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의학회장 “단기간에 의료 망가뜨린 것도 재주”
“전공의 없으면 전문의도 사라진다…심각성 모르는 듯”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의 방식이 교수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청년의사).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의 방식이 교수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청년의사).

“2,000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숫자를 던져 놓고 찍어 누르면 따를 거라고 생각한다는 게 문제다.”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연세의대)은 교수들이 강경해진 이유가 비상식적이고 강압적인 정부 태도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의사 단체행동이 있었던 지난 2020년,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나간 병원을 지켰다. 이번에도 전공의들이 먼저 병원을 나갔다. 그리고 한동안 그 자리를 지키던 교수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빅5병원’을 비롯해 다수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이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남아 있는 동안에도 주 1회 휴진을 통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줄이겠다고 한다.

이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 정책이라는 게 이성적으로 말이 안 된다. 갑자기 2,000명을 늘리겠다고 하더니 찍어 누르고 있다”며 정부 대응이 “화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양보’했다는 대학별 자율 조정안에 대해서도 “짜고 치는 고스톱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돌아올 길을 다 없애버렸다”고도 했다.

이번 사태로 인한 의료 공백은 공중보건의사나 전임의 채용으로 메울 수 없다고도 했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다. 교수들이 그 직을 버리고 떠나면 의대생과 전공의가 돌아온다고 해도 이들을 가르칠 인력이 없다.

이 회장은 “내년만 문제는 아니다. 인턴이 없으면 전공의 1년차를 뽑지 못한다. 연쇄적으로 전공의 1년차부터 신규 전문의까지 파장이 이어진다”며 “지금 규정대로면 올해 인턴은 없는 셈이고 전공의도 오는 5월 말까지는 돌아와야 추가 수련을 받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너무 쉽게 생각한다”며 “이대로면 한국 의료는 망한다. 이렇게 단 기간에 한국 의료를 망가뜨리는 것도 재주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의학회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위원 추천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와 같이 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의료개혁특위는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 의학회가 빠진 채 이날 첫 번째 회의를 가졌다.

이 회장은 “의협이 참여하질 않는데 의학회만 가서 무엇을 하겠느냐”며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의협도 마음을 열지 않겠는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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