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식 교수, 하이펙스 2023서 ‘병원 감염관리’ 중요성 강조
"政 ‘감염관리 고도화’ 추진…병원들, 정책 맞춰 고민과 준비 필요"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지난 22일 열린 'HiPex 2023'에서 의료기관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지난 22일 열린 'HiPex 2023'에서 의료기관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우리나라 의료기관 감염관리의 민낯이 드러난 후 감염관리 전담 의사와 간호사를 채용하는 의료기관이 생기고 관련 법령이 개정되고 감염예방관리료가 신설됐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대유행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가는 최근, 정부가 다시 한번 대대적인 감염관리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22일 오후 일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열린 HiPex 2023(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3, 하이펙스 2023)에서 ‘병원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감염관리’ 강연을 통해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엄 교수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 2017년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코로나19 대유행 후 요양병원 다수 폐업 등의 사례를 들며 의료 관련 감염이 의료기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의료 관련 감염을 ‘입원뿐만 아니라 외래진료를 포함해 의료와 관련된 모든 감염으로, 병원근무자 또는 병원출입자가 걸린 감염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구체적으로 ▲입원한 지 48시간 후에 발생한 감염 ▲퇴원 후 14일 이내 발생하는 감염 ▲수술 후 30일 이내 발생하는 감염 ▲기구 삽입 후 1년 이내 발생하는 감염 등이 의료 관련 감염이라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의료기관이 최선의 노력을 해도 의료 관련 감염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중증환자, 면역저하환자, 장기환자 등에서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의료 관련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당위적이고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의료 관련 감염 증가 요인으로 ▲노령 인구 증가 ▲만성 퇴행성 질환 인구의 증가 ▲항암제와 면역억제제 투여 중인 면역저하자 증가 ▲침습적 시술 증가 ▲신종 또는 재유행 감염병의 증가 ▲항생제 내성균의 증가 등을 꼽았다.

엄 교수는 “의료 관련 감염이 잘생하면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증가하고 사회경제적 능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고 광범위 항생제 등 새로운 치료와 진단 과정이 추가되면서 또 다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 관련 감염 발생 시 퇴원 지연 등으로 의료기관의 경영 압박이 심해지고 사망률이 증가하며 의료분쟁과 소송 발생이 늘어나 사회비용도 증가한다”라며 “의료 관련 감염을 겪은 의료진은 소극적 진료를 하게 돼 환자 안전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엄 교수는 의료기관이 의료 관련 감염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하고,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 계획’과 ‘제2차 의료 관련 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2023~2027)’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의료 관련 감염을 줄이기 위해 정부에서 감염예방관리료를 주고 있는데 기준에 따라 수가를 차등 적용한다”며 “현재 150병상 당 1명의 감염 전담 간호사를 두면 1등급을 주는데, 이 기준이 상향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특히 “감염예방관리료 기준을 만든 것이 이미 7~8년 전이다. 기준은 변할 수밖에 없다. (기준이 지금보다 더 높아지면) 기준 맞추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다. 감염관리 분야 인력을 사전 확보하고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차 의료 관련 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에 담긴 ‘감염 고위험 구역 시설기준 개선’ 방안도 중요하다고 했다.

엄 교수는 “중환자 치료 중심 의료 대응 인프라 확충을 위해 감염병 위기 시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병상 3,500개를 확보한다고 하는데, 이 정도 규모면 우리나라 종합병원 이상 중환자실 전체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중환자병상을 감염병 위기 시 활용가능하게 개선하려면 1병상당 약 3억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3,500병상이면 1조가 소요된다”며 “이런 큰 변화를 병원들이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부에서 밀어붙이면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대한병원협회 등에서 반대가 심해 지연되고 있지만 올 3분기 내 구체적인 내용도 결정이 될 것이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이같은 정부 정책에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지 고민과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는 “정부에서 의료 관련 감염 등을 예방하기 위해 병상과 전체 의료체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냐를 살피고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이 죽고 사는 것이 의료 관련 감염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 관련 감염 대응에 성공하면 병원 경영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감염관리 영역이 실제 병원 경영에서 주요 인프라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축구나 야구를 예로 들면 우리팀이 골을 넣고 점수를 계손 내도 골키퍼가 실점을 계속하고 투수가 안타를 계속 맞으면 역전패할 수밖에 없다”며 “감염관리는 골을 먹지 않고 실점을 하지 않아 팀이 안전하게 공격하는 기반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감염관리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에 대해 제대로 리뷰한 의료기관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며 “감염관리를 통한 병원 혁신으로 효율적 병원 관리와 경영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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