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련 교수, 초기 폐암 수술 전후 보조요법에서의 역할 조명
"재발 위험 높은 폐암, 조기에 완치율 높이고 재발 위험 낮춰야"

국내에서 4기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면역항암제는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표준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수술이 가능한 초기 환자에서 면역항암제 사용은 여전히 비급여 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황.

국내에선 이미 수술 전후에 각각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 보조요법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며,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역시 연내 초기 폐암 환자에서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적응증 확대가 예정돼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3)에서는 수술 전후에 키트루다를 콤보로 사용하는 KEYNOTE-671 연구가 구연 발표 주제로 선정돼, 앞으로 면역항암제의 역할을 더욱 확대되고 치료 전략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에 청년의사는 대한폐암학회 보험이사 김혜련 교수를 만나 조기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면역항암제의 역할을 조명해보고, 국내 환자를 위한 치료 환경의 개선점을 살펴봤다.

대한폐암학회 보험이사 김혜련 교수
대한폐암학회 보험이사 김혜련 교수

수술 전후 키트루다 콤보 요법, 재발 또는 사망 위험 42% 낮춰

2~6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진행된 ASCO 2023에서는 초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키트루다'를 평가한 3상 임상 KEYNOTE-671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결과, 2~3B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수술 전 후 키트루다를 추가로 사용하면 기존 선행화학요법만 받은 환자 대비 질병의 진행,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42% 낮아졌다.

해당 연구 결과를 발표한 스탠포드 의대 흉부 종양 전문의이자 세계폐암학회(IASLC) 회장인 헤더 웨이클리(Heather A. Wakelee) 박사는 "초기 단계의 비소세포폐암 환자 절반 이상이 수술 후에도 재발을 경험한다"며 "이러한 무사건생존율(event-free survival, EFS) 데이터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로, 절제 가능한 2~3B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서 펨브롤리주맙의 잠재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키트루다는 초기 단계의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그 역할을 입증한 바 있다. 3상 임상인 KEYNOTE-091 연구를 통해 완전 절제술을 받고 화학요법으로 보조요법까지 받은 1B~3A기 환자에게서 1차 평가변수인 무질병생존(disease-free survival, DFS) 사건 발생 위험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

작년 9월 국제학술지 란셋 온콜로지(The Lancet Oncology)에 발표된 중간 데이터에 따르면, 추적관찰기간 중앙값 35.6개월 동안 키트루다 투여군의 DFS 중앙값은 53.6개월로 위약군의 42개월 보다 재발 및 사망 위험을 24% 낮췄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해 1월 키트루다 수술후 보조요법을 허가했다.

키트루다 판매사인 한국MSD는 해당 적응증을 국내에서도 연내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4기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표준요법제로 사용되고 있는 키트루다는 국내에서도 초기 단계의 환자에게 그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초기 폐암 분야 선점한 '옵디보'와 '티쎈트릭', 현 상황은?

다만, 국내에서 초기 폐암 치료에 허가 받은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 10월 옵디보가 '절제 가능한(종양크기 4cm 이상 또는 양성 림프절)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의 병용 투여로 수술 전 보조요법' 적응증을 확대했으며, 한달 후인 11월에는 티쎈트릭이 'PD-L1 발현율이 TC 50% 이상인 2~3A기 환자에서 절제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 후에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옵디보의 허가 임상인 CheckMate-816 연구에 따르면, 선행화학요법과 병용한 옵디보 치료는 환자의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선행화학요법 단독 치료 대비 병리학적 완전반응률(pCR)과 무사건생존율(EFS)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시켰다.

옵디보 병용군의 pCR 비율은 24%로 대조군의 2.2%와 비교해 확연한 차이를 보였으며, 무사건생존기간 중앙값(mEFS)은 31.6개월로 대조군의 20.8개월과 비교해 질병 진행,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37% 감소시켰다.

티쎈트릭 역시 허가 임상인 IMpower010 연구를 통해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에게서 완전 절제술 및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이후 추가 치료를 통해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57%까지 감소시켰다.

하지만 국내에서 현재 초기 단계 폐암 치료에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티쎈트릭 판매사인 한국로슈가 최근 수술후 보조요법 적응증으로 급여 신청을 시도했지만, 지난 5월 초 진행된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기준 설정에 실패했다.

국내에서 옵디보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BMS제약과 한국오노약품공업은 아직 급여신청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재발 위험 높은 폐암, 조기에 완치율 높이고 재발 위험 낮춰야

ASCO 2023이 열린 시카고 현장에서 만난 김혜련 교수(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는 "재발률이 높은 폐암에서는 조기에 환자의 완치율을 높이고 재발 위험을 낮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련 교수(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혜련 교수(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 교수는 "폐암은 아무리 조기에 발견해 치료한다 하더라도 재발률이 높은 암종"이라며 "병기에 따라 재발률 차이가 난다. 1기 환자는 40%, 1B기는 45%, 2기는 62%, 3기는 76% 정도가 재발을 경험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초기 폐암 환자에서 옵디보와 티쎈트릭이 가지는 임상적 가치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옵디보와 티쎈트릭은 그 사용 대상이 완전히 겹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옵디보는 폐암 진단 후 수술 및 방사선 치료 등에 대한 치료 전략을 세우는 다학제적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고, 티쎈트릭의 경우에는 수술이 선행되고 눈에 보이는 병변이 없는 상태에서 항암보조요법 후 공고요법으로 고려되는 옵션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옵디보의 경우 수술전 보조요법으로 딱 3사이클을 사용한다"며 "현재 임상에서는 비급여지만 제한된 사용으로 환자가 치료 비용을 가늠할 수 있어, 효과만 있다면 쓰겠다는 환자들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수술 전 환자에서 옵디보 보조요법은 수술 부위가 애매하거나 폐 전체를 절제해야 하는 위험이 있는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라며 "이런 환자의 경우 옵디보를 선행하면 절제 부위를 좁힐 수 있고, 특히 pCR을 달성한 환자들은 재발 확률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초기 환자에서는 pCR 달성 여부에 따라 예후가 완전히 갈린다"며 "따라서 옵디보 선행 치료를 함으로써 수술 전 pCR 여부에 따라 환자의 예후를 알 수 있는 마커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티쎈트릭의 경우에는 비급여로 1년을 써야 하기 때문에 병기가 낮거나 PD-L1 발현율이 낮은 환자에겐 권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티쎈트릭의 IMpower010 연구를 보면 PD-L1 발현율 50% 이상인 환자에서 위험비가 0.43으로 혜택이 굉장히 크고 원격 전이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재발 위험이 매우 높은 3기 환자나 PD-L1 발현율이 80% 정도 되는 환자에게는 반드시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티쎈트릭 치료를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티쎈트릭이 향후 키트루다와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과 국내 선점 효과로 인해 충분한 선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티쎈트릭은 가격이 가장 저렴한 면역항암제이고, 국내 의사들은 이미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티쎈트릭을 많이 써본 상황"이라며 "의사들은 기본으로 자신이 많이 써본 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써봤을 때 좋은 경험이 있는 약은 쉽게 바꾸지 않아 국내에서의 선점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현재와 같은 비급여 상황 때문에 초기 폐암 환자의 진료가 더욱 어려워졌다고도 피력했다.

김 교수는 "옵디보와 티쎈트릭 모두 지금은 급여권에 있질 않으니, 의사의 권유 여부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약을 썼을 때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권하고 있지만, 아무리 비급여라도 '이런 치료 옵션이 있다'고 설명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진료 시간은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요법(regimen)별로 적용되는 보험급여제도에 대해서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옵디보 수술전 보조요법을 환자가 비급여로 사용하는 경우, 기존에 급여가 적용되는 백금 기반 선행화학요법마저 100/100 환자부담이 돼 버린다.

옵디보가 수술전 보조요법으로는 '화학요법과의 병용'으로 적응증을 받았기 때문. 환자 입장에서는 옵디보 치료를 위해서는 화학요법까지 자비로 부담하게 되는 이중고를 맞게 되는 셈이다.

특히 김 교수는 "암 치료 비용의 95%를 정부가 부담하는 현행 암 산정특례제도를 지속한다면,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은 점점 요원해질 것"이라며 환자본인분담률의 확대와 함께 빠른 속도로 역할을 넓혀가는 항암 신약에 대한 급여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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