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의사들이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먹거리 찾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이 필수의료 공백과 응급의료전달체계 붕괴 원인을 ‘의사 탓’으로 돌리며 한 말이다. 그러면서 한의사 역할을 확대하면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재건할 수 있다”고 했다.

31일 ‘한의사의 필수의료 참여와 한의약의 역할 확대 방안’을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한의협은 이 토론회를 주관했다. 한의계는 이날 토론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보다 이미 배출된 의료인인 한의사를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홍 회장의 발언도 그런 차원에서 나왔지만 ‘선을 넘었다’.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근본 원인은 무시한 채 그저 ‘의사들이 이기적이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됐다고 비난했다. ‘같은 의료인’이라면서 지금까지 소아·분만·응급 진료나 중환자 진료 현장을 지켜왔고 현재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사들에 대해서는 눈 감았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안이 더 엉뚱하다.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분야에 참여하겠다더니 구체적으로 꼽은 분야는 건강검진과 감염병 대응(예방접종), 주치의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필수의료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 공공의료 분야에서도 역할을 하겠다며 국립대병원 등 공공병원에 한의과를 개설해 달라고 했다.

한의사도 소아나 중증 환자, 응급환자 진료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해도 난감하지만 기껏 의사 탓 해놓고 본인들은 다른 분야로 역할을 확대하겠단다. 그것도 위험 부담은 적고 어느 정도 수익은 되는 분야다. 필수의료와 응급의료전달체계 붕괴 원인이 이 분야를 기피한 의사들 탓이라고 한 비난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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