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는다는 뜻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응에 앞장 서 온 의료인들이나 병원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병상을 비우고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해온 공공병원들은 직원에게 줄 월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영 상태가 악화됐다. 정부가 주는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은 끊겼지만 진료실적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보낸 환자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요양병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 요양병원 수는 142곳이나 줄었다. 운 좋게 살아남은 요양병원도 일당정액제로 묶여 있어 경영 상태를 개선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가 코로나19 진료를 일반의료체계로 전환하겠다면서 발표한 단계적 수가 종료 방안을 두고 ‘코로나19 환자를 내팽개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대책은 코로나19 대응 수가 대부분을 종료하고 진단검사도 비급여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의료체계 내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수가체계는 마련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병원 내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 격리비용도 보전 받지 못한다.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신종감염병 관련 연구 지원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래저래 토사구팽, 아니 ‘코사구팽’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정부가 사실상 엔데믹(endemic)을 선언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만명대로 늘었다. 위중증 환자도 다시 200명대로 증가했다. 10년 내 또 다른 신종감염병이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코사구팽’을 체감하며 ‘각자도생’ 중인 병원들이 또 다른 팬데믹이 왔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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