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 분야 권위자인 국군대전병원 이국종 원장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뉴스1’에 따르면 이 원장는 지난 19일 대전국립중앙과학관에서 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열린 ‘명강연 콘서트’에 참석해 의대 정원 증원 등 정부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의사는 강의식이 아닌 선후배 간 일대일 도제식으로 교육하기에 함부로 많은 수를 양성할 수 없다”며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이 의사 양성 교육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의대생을 늘려봤자 필수의료과 전문의는 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30년 전과 비교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3배 늘었고 신생아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정작 부모들은 병원이 없어 ‘오픈런’을 한다”며 “그 많던 전문의가 어디로 갔겠나. 이런 상황에서 의대생을 200만명 늘린다고 해서 소청과를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아 사라질 것”이라며 “‘필수의료과 망한다’는 말은 내가 의대생이었던 30~40년 전부터 나왔다. 이는 정부 정책의 실패”라며 “현재 의료계는 벌집이 터졌고 전문의는 앞으로 배출되지 않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의료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원장은 “정권이 달라지면 의료정책도 달라진다. 지금 의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내가 전문의를 취득한 1999년에는 의사가 너무 많아 해외로 수출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는 미용으로 의료 관광을 육성한다더니 이제는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한국 필수의료는 초토화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응급실 뺑뺑이’로 대변되는 응급 의료 현실도 꼬집으며 저조한 닥터헬기 운용 실적을 지적했다.

이 원장은 “해외에서 한국 같은 응급실 뺑뺑이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미국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의사와 간호사가 대기하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을 20년 전부터 갖췄다”며 “일본은 연간 닥터헬기를 1,800번 띄운다면 한국은 미군 헬기까지 동원해도 출동 횟수가 300번이 안 된다. 이런 게 필수의료이고, 이런 시스템부터 다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 (의료계)가 몇 달째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