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내과 최창민 교수 “그만 하고 싶다"
미래 사라지는 한국의료…“멈춰 달라”
"중단 후 협의체서 논의해 결정해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최창민 교수가 지난 26일 사직서를 제출했다(ⓒ청년의사).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최창민 교수가 지난 26일 사직서를 제출했다(ⓒ청년의사).

정부가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휴진하는 의과대학 교수를 처벌할 법적 근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료 현장을 떠나기로 결심한 의대 교수들의 사직을 막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지난 26일 한 해 신규 폐암환자 500여명을 보던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최창민 교수가 ‘교수직’을 내려놨다. 최 교수는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떠난 의료 현장에서는 후학 양성의 기회도, 환자 치료를 위한 연구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수직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단순히 직분만 내려놓는 엄포가 아닌 이유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인수인계를 하고 있다는 최 교수는 외래와 입원환자 정리도 이미 마쳤다.

최 교수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사직서를 내기로 했으니 거짓말하면 안 된다”면서 씁쓸함을 내비쳤다.

그는 “처음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기로 했을 때 정부를 향한 항의 표시였다. 사직 결의를 해서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분위기는 전혀 가망이 없어 보인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안 돌아오면) 교수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수 사직 신호탄은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입시요강 발표다. 사직을 예고한 지난 3월 25일 이후 교수들의 신변정리도 어느 정도 마무리 돼 가고 있다.

최 교수는 “병원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고 힘들어하는 교수들은 정부가 살리겠다고 한 필수의료 의사다. 그런데 그 의사들을 못 견디게 만들고 있다. 나의 사직을 보고 어떤 의대생이나 전공의가 호흡기내과 의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나. 이렇게 되면 앞으로 미래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최 교수의 또 다른 걱정은 미래 환자들이다. 최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기준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의 생존율은 12.1%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 2월 이후 폐암 환자 치료를 위한 연구도, 신규 환자 유입도 모두 중단된 상태다. 이대로는 더 이상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폐암 같은 경우 빅5병원을 포함한 10여개 병원에서 전체 폐암 환자의 절반을 보고 있지만 진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폐암만 그렇겠나. 지난 2월 이후 교수들이 신규 환자를 받지 못해 진단할 수 없으니 신규 암 환자 진단율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상황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연구도 마찬가지다. 학회 가서 발표도 해야 하고 논문도 많이 써야 하는데 올해 당장 예정됐던 학회도 취소됐고 해외학회 참석도 할 수 없다. 연구에 신경 쓸 겨를도 없다”며 “(치료제 등 연구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1~2년 정도 도태되면 끝이다”라고 했다.

최 교수는 의학발전을 위해 쏟았던 모든 노력들이 “부질없게 느껴진다”며 환자 진료만 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교수로서 의학발전을 위한 정부 위원회 활동도 많이 해왔지만 부질없게 생각된다”며 “지금은 다른 건 다 잊고 환자 진료만 하고 싶다. 환자들에게는 결국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상화가 시급하다. 의대 증원을 중단하고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를 통해 풀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를 향해 이 상황을 멈춰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최 교수는 “의대 입시요강을 확정짓는 발표를 하는 순간 한국의료에 사망선고가 내려지는 셈”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을 중단하고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해 내년에 정원을 뽑으면 된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정부 방침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내는데 멈춰주면 좋겠다. 아량이든 어떤 표현이든 좋다. 멈춰주기만 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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