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불편한 곳 있느냐'는 물음만으론 문진 불충분"
2심 "처방 절대 금기 아니라도 부작용 위험은 사실"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를 투여했다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유죄 선고가 나온 판결이 논란을 일으켰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를 투여했다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유죄 선고가 나온 판결이 논란을 일으켰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를 투여했다 부작용으로 상해를 입혔다며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물은 법원 판결이 의료계 공분을 사고 있다. 청년의사는 최근 논란을 일으킨 2심 판결문과 처음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문을 입수해 그 내용을 살펴봤다.

지난해 2월 8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인 80대 환자 B씨는 지난 2021년 1월 11일 영양제 주사를 맞고자 거제시 소재 의원을 방문했다. B씨는 1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환자였다. 의사 A씨는 이날 오전 9시 30분경 문진을 마치고 맥페란 주사액 2ml를 투여했다. 그러나 B씨는 약 3시간 뒤인 이날 오후 12시 30분경 부작용 증세를 보였다.

검찰은 의사 A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환자에게 맥페란 부작용으로 "치료 기간을 알 수 없는 전신쇠약과 일시적 의식 상실, 발음장애와 파킨슨증 악화 등 상해를 입혔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의사는 내원 환자의 기왕력 등을 확인하고 환자 연령 등을 고려해 이상반응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사제 등을 처방해야 한다. 처방한 주사제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했다.

A씨가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한 맥페란은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이상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가 금지"된 약물이라고 했다. 고령 환자도 맥페란은 "신중한 투여가 권고된다"고 했다. 이를 살펴야 할 주의의무를 어겨 "기왕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파킨슨병 환자에게 막연히 맥페란을 투여하는 과실을 저질러 상해를 입혔다"고 봤다.

의사 측은 "문진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며 업무상 과실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설령 업무상 과실이 있다 해도 "환자가 입은 상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했다.

1심 "주의의무 다했으면 환자 피해 입지 않았을 것" 유죄 선고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의사 A씨가 파킨슨병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환자가 피해를 봤다면서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진료는 의사의 의학적 지식 우위가 전제된다. 의사는 환자로부터 진료에 필요한 사항을 적절히 끄집어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 사건 감정의가 "맥페란은 중추신경계 도파민 수용체 차단 효과가 있으므로 도파민 결핍인 파킨슨병 환자는 투약 시 운동이상이 더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밝힌 점을 인용해 A씨가 투약에 앞서 "환자에게 파킨슨병 등 맥페란을 투약해선 안 되는 기왕력이 있는지 명확히 확인했어야 한다"고 봤다.

A씨가 문진에서 "환자가 '속이 메스껍고 구토증 증상이 있다'고 이야기해 맥페란 주사를 처방했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디 불편한 곳이 있는지' 등의 질문은 현재 건강 상태에 관한 질문에 그칠 뿐이므로 기왕력 등을 확인하는 문진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환자가 진료협력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문진에서 "기왕력 등에 관한 질문을 전혀 받지 못한" 환자가 "먼저 기왕력 등을 의사에게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사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만일 맥페란 주사 전 환자에게 파킨슨병 투병 여부 등을 물었다면 "파킨슨병을 앓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고 "환자는 상해를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법정에서 환자가 파킨슨병을 앓는지 미리 알았다면 맥페란은 투여하지 않았을 거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에 따르면 맥페란 투약 당일 일어나는 의식저하나 상실, 발음장애 등은 해당 약물 이상 반응으로 볼 수 있다"며 "의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해 상해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환자 측이 엄벌을 원한 점도 고려했다. 다만 기저질환 때문에 환자 증상이 더 악화됐을 가능성은 참작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의사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서 "파킨슨병 맥페란 절대 금기 아냐" 주장했지만…원심 유지

지난달 30일 열린 이 사건 항소심 판결에서 창원지방법원 재판부는 원심에 이어 의사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상 유죄를 선고했다.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A씨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파킨슨병 환자의 맥페란 투여가 "절대 금기사항은 아니"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감정촉탁회신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의 구토를 반드시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면 맥페란을 단기간 사용하는 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장기간 주사나 경구 투약하면 증상이 악화하고 이상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며 단기간 처방 역시 증상 악화가 예상된다고도 했다"고 지적했다.

환자는 "맥페란 사용을 반드시 고려할 상황은 아니"었고 의사가 앞서 1심에서 파킨슨병 환자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처방하지 않았을 거라 진술한 점도 들었다.

그러면서 "의사 A씨는 전문의료인으로서 적절한 질문으로 환자의 기왕력과 상태를 파악하고 주사제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의사 A씨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한편 형이 가볍다는 검찰 측 항소도 기각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