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9명 중 4명 보고 의무 조항 등에 반대 의견
국민 진료 정보 국가 통제 우려…제어 장치는 부재
"제도 건전성 대신 의료질 저하 야기할 가능성 커"

개정의료법에 대한 위헌 소송이 모두 합헌 결정됐지만 비급여 보고 의무화 위헌성에 대한 우려가 헌재 내에서도 나왔다(ⓒ청년의사)
개정의료법에 대한 위헌 소송이 모두 합헌 결정됐지만 비급여 보고 의무화 위헌성에 대한 우려가 헌재 내에서도 나왔다(ⓒ청년의사)

헌법재판소가 비급여 진료비용과 내역 보고를 의무화한 개정 의료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포괄 위임 금지 원칙과 과잉 금지 원칙에 반하고 의사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의료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23일 열린 위헌 확인 심판에서 헌재 재판관 9명 중 4명은 합헌 결정에 반대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이다. 진료 내역 보고를 의무화하면서 그 범위와 기준을 규정하지 않아 사실상 국가가 국민의 모든 진료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고 의무 조항은 환자의 광범위한 의료정보가 포함된 진료 내역을 보고 대상으로 규정하면서도 제공하는 진료 내역 범위가 어디까지고 환자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도 전혀 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고 대상인 비급여 항목이나 진료 내역에 관해 어떤 제한도 두지 않고 사실상 모든 국민의 비급여 진료 정보 일체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환자에게 의료정보 제공을 거부할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가기관이 급여와 비급여 정보를 통제할 권한이 생기지만 이를 제어할 장치는 부재한 점도 문제라고 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건전한 건강보험 운영과도 동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급여와 비급여 정보가 합쳐지면 국민 건강에 관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정보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개인의 모든 정보가 국가 권력의 감시·통제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가기관이 개인 정보를 수집할 때 그 적절한 이용 처리에 대한 감독이나 통제 장치는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했다.

따라서 "보고 의무 조항은 건강보험의 재정적 한계와 무관하게 사적 진료 계약 영역까지 국가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이는 건강보험제도의 건전한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의료 수준이 저하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한 복지부 고시 조항도 위헌적이라고 했다.

이들은 "상위 법령인 의료법 시행규칙 조항은 의료법 조항으로부터 현황 조사 분석과 결과 공개 범위를 위임받았지만 어떤 의료기관을 공개 대상으로 할지 전혀 정하지 않은 채 복지부 장관이 고시로 정하도록 했다"면서 "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을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재위임하는 것은 법률 위임 금지 법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료법 시행규칙 조항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났으므로 이에 근거한 고시 조항은 법률 근거 없이 기본권을 제한해 법률 유보 원칙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가격 경쟁 유도…진료비용만 공개하므로 '정확한 정보' 제공 아냐"

비급여 공개가 국민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의료기관 간 가격 경쟁을 부추겨 전체 의료질 저하를 불러온다는 의료계 우려도 수용했다.

이들은 "단순히 비용만 기준으로 삼으면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 제공보다 평균 비용에 맞추려는 노력을 우선한다"면서 "결국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는 가격 경쟁을 유도해 의료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저가 진료를 내세워 불필요한 시술을 하고 이익을 챙기는 불법 의료기관 성행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비급여 진료비용을 결정짓는 요소는 인력·시설·장비 등 다양하다. 그러나 오로지 진료비용만 공개하는 것을 정확한 정보 제공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법률 유보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의사인 청구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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