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페란 처방 기피 움직임…"큰 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이정용 내과의사회장 "처방·진료 위축, 필수의료 기피 심화"

최근 국립대병원인 제주대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에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맥페란 부작용에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한 판결로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진료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맥페란 부작용에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한 판결 후 개원가가 들썩이고 있다.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한 소송 시비를 피하기 위해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진료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창원지방법원은 최근 80대 파킨슨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액을 투여해 의식저하 혹은 상실, 발음 장애를 유발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맥페란이 중추신경계 도파민 수용체 차단 효과가 있어 약물 투여에 주의해야 함에도 A씨가 “어디 불편한 곳이 있는지” 물었을 뿐 피해자의 기왕력에 대해서는 질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판결 후 한 보건지소는 지난 11일 약품 처방 범위를 제한하겠다는 공고를 올렸다. 감기약, 무좀약, 스테로이드 연고, 전립선비대증 관련 약물 등 부작용 발생 시 보건지소에서 대처하기 어려운 의약품의 처방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대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지난 13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장발장이 빵 하나 훔쳤다고 무기징역 당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소송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맥페란을 처방할 의사는 없을 것이다. 이젠 구토 환자가 와도 큰 병원에서 검사받으라고 권유하고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용 회장에 따르면 구토가 심할 경우 식도 열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식도와 위 접합부가 찢어지면 피까지 토할 수 있다. 이처럼 지속적인 구토를 호소하는 환자에겐 맥페란을 처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단세트론도 있지만 비급여 약물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환자가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판결로 소송 위험을 감당하면서까지 맥페란을 처방할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의사 커뮤니티나 SNS를 보면 다들 이젠 맥페란은 처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의사들 입장에선 이런 판결에 바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부작용이 없는 약물이 없는 만큼 앞으론 방어적 진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재유 회장은 “이런 판결들이 나오면 결국 모든 약을 처방하지 못하게 된다”며 “1만분의 1로 나오는 약의 부작용으로 나머지 9,999명이 고통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용 회장도 “맥페란은 빙산의 일각이다. 앞으로 의사들은 소송 등을 우려해 방어적인 진료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처방과 진료가 위축되면 결국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판결에 정부가 좀 더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다.

이 회장은 “정부가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추진하는 만큼 이번 판결에 대해 ‘의사 진료권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유감의 멘트 정도는 남겼어야 했다”며 “복지부에서 의사 면허 취소 사유는 아니라는 입장만 나왔는데 ‘의사들은 면허 취소만 안 되면 상관 없는 것 아닌가’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지난 12일 A씨가 ‘업무상과실치사상’에 해당하므로 의료법 제65조에 따라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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