육학교실 이영미 교수는 “의학교육을 30년을 했는데 정말 방법이 없다”며 “이 자리에 나오기도 싫었다. 현 사태 속에서 (미래 의학교육에 대해) 할 말이 없어 나오는 게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플로어에서는 국립의대를 중심으로 오는 2027년까지 전임교원 1,000명 증원을 추진하겠다는 정부를 향해 가능한 일이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의대 교수들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초의학교육 교수들을 조사했지만 지금도 MD 출신 기초의학교수 수는 굉장히 적다”며 “아무리 보건복지부에서 교수를 갑자기 뽑는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채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수로 임명된다 하더라도 견디지 못하고 나가는 이들도 많을 것”이라며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SCI 논문을 요구하는 곳도 많다. 의대 교수를 1,000명 채용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한 정책”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의대 교수 등용문을 넓혀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은 “교수 채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야별, 과목별 차이가 있어 어려움도 있겠지만 채용 방안 걸림돌 등 규제를 완화해 풀어 나가려고 한다”며 “부족하겠지만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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