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내성 극복 연구 등 다양한 연구 결과 공개

국내 연구자들이 미국임상암학회 연례학술대회(이하 ASCO 2023)에서 면역항암제를 필두로 주요 암종 및 희귀암 치료 환경 개선에 기여할 다양한 치료 전략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회장 장대영)는 지난 2일(현지시간)부터 6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ASCO 2023에서 면역항암제 내성 극복 연구, 뇌전이 두개내 표적항암제 효능 등 국내 연구자들이 제1저자로 참여한 구연 및 포스터 총 139건의 발표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박숙련 교수가 ASCO 2023 임상과학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박숙련 교수가 ASCO 2023 임상과학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대변이식술 통해 면역항암제 내성 극복 가능성 확인

면역항암제는 다양한 암종에서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며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 내성이 발생한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법의 하나로 인체의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장내 미생물을 이용해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증대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숙련 교수는 ASCO 2023 임상과학 심포지엄(Clinical Science Symposium)에서 면역항암제에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인 환자의 대변을 면역항암제 내성 환자에게 이식한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총 13명의 고형암(간암, 위암, 식도암) 환자에게 대변을 이식한 결과, 1명의 암 크기가 매우 감소하고 5명의 암 크기가 안정화돼 대변이식술의 임상적 효과 및 항암 면역 활성화 효과가 확인됐다.

박숙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추후 고형암에서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면역항암제 내성 극복 가능성을 임상적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장내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항암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 다양한 병용으로 효능 입증

담도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환자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경향이 있어 항암제를 추가할 때 생존기간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는 수술이 불가한 국소 진행성 혹은 전이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항암치료에 '펨브롤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이 추가됐을 때 환자가 느끼는 삶의 질이 어떠한지 평가, 분석한 결과를 구두로 발표했다.

젬시타빈+시스플라틴+펨브롤리주맙 3제 요법과 젬시타빈+시스플라틴+위약을 비교한 3상 임상의 하위 분석 연구 결과, 펨브롤리주맙을 추가했을 때 환자가 느끼는 삶의 질은 위약군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창훈 교수는 “이번 분석을 통해 젬시타빈+시스플라틴+펨브롤리주맙 요법은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을 개선하는 효과와 함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고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펨브롤리주맙을 포함한 3제 요법이 담도암 환자의 1차 치료의 표준이 돼야 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유창훈 교수가 ASCO 2023에서 구두 발표를 하고 있다.
유창훈 교수가 ASCO 2023에서 구두 발표를 하고 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위암분과 위원장인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는 이번 ASCO 2023에서 HER2 음성, 진행성 및 전이성 위암의 1차 치료에서 세포독성항암제 2제 요법에 면역항암제인 펨브롤리주맙을 병용했을 때의 효과를 확인한 다기관, 다국적, 이중맹검, 3상 임상연구에서 PD-L1 발현에 따른 하위그룹 분석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했다.

분석 결과, PD-L1 복합양성점수(CPS)가 1 이상이거나 10 이상인 환자군 모두에서 펨브롤리주맙 병용군의 생존기간과 반응률이 향상됐다.

라선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의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치료법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며, “나아가 최대의 효과를 줄 수 있는 환자군을 선별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개발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 뇌전이 치료전략으로 부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는 1, 2세대 EGFR 표적치료제 사용 후 중추신경계 내 질병 진행을 경험한 환자를 대상으로 3세대 EGFR 표적치료제인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의 두개 내 효능을 평가한 다기관, 2상 임상연구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했다.

6개 기관에서 총 40명의 환자가 등록됐으며, 1차 평가변수는 두개내 반응률(Intracranial Response), 2차 평가변수는 두개내 무진행생존율(Intracranial PFS), T790M 돌연변이 음성 환자의 두개내 반응률, 전체 반응률, 전체 질병조절률, 안전성 등이었다.

연구 결과, 레이저티닙을 복용한 환자군은 1차 평가변수를 만족했다. 또한 연구 참여자의 대다수를 차지한 T790M 음성 환자와, 매우 불량한 예후를 보이는 연수막 전이 환자에서도 우수한 두개내 반응률을 보였다.

홍민희 교수는 “레이저티닙은 기존 EGFR 표적치료제 치료에 실패한 뇌전이 환자에게서 T790M 변이 상태와 관계없이 상당한 중추신경계 활성(CNS activity)을 보였다”며 “이는 1, 2세대 표적치료제 사용 후 중추신경계 전이가 진행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국소 치료 대신 레이저티닙을 사용하는 것이 유효한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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