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URA 연구, 3년 만에 플레너리 발표…DFS 이어 OS도 개선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타그리소 3년 복용 시 사망 위험 '절반'
김혜련 교수, "OS까지 입증한 표적치료제는 타그리소가 유일"

[시카고=김윤미 기자] "ADAURA 연구는 절제된 1B~3A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표적 치료를 통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전체생존(OS) 혜택을 입증한 최초의 글로벌 3상 임상 연구로, 해당 병기 환자를 위한 표준 치료로서의 오시머티닙 보조요법을 더욱 공고히 했다."

4일(현지시간) ADAURA 임상의 책임 연구자로서 3년 만에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3) 플레너리 세션 연단에 다시 선 예일의대 로이 허브스트(Roy S. Herbst) 박사의 말에 청중은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조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ADAURA 연구로 2~6일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ASCO 2023 플레너리 세션 주제로 선정됐다.

ADAURA 연구를 통해 괄목할 만한 무질병생존(DFS) 혜택을 입증하며 지난 2020년 플레너리에 오른 데 이어, 동일 연구의 전체생존(OS) 데이터로 3년 만에 또다시 플레너리 세션에 선정되며 최고 권위의 암학회로부터 타그리소의 혁신 가치를 거듭 인정 받은 것이다.

타그리소 보조요법, 1B~3A기 환자에서 사망 위험 51% 낮춰

예일의대 로이 허브스트 박사
예일의대 로이 허브스트 박사

2020년 플레너리 세션에서 발표된 ADAURA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타그리소 보조요법은 1차 평가변수로 설정된 2~3A기 환자들의 무질병생존율(DFS)을 위약 대비 83%까지 개선시켰다(위험비 0.17). 2차 주요 평가변수로는 1B기 환자까지 포함해 전체 환자군의 DFS를 분석했는데, 여기서의 위험비 역시 0.21로 전체 환자군에서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79% 감소시켰다.

당시 ADAURA 연구 데이터는 충분히 성숙되진 않았지만(데이터 성숙도 전체 29%, 타그리소 투여군 11% 대 위약군 46%), 독립적인 자료 모니터링 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tee)가 괄목할 만한 효과를 이유로 조기 데이터 공개를 권고하며 3년 전 ASCO 2020에서 해당 데이터가 발표됐다.

이후 올해 1월 미국임상종양학회 학술지 JCO에 발표된 업데이트된 DFS 분석(데이터 성숙도 전체 45%, 타그리소 투여군 28% 대 위약군 62%)에 따르면, 타그리소 보조요법은 전체 환자군(1B~3A기)에서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73%까지 감소시켰으며(위험비 0.27), 특히 2~3A기 환자에서는 위약과 비교한 타그리소 투여군의 CNS DFS 위험비가 0.24로 뇌전이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76%까지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타그리소 보조요법의 이 같은 DFS 개선 효과가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인데, 이번 ASCO 2023에서 그 해답이 공개된 것이다.

*출처: ASCO 2023
*출처: ASCO 2023

타그리소 보조요법은 주요 평가군으로 설정된 2~3A기 환자에서 위약 대비 사망 위험을 51%까지 감소시켰다(위험비 0.49). 타그리소 투여군의 5년 전체생존율은 85%로 위약군의 73%와 비교해 절대적 생존율이 12% 높았다.

1B를 포함한 전체 환자군에서도 동일했다. 전체 환자에서 타그리소 투여군의 5년 전체생존율은 88%로 위약군의 78%와 비교해 사망 위험이 51% 감소했으며(위험비 0.49), 절대적 생존율은 10% 높게 나타났다.

타그리소 보조요법의 이 같은 OS 혜택은 환자의 인종, 병기, EGFR 변이 종류, 이전 항암화학보조요법 여부와 상관 없이 일관됐다.

특히 해당 연구에서는 질병이 진행된 환자에서 후속 치료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EGFR TKI 치료를 받았는데, 위약군에서 타그리소를 포함한 EGFR TKI 후속치료 비율이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OS 개선에 성공했다(EGFR TKI 후속치료 비율: 타그리소 투여군 76% 대 위약군 88%).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 발생률은 타그리소 투여군에서 23%, 위약군에서 14%로 나타났다. 치료 관련 사망 사례는 양 군 모두에서 보고되지 않았다.

ADAURA 연구, 조기 폐암 치료에 정밀의료 새 장 열어

벤자민 솔로몬(Benjamin J. Solomon) 박사
벤자민 솔로몬(Benjamin J. Solomon) 박사

허브스트 박사의 발표 직후 토론자로 연단에 나선 호주 피터 맥컬럼 암센터의 벤자민 솔로몬(Benjamin J. Solomon) 박사는 "ADAURA 연구는 비소세포폐암 보조요법에서 표적치료제의 전반적인 생존 혜택을 입증한 최초의 3상 임상시험"이라며 "진행성 질환에서 조기 단계로 폐암 표적치료제의 영역의 확장시킨 ADAURA 연구는 획기적인(groundbreaking) 임상시험으로, 조기 비소세포폐암에서 정밀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솔로몬 박사는 조기 비소세포폐암의 나쁜 예후를 설명하며 "완치가 가능한 절제술을 받았음에도 조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높은 재발률과 낮은 생존율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출처: ASCO 2023
*출처: ASCO 2023

이어 솔로몬 박사는 "현재 이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시스플라틴 기반의 백금항암화학요법이 쓰이고 있다"며 "메타 분석 연구(LACE 연구)에 따르면, 해당 백금기반 항암화학보조요법은 5년 전체생존율 절대치를 5.4% 상승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솔로몬 박사는 "현재까지 이 항암화학보조요법과 비교해 전체생존 개선을 입증한 EGFR TKI는 없었다"면서 "조기 비소세포폐암에서 오시머티닙이 보여준 이 전례 없는 전체생존율 결과는 실제 임상에서의 치료 변화를 확증하는 것이며, 오시머티닙을 이용한 조기 치료와 재발 치료의 등가 개념을 불식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솔로몬 박사는 모든 조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의 EGFR 변이 검사 의무화 및 절제된 1B~3A기(현재 개정된 병기로는 2A~3A) 환자에 대한 타그리소 보조요법 의무화를 강조했다.

이어 솔로몬 박사는 "효과적인 암 치료에 대한 글로벌 접근성 격차와 불평등이 악화되지 않도록 검사 및 치료 접근성/보험에 대한 전세계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DAURA 연구, 재발 위험 높은 조기 폐암에 획기적인 성과

대한폐암학회 보험이사 김혜련 교수
대한폐암학회 보험이사 김혜련 교수

ASCO 2023 현장에서 만난 대한폐암학회 보험이사 김혜련 교수(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역시 ADAURA 연구에 대한 가치를 인정했다.

재발 위험이 높은 조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무질병생존기간의 연장은 물론 전체생존 혜택까지 입증한 표적치료제는 타그리소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김혜련 교수는 "폐암은 아무리 조기에 발견해 치료한다 하더라도 재발률이 높은 암종"이라며 "병기에 따라 재발률이 차이가 나는데, 1기 환자에서 40%, 1B기는 45%, 2기는 62%, 3기는 76% 정도가 재발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일단 재발하면 그때부터는 완치가 불가능한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라며 "임상에서 재발 환자들을 항상 접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수술 후 약을 계속 복용하면서 무질병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가령 전체생존기간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암이 없이 지내는 기간(cancer-free), 즉 무질병생존기간이 긴 환자와 짧은 환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무질병생존기간이 연장되면 환자의 일상 생활은 물론 많은 부분에서 혜택을 가져다주기 마련"이라며 "하물며 오시머티닙 보조요법은 무질병생존기간은 물론 전체생존기간까지 연장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김 교수는 재발 시 뇌전이로 가는 환자에게서 타그리소 보조요법이 가져다 줄 혜택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EGFR 변이 환자의 경우 재발 시 진행성 단계에서 뇌전이가 발생하는 환자의 비율은 약 30%"라며 "이후 치료 차수가 늘어날수록 뇌전이 발생 비율도 20~30%씩 증가해, 환자분이 돌아가실 때쯤 되면 대부분 뇌전이를 동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뇌전이가 발생하면 환자의 상태는 급격하게 악화되고 삶의 질은 극도로 비참해진다"면서 "특히 EGFR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는 정상형 환자보다 뇌전이가 훨씬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 뇌전이를 조절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솔로몬 박사와 마찬가지로 김 교수 역시 이제 임상에서 조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치료할 때 EGFR 변이 진단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김 교수는 "이미 세브란스병원은 조기 폐암 환자라도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다음 치료 전략 수립을 위해 모든 환자에서 EGFR, ALK, PD-L1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조기 환자의 경우 수술 후 샘플을 통해 검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고, 이젠 보조요법으로 쓸 수 있는 표적치료제까지 생겼으니 더더욱 검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 타그리소 보조요법이 비급여로 남아 있는 한 진료 현장에서는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 비급여로 월 치료비가 600만원에 달하는 오시머티닙을 쓰기란 쉽지 않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재발 위험이 가장 높은 3기 환자에서 오시머티닙 보조요법을 설명해 드리고 치료 옵션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제는 전체생존 혜택까지 입증한 만큼 의무적으로 조기 환자분들께 설명해 드려야 하니 임상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