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재정 등 이유 원안에서 '대상 연령' 대폭 수정

대한간학회와 질병관리청이 수년간 숙원해 온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 사업이 마침내 국가건강검진위원회의 판단을 받는다.

대한간학회(이하 '학회')에 따르면, 오는 3일 열리는 보건복지부 국가건강검진위원회(이하 검진위)에서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 안건이 상정돼 심사된다.

이번 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C형간염이 포함될 전망이다.

C형간염은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만성 간염으로 진행 후 간경변증, 간암 등 중증 간질환을 초래한다. 특히 간암은 사회경제적인 활동이 활발한 40∼50대에서 암종별 사망원인 1위로서, C형간염은 간암의 원인 질환에서 15%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2015년 대비 간염 발생률 80%, 사망률 65% 감소)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 인증기준을 제시했나, 현재 국내 바이러스 간염 지표들은 퇴치 목표와 상당한 차이를 보여 퇴치가 어려운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C형간염은 무증상 감염이 대부분(약 70~80%)으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지만, 경구용 치료제를 8~12주 투여할 경우 98~99% 완치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함으로써 중증 간질환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감염원을 제거해 C형간염 전파 확산을 막는 최선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현재 B형간염은 만 40세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 관리되고 있으나, C형간염에 대한 국가검진 체계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이에 학회는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과 공동으로 바이러스 간염 퇴치를 목표로 관련 정책 연구들을 진행해 왔으며, 주요 연구들로는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위한 연구- C형간염 환자 조기 발견 시범사업(2021년)',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C형간염 검진의 타당성 분석 연구 및 선별검진의 사후관리 방안(2022년)', '만성 C형간염 환자의 진단 당시 진행 단계(섬유화) 별 분포 조사 및 질병부담 모형 개발(2022년)', '바이러스 간염(B형, C형) 국가 표준 진료지침 개발(2022년)', '바이러스 간염(B형, C형) 퇴치 전략 개발(2022년)', '바이러스 간염(B형, C형) 환자 대상 관리 모델 개발 및 시범 적용(2023년)', '바이러스 간염(B형, C형) 관리 기본계획 성과 지표 및 감시체계 개선방안(2023년)' 등이 대표적이다.

학회는 이 연구들을 근거로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제시했으며, 질병청 역시 작년 '2023~2027년 제1차 바이러스 간염(B형, C형)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발표한 바 있다.

학회는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통해 감염자에 대한 조기진단과 치료를 시행할 경우 간경변증은 48%, 간암은 49%, 사망은 49% 감소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러 연구들을 통해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의 비용효과성이 입증됐으며, 이를 통해 WHO의 2030년 C형간염 퇴치 목표 달성과 퇴치 수준의 국가 C형간염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당초 질병청에서는 단기간 C형간염 퇴치에 중점을 두고, '40~65세'를 대상으로 국가검진에 포함해 전수 선별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이 단기간 과도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 및 검진 사후관리 부담 등을 초래한다고 판단해, 유병률이 높은 '단일 연령(56세)'으로 대상을 한정해 보건복지부 검진위에 올렸으며 이번 주 열리는 회의에서 이에 대한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학회는 "WHO 2030 바이러스 간염 퇴친 인증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러한 국가정책을 조속히 실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C형간염 퇴치를 위한 검진체계 마련은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내용이며, 제22대 총선 공약 사항에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 포함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C형간염 퇴치를 위해 C형간염 선별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은 정책 실행의 주요 전환점이 될 것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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