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대화 물꼬 트기 위해 동분서주
"증원 1년 유예 말고는 해결 방법없다"
"저수가·법적책임부터 풀고 증원 던졌어야"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5월 의료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대화를 강조하지만 전제조건이 다르다. 정치권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총선 이후 여당 내에서는 정부의 ‘의료개혁’ 방안을 적극 지지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었지만 그렇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듣기 힘들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사 출신인 안 의원은 이번 사태를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 물꼬를 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 성남분당갑 지역에 출마해 당선됐다. 4선 의원으로 제22대 국회 의정활동을 시작한다.

안 의원은 점진적 의대 정원 증원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처방 없이 의대 증원 규모를 먼저 제시하고 이를 고집하는 정부 정책 방향이 의료체계를 “완전히 망쳐 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 사이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을 복귀 시킬 방법도 찾기 힘들어졌다.

안 의원은 “망가진 의료 시스템”을 심폐소생 하기 위해서는 ‘1년 유예’ 말고는 답이 없다고 했다. 의사 출신이어서 팔이 안으로 굽는 게 아니라고 했다. "국민 편"에서 찾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와 정부가 대치하기만 해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대화의 물꼬를 트는 작업 중이라고 했다.

청년의사는 지난 26일 안 의원을 만나 의대 정원 증원이 촉발한 의료대란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안 의원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1년 유예하고 협의체를 구성해 1년간 낮은 수가와 법적 리스크 문제를 풀고 적정 증원 규모 산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 의료를 이끌어 갈 의사과학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의정갈등 해결책으로 '1년 유예'를 제안했다. 협의체를 구성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의대 정원 규모를 산출하자고도 했다(ⓒ청년의사).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의정갈등 해결책으로 '1년 유예'를 제안했다. 협의체를 구성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의대 정원 규모를 산출하자고도 했다(ⓒ청년의사).

-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고수해 온 정부 정책 방향을꾸준히 비판해 왔다. 여당 내에서는 듣기 힘든 목소리다.

우리나라 의료의 3대 문제는 필수의료 의사와 의사과학자가 줄고 지방 의료가 쇠락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정부가 풀어야 한다. 낮은 수가와 법적 책임이 높으니 누가 필수의료 분야로 가고 싶겠나. 수가를 제대로 올리고 법적 책임은 선진국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공공의료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투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껍데기만 공공의료 시스템을 표방한다. 좋은 공공의료 시스템을 강조하면서도 돈은 안 쓰고 민간에게 책임을 전가하고는 가격만 통제하고 있다. 미국도 공공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의 30%인데 우리나라는 10%밖에 안 된다.

그러니 필요한 법적 조치, 수가 조정이 얼마나 돼야 하는지, 또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다 밝혀놓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의사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필요한 의사 규모를 가장 마지막에 던져야 하는데 거꾸로 해서 완전히 다 망쳐 놨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밝히면서 계속해서 비판한 게 그 이유다. 매년 2,000명씩 증원하면 의사가 배출되는 10년 뒤 매년 2,000명이 피부과의원을 개설할 것이다.

- 대학별 입학전형시행계획을 발표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의료계 분위기는 경색되고 있다. 이제는 손을 쓸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래서 처음 낸 중재안이 일단 의사는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정부는 2,000명 규모를 고집하지 말고,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다 없애야 하고, 또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자는 거였다. 그 협의체에는 정부와 의사, 환자단체 등으로 꾸려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의대 증원 규모를 산출해보자는 거였다. 중재안을 냈던 2월에는 가능하다 싶었다. 4월 말까지 대학별 입시요강을 발표하고 행정적으로 확정짓는 게 5월이니 당시 중재안을 수용하면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 몇 달이 지나가버렸다. 안 되는 거다.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1년 유예 말고는 없다.

1년이 우리나라 역사로 보면 얼마나 중요한가. 의사 하나 키우는데 15년이 걸린다. 의대 교수가 되고도 10년은 돼야 좋은 의사를 길러낼 수 있는 교육자가 될 수 있다. 새로운 협의체에서 1년간 의대 정원 규모를 정하자. 사실 지금 상태로는 의학 교육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앞으로 배출되는 의사들이 활동하는 미래 의료에 대한 방향도 들여다봐야 한다.

- 국회가 정부와 의료계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해 주길 바라기도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우선 의대 교수들과 대통령실이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주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번 주말에 될지 안 될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의사 후배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서로 같이 해결책 모색을 위해 의논하고 있다.

- 지역·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돼야 할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건강보험 체계 자체가 엉터리라고 생각한다. 건강보험 급여가 되는 분야는 하면 할수록 손해 보게 만들어놨고, 그 손해를 비급여로 충당하는 구조다. 급여는 그대로 원가 정도는 커버되도록 해야 비급여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 의료쇼핑에 대한 페널티도 없다. 의료쇼핑 페널티를 만들고 감기 같은 경증질환은 급여를 높여야 한다. 대신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을 높여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중증 암 환자 진료비가 1,000만원 이상 넘어가면 그 이상은 건강보험이 책임지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 제22대 국회에서 추진하고 싶은 입법·정책은 무엇인가.

의사과학자 육성 방안도 이대로 가선 안 된다. 의사과학자가 트레이닝을 받거나 양성하는 기관에는 진료 면허를 주지 않는 방안도 생각해봤다. 정식으로 수련의 과정을 밟아 진료하는 의사에게만 진료 면허를 준다면 의사과학자들이 진료 분야로 가지 못 간다.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 의사 동료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히포크라테스 선서할 때 감격스러웠다. 그때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의사 출신이지만 국민 편이다. 섭섭해 하는 의사들도 있겠지만 정치인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최적의 솔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가장 좋은 일은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 환자 곁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고집을 내려 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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