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썼고 ‘거리두기’가 시행되며 서로를 위해 만남을 줄여나갔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이라는 위험성과 정책의 시행으로 공공기관들마저 줄줄이 휴관되며 장애인복지시설, 노인복지관 등 일상에서 꼭 필요한 시설까지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장애아동시설들은 공간의 제약으로 이전보다 적은 수의 장애 아동을 돌볼 수밖에 없게 됐고, 저소득층 어르신들께 식사를 제공하던 복지관의 경로식당 운영도 결국 중단됐다. 경로식당은 단순한 식사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손실을 입은 의료기관 보상 방안을 확정하고 7월부터 본격적인 심사 및 지급에 들어간다.본지 단독 보도로 코로나19 사태 의료기관 손실 보상안이 지난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와 다를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공개된 보상안은 예상보다 컸다.코로나19 치료기관, 생활치료센터와 선별진료소 운영 기관, 코로나19 환자 발생 및 경유기관 등 유형에 따라 차별화한 보상방안은 비슷했지만 그 외 예상하지 못했던 방안들도 다수 추가됐다.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몇가지가 있는데, 우선 코로나19 치료기
영하권을 맴도는 추위가 기습했던 지난 16일 오후. ‘한약급여화협의체 3차 회의’가 열린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앞은 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반대하는 한약사들과 한약학과 학생 100여명으로 시끌벅적 했다.한약사들과 한약학과 학생들은 ‘한방분업 안 할 거면 한약사제도 폐지하라’, ‘아무나 한약조제해도 보험적용 해준단다’, ‘안전성과 유효성 없이 보험적용 웬 말이냐’, ‘분업약속 팽개치는 보건복지부도 폐지하라’ 등을 구호를 연신 외치며 정부를 향한 불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빌딩 사이를 가르는 칼바람에도 바닥에 앉아 목소리를 높이던 한
지난 11일 강북삼성병원에서 열린 姑임세원 교수의 1주기 추모식에 다녀왔다. 일면식도 없었지만 그의 죽음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꿈꾸던 내게 큰 충격과 울림을 줬다. 그가 남긴 발자취와 그의 죽음 뒤에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유족의 결정은 특히 그랬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유족의 유지가 내게 울림을 준 이유는 본과 3학년이었던 지난해 10월 의대생 실습에서 만난 내 환자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로 나간 학생 실습 시간에 나와 면담을 한 환자 역시 ‘1형 양극성
“배란을 억제한는 경구용 피임약은 결과적으로 난소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고, 자궁내막 형성을 막는 피임법은 주기적으로 자궁내막이 두꺼워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추후 자궁내막증이나 기타 질환으로 진행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최근 만난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말이다. 계획 임신, 건강한 출산을 넘어 여성의 건강을 위해서도 '피임'은 중요한 생활습관 노하우라는 의미였다.하지만 ‘건강을 위한 피임’이란 개념은 보건의료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조차 생소했다. 일반적으로 피임약을 복용하는 상황은 임신을 피하기 위하거나
대한한의사협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대한의사협회로부터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에 대해 끈질기게 공격만 받아온 한의협이 반격의 카드를 들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검찰이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판매한 제약사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불기소처분 결정을 내린 결정문이 그것이다.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의료법과 약사법에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 제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모호한 점을 영리하게 파고들었다. 최 회장은 “이런 모호한 법의 구조 때문에 대법원에서도 한의사의 전문
명백한 임상 실패다. 그런데 약 때문은 아니란다. 임상 참여한 환자들이 다른 약물을 투여받아 데이터에 왜곡이 생겼기 때문이란다. 무려 임상 참여자의 35%가. 이것이 펙사벡 3상 중단 이유에 대한 신라젠의 첫 입장이다. 프랑스·한국·중국 연구자가 머리를 맞대 만든 임상 디자인이 결국엔 이런 바이어스도 고려하지 못한 것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임상도 제대로 디자인하고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허술한 기업이라는 사실을 동네방네 알린 셈이 됐다. 그러면서까지 회사는 '펙사벡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싶었을 테다. 주말
"청년의사 신문이랑, MSD랑 무슨 일 있어?" 본지가 두 달간 10여건에 걸쳐 한국MSD의 외부모니터링프로그램(Self-assurance, 이하 셀프어슈어런스) 및 육아휴직, 외국인 임원의 갑질 등을 폭로하자 주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기자 또한 이렇게 많은 내부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본지와 한국MSD가 아닌, 한국MSD 경영진과 직원들 간이다. 지난 3월 22일 처음 한국MSD 외부모니터링프로그램의 문제를 지적한 기사(관련기사 : 직원 감시에 고객 개인정보
일부 환자에서 완치에 이르는 효과를 보이면서 암 치료의 대세로 떠오른 면역항암제. 하지만 국내에서 면역항암제는 치료 반응률이 낮고, 고가라는 점에서 급여 적용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는 환자의 면역항암제 접근성을 높이고,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면역항암제를 투약한 후 치료반응을 보인 환자에게 급여를 인정하는 ‘성과기반 급여기준’이란 방안을 관련 제약사들에게 제시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면역항암제는 반응이 있는 환자에서는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이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에서는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업계를 뒤흔든 사건은 단연 인보사의 성분 변경 논란이다. 임상시험을 거쳐 확인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믿고 써 온 약이 알고 보니 다른 성분이었다는 소식은 모두를 '멘붕'에 빠뜨렸다. 인보사 문제가 알려진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성분이 뒤바뀐 경위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달까지 조사를 진행해 인보사의 허가 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식약처 조사로도 명확하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식약처의 신
시작부터 어수선했던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는 현재 의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지난 28일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의협 제71차 정총은 국민의례가 끝난 뒤 애국가 음악이 나오고 참석하지도 않은 내빈이 참석자로 소개되는 등 어수선하게 시작했다.이날 정총에 참석한 국회의원은 자유한국당 신상진·이완영·박인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윤일규·정춘숙 의원,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었다. 하지만 자한당 윤종필 의원, 민주당 신동근·김병기 의원도 참석자로 소개됐다.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도 이날 참석하지 않았지만 참석자
직역 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한다. 각 단체의 현안을 해결해 주겠다는 게 단골 멘트다.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도 마찬가지였다. 정총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간무협이 법정단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돕겠다고 했다. 법정단체화는 간무협이 올해 사활을 건 사안이다.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좀 달랐다. 단상에 오른 오 의원이 한 말은 ‘예상 밖’이었다. 오 의원은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대한한의사협회 최혁
국내 심방세동 환자의 항응고 치료에 와파린 시대는 저물고 비타민K 비의존성 경구항응고제(Non-vitamin K oral anticoagulant, 이하 NOAC) 시대가 도래했다.하지만 NOAC 사용 환자에서 치명적인 응급 출혈 발생 시 사용할 수 있는 역전제는 직접트롬빈억제제(direct thrombin inhibitor)인 '프라닥사'만이 보유하고 있어, 나머지 응고인자 Xa 억제제들의 역전제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NOAC의 종류는 직접트롬빈억제제인 '프라닥사(성분명
국내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14.4%)은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65세 이상 성인의 29.8%가 당뇨병 환자일 정도로 당뇨병은 한국에서 '국민 질환'이 된 지 오래다. 2018년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당뇨병 진단자의 82.3%는 경구 혈당강하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경구 혈당강하제 중 DPP-4 억제제의 처방은 2011년 최초 도입 이후 2012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해 단독요법으로는 메트포르민 다음으로 처방되고 있으며, 2제요법으로는 '메트포르민 + DPP-4 억
인권의학연구소가 지난 23일 열린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공개한 실태조사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한 의대생 인권 상황을 보여줬다. 언어폭력은 다반사에 신체폭력을 경험한 의대생도 많았다. 이같은 인권 침해는 대학은 물론 임상실습을 받는 병원에서도 있었다. 연구소가 제시한 해결 방안은 인권교육 실시, 정기적 실태조사, 의대 내 권위주의적 문화 철폐, 가해자 엄중 처벌과 피해자 보호 등이었다. 하지만 의대생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필요한 대책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조승원 부회장의 제안이
작년 정신건강의학과 실습을 돌았을 때 만났던 환자가 있다. 지난 30년간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피해망상에 빠져 있던 환자였다. 정신과 입원만 9번째라고 했다. 30년 전 처음 나타난 망상은 그 내용이 약간씩 바뀌었을 뿐 줄기는 크게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그렇다고 그가 30년 내내 누군가가 자신을 해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 산 것은 아니었다. 망상이 마치 파도처럼 악화와 완화를 끝없이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을 꾸준히 복용해 망상이 없어질 즈음이면 자의적으로 복용을 중단해버린 게 문제였다. 환자들은 왜 약 복용을 자의적
햇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지하실에는 복도 양측으로 여러 방들이 있다. 방문에는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뚫렸고 구멍에는 쇠창살이 달렸다. 방 안에는 침대 하나와 세면대, 양변기가 있다.감옥을 묘사한 것 같지만 아니다. 현재 방영 중인 TV 드라마에 나오는 정신병원 병실 모습이다.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 황제전 비서팀장 민유라(이엘리야 분)가 황제인 이혁(신성록 분)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민유라가 입원한 곳은 정신병원이라기보다는 교도소 독방 같은 모습이다. 민유라가 입원 치료가 필요한 정신
“제목과 본문에 ‘severe(중증)’ 단어를 넣어 주십시오.”본지가 창간한 보건의료 전문 영자 미디어인 ‘KBR(Korea Biomedical Review)'에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요청해온 내용이다.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3일 일본 다케다 제약과 개발 중인 급성췌장염 바이오 신약 ‘SB26’이 미국에서 1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KBR에서도 기사를 게재했는데 이에 대한 수정 요청이었다.SB26의 정확한 적응증은 ‘중증 급성췌장염(severe acute pancreatitis)’이라는 게 이
경기도가 명찰 패용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소속 전 직원에게 이름과 소속, 직책이 적힌 명찰을 근무시간 내 패용하라고 지시한 게 발단이 됐다. 대상은 경기도청, 경기북부청, 직속 기관 및 사업소 등 총 5,049명이다.이 지사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친절하고 책임 있게 자신을 알리는 것은 공무원의 의무”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명찰보다는 기존 공무원증을 이용하자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과 경기도통합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경기도청지부 등 경기도청 3개 노조는 16일 공동성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은 의료계와 일반 국민 간 극명한 시각차를 보여줬다. 그 시각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졌다. 감염관리에 취약한 우리나라 의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는 일반인들에게 ‘제 식구 감싸기’, 책임 회피로 들렸다. 의사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의료계에 대한 일반인의 반감도 같이 커졌다.의료진 구속 수사가 ‘방어진료’, ‘증환자 진료 기피’ 등 의료 현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도 일반인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 사건만 놓고 보면 의사-환자 간 신뢰관계는 이미 붕괴됐다.위기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