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연구회 김진석 위원장, '고가신약 딜레마' 우려
"완치 없이 오랜 기간 치료…지지와 지원이 무척 중요"

치료의 발전으로 10년 이상 장기 생존이 가능해진 다발골수종. 하지만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이러한 장기적 치료를 이어나가기 위해선 가족뿐만 아니라 국민적 지지와 함께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등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혈액학회 산하 다발골수종연구회 김진석 위원장(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은 지난 3월 30일 한국혈액암협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다발골수종의 날(Myeloma Action Day)'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한혈액학회 산하 다발골수종연구회 김진석 위원장(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대한혈액학회 산하 다발골수종연구회 김진석 위원장(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위원장은 "최근 새로운 표적 치료제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기존의 조혈모세포이식 성적이 향상되면서, 많은 다발골수종 환우분들이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장기간 투병 과정을 잘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을 포함해 국민과 정부 관계자들의 다발골수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현재 다발골수종의 열악한 급여 환경과 향후 도입될 신약에 대한 급여 문제를 우려했다.

이미 오래 전에 개발돼 다발골수종 치료 전반에 표준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항 CD38 항체 '다잘렉스(성분명 다라투무맙)'의 급여 정체와 최근 4~5차 치료에 도입된 이중특이항체 치료제 '텍베일리(성분명 테클리스타맙)' 및 CAR-T 치료제 '카빅티(성분명 실타캅타젠오토류셀)'의 급여 전망이 어둡다는 점 등을 언급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질환별로 치료 비용을 어느 정도 제한하고 있는 국내 보험 정책상 하나의 약제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다발골수종 역시 신약들의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결국 모든 게 비용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다발골수종은 한 가지 약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약제를 조합해서 써야 하는데, 정부는 그 중 하나의 약제가 너무 고가이면 그걸 빼고 나머지 약제로만 치료하라는 식으로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치료 성적은 떨어지고 환경은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다잘렉스 급여에 대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동의했다. 예컨대, 다잘렉스 하나를 추가하면 기존에 1년을 치료 받던 환자가 3년을 더 치료 받게 되는데, 그렇게 치료기간이 길어지면 해당 약제뿐만 아니라 다른 병용하는 약제까지도 사용기간이 함께 늘어나게 되면서 재정 부담이 엄청나게 증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결국 글로벌 제약사가 약값을 정부가 원하는 수준까지 낮추는 게 급선무인데, 제약사 입장에선 우리나라만 생각할 수 없어 문제"라며 "우리나라 약값을 싸게 하면 다른 나라 약값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도입될 이중특이항체 치료제와 CAR-T 치료제 등 신약의 경우, 특히 CAR-T 치료제가 급여에 있어 더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다발골수종 치료에 이들 신약이 4~5차 치료에나 사용되고 있고, 설령 신약을 쓴다고 하더라도 완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그 고가의 비용을 투입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림프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CAR-T 치료제가 빠르게 급여가 적용됐는데, 당시에는 다른 치료 옵션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며 "다발골수종의 경우에는 이중특이항체 치료제가 이미 개발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CAR-T 치료제가 급여를 받기란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은 임상 현장에서조차 CAR-T 치료제보다는 이중특이항체 치료제에 대한 선호가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치료제 간에 비용과 치료 성적이 비슷하다면,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기관이 제한돼 있고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며 절차도 복잡한 CAR-T 치료보다는 이중특이항체를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다만 전문가 입장에서는 이중특이항체와 CAR-T 치료제,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한 치료법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다발골수종 치료에 있어 CAR-T 치료의 역할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향후 치료 앞단에 사용돼 무병생존기간을 늘린 데이터들이 점차 쌓이게 된다면, CAR-T 치료가 이식을 대체할 수 있는 분명한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정부는 70대 이상의 고령의 환자 이식은 보험급여를 해주고 있지 않다"며 "이 나이대 환자들은 이식 과정에서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높고 치료 성적도 덜하기 때문인데, 다발골수종은 70대 초중반 환자들이 많다. 이 환자들에서 CAR-T 치료를 한다면 이식 만큼의 치료 성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 환자의 경우에도 신장애나 간장애 등 여러 동반된 질환이 있으면 CAR-T 치료가 독성이 덜하다 보니 이식을 대체할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다발골수종은 완치 없이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이다 보니 환자 자체의 질환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이고 가족들의 지지와 지원이 무척 중요한 질환이며, 장기 치료로 인한 재정 부담이 높아 치료 비용에 대한 국가의 지원도 필수적"이라며 "또한 환자들이 장기 치료 과정에서 자주 병원을 가야 하는 만큼 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는 전국 어디서든 환자들이 균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을 교육하고 치료를 표준화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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