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말부터 허가된 폐암 표적 약물 7개 품목 모두 비급여

대체 약물이 없다는 혁신성과 질환의 중대성 및 시급성을 인정 받아 신속 도입된 폐암 표적항암제들이 국내 '보험급여'라는 벽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모습이다.

최근 1년 반 사이 소수의 유전자 변이를 타깃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분야에 도입된 표적항암제 7종 모두가 현재 '비급여' 상태이기 때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1년 말 MET 억제제인 노바티스 '타브렉타(성분명 카프마티닙)'와 머크 '텝메코(성분명 테포티닙)' 허가를 시작으로, 작년 2월 KRAS 억제제인 암젠 '루마크라스(성분명 소토라십)'와 EGFR 엑손20 삽입 변이 타깃 항체인 얀센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3월 RET 억제제인 릴리 '레테브모(성분명 셀퍼카티닙)'와 로슈 '가브레토(성분명 프랄세티닙)', 7월 EGFR 엑손20 삽입 변이 타깃 경구용 TKI인 다케다 '엑스키비티(성분명 모보서티닙)'를 각가 허가했다.

중요한 점은 이 신약들 7종 모두가 기존에 효과적인 표적치료 옵션이 없어 화학요법만을 쓰고 있는 분야에서 초기 임상시험 데이터만으로 허가를 받은 약물이며, 이 중 절반은 식약처가 지정한 심속심사대상 약물이라는 것이다.

즉, 생명과 직결된 질환에서 혁신성을 인정 받아 시급하게 도입이 추진된 약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현재 급여권 안에 진입한 약제는 전무하다.

MET 억제제인 '타브렉타'는 식약처 허가 후 두 번에 걸쳐 급여신청을 진행했지만 두 번 모두 심평원으로부터 퇴짜를 맞았으며, 동일 기전의 '텝메코' 역시 최초 급여 시도에서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현재 국내에서 타브렉타의 비급여 약제비는 200mg 정당 약 5만9,000원으로 한 달 약값만 700만원 정도(권장 용량 1일 2회 2정씩 총 4정)다.

KRAS 억제제인 '루마크라스'는 허가 후 1년이 넘도록 급여신청도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표적항암제들은 모두 경쟁약물이 도입돼 있지만, 루마크라스는 KRAS G12C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표적항암제다.

암젠이 한국혈액암협회를 통해 경제지원(약제비의 약 30%)을 하고는 있지만, 환자가 부담해야 할 루마크라스의 비급여 약제비는 정당 42,000원 정도로 한달 악값만 1,000만원(1일 1회 8정)이 넘는다.

RET 억제제의 경우에는 현재 두 약제 모두 급여 심사 중이다. '레테브모'는 허가 이후 두 번에 걸쳐 급여신청을 진행해 이달 초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안건으로까지 상정됐으나 재심의 판정을 받았고, '가브레토'는 지난 해 말 급여신청돼 현재 암질심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브레토'의 국내 판권 향방이 불분명해지며 급여 심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같은 기전의 약물인 '레테브모'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다음달 초 개최되는 암질심과 약평위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가브레토의 비급여 약제는 정당 약 9만5,000원, 레테브모 80mg는 7만5,000원 정도로, 두 약제의 한달 약값 또한 평균 1,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EGFR 엑손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사용되는 '리브리반트'와 '엑스키비티'도 최근 심평원에 급여신청서가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급여 도전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는 '리브리반트'는 올 3월 심평원에 두 번째 급여신청서가 접수됐으며, '엑스키비티'는 지난 2월 첫 번째 급여 도전에 나섰다. 두 약제 모두 올해 중순 경이 돼야 암질심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두 약제도 현재 한국혈액암협회를 통해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리브리반트(비급여 약제비 바이알당 약 163만원)의 경우 투여 첫달에만 총 4회 투여가 필요(약 2,500만원)하고 다음부터 2주에 한번씩 투여(월 1,300만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제비 지원(바이알당 44만원)을 받는다 해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상당하다.

다케다 역시 엑스키비티의 약제비 지원을 진행 중이다. 현재 엑스키비티 비급여 약제비는 캡슐당 약 10만원으로, 한달 약값만 1,200만원 정도(1일 1회 4캡슐 용법)가 소요된다.

다케다는 엑스키비티의 급여신청서를 접수한 지난 2월부터 약제비 지원을 시작했으며, 기금 소진시까지 약제비의 약 65%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처럼 몇몇 약제들은 제약사가 환자지원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지만, 한달에 수백에서 많게는 1천여 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환자가 비급여로 지불하기에는 녹록치 않다.

때문에 심평원의 입장차로 인해 어렵게 신속한 도입을 추진한 식약처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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