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학회 기자간담회서 "수련 시스템 개선" 한목소리
김대중 수련이사 "전공의 복귀 비관적…계획 짜야"
전문의 중심병원, 수련 국가책임제, PA 제도 활성화 등 제안

대한내과학회는 지난 27일 서울 스위스그랜드에서 2024년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청년의사).
대한내과학회는 지난 27일 서울 스위스그랜드에서 2024년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청년의사).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가 불투명해지면서, 더 늦기 전에 전공의 의존도를 낮춰도 병원이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현 사태가 종결돼 전공의들이 복귀하더라도 더 이상 예전의 수련 환경이 유지돼선 안 된다는 것.

대한내과학회가 지난 27일 서울 스위스그랜드에서 개최한 2024년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지적과 우려가 이어졌다.

박중원 이사장(세브란스병원)은 “앞으로 학생들이 인턴, 전공의 프로그램에 지원하지 않고 직접 개원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도 졸업생의 400~500명은 인턴에 지원하지 않는데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그 인원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철우 회장(서울성모병원)도 "스텝들이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한 번은 당직을 서고 두 번은 중환자실 투석·입원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젊은 교수들 사이에선 '이렇게 근무하는 게 맞나'라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에 많은 이들이 사직서까지 제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공의 수가 줄고, 교수들의 이탈 등의 문제가 전공의 복귀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 이에 병원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김대중 수련이사(아주대병원)는 “임상 교수들이 지난 2월부터 진료 외에 연구, 대외 활동 등을 전혀 못 하고, 다들 지쳐있다"며 "언젠가 전공의가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버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상황을 좀 더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계획을 짜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는 “전공의들이 복귀하더라도 예전과 달리 피교육생 신분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전공의 없이도 병원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꼭 의사가 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에 진료지원인력(PA)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비롯해 전문의 채용을 늘리는 등 빨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대로라면 지친 교수들이 정말 떠날텐데 그것은 재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석민 총무이사(세브란스병원)도 “현재 병원에서 PA를 모집하는 등 교수와 전임의를 도울 수 있는 이들을 모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진료 환경이변할 수 있기에 진료 시스템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교수들이 진료도 하고 교육도 하고 연구까지 도맡는 시스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대한내과학회 양철우 회장, 박중원 이사장, 김대중 수련이사(ⓒ청년의사).
(왼쪽부터) 대한내과학회 양철우 회장, 박중원 이사장, 김대중 수련이사(ⓒ청년의사).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전문의 중심병원이 언급됐다. 그렇지만 전문의 중심병원을 지향하는 게 “전공의들이 필요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고도 했다.

김대중 이사는 “정부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전문의를 중심으로 환자를 진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입원전담전문의 활성화도 필요하다”며 “정부가 구호 수준으로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 책임을 언급하는 만큼 그런 방향으로 제도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간다고 해서 전공의를 포기하는 게 아니다. 이제까지 전공의들이 밤새워 당직을 서고 다음날 또 출근하는 식으로 업무 부담이 높았다면 이젠 수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좋은 전문의 제도를 만들면 많은 전공의들이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이사장은 전문의와 일반의 간 수가 보상 차이를 강조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되려면 전문의와 일반의 간 의료수가 간 차등을 둬야 한다. 전공문의는 (전공의)4년이라는 시간을 갈아가면서 수련을 받는다. 전문의에 대한 제대로 된 수가 보상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대한의학회를 중심으로 각 전문과 학회 수련이사들이 모여 구체적인 정책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는 “의학회 차원에서 각 전문학회 수련이사를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의학회를 중심으로 전공의 수련과 입원환자 진료 등 여러 가지 필요한 정책 등 구체적인 방안이 담긴 정책 보고서를 만들어 정부를 설득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우선 전공의가 복귀해야 한다. 전공의가 복귀할 때를 대비하고, 또 남아있는 전공의를 위해 수련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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