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원 교수 "완치 가능성 높이고 환자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치료"

한국MSD가 개발한 항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한 지 2년여가 됐다(2022년 7월 13일 식약처 허가).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호르몬 및 표적 치료가 듣지 않아 미충족 수요가 큰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비율을 높이고, 재발 및 전이를 막아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치료법으로 인정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유럽종양내과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에는 키트루다의 허가 3상 임상인 KEYNOTE-522 연구의 5년차(60개월) 추적관찰 데이터가 발표돼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서의 효과를 더욱 공고히 했으며, 같은해 12월 열린 ESMO Asia 2023에선 한국인 데이터가 발표돼 글로벌 환자군과 일관된 치료 경향성을 확인했다.

이처럼 검증된 데이터를 통해 NCCN 가이드라인은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치료에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을 우선요법(preferred regimen)으로 권고하고 있다. ASCO 가이드라인, 영국 NICE, 캐나다 CADTH 등에서도 해당 치료법을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비급여'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개최된 세계유방암학술대회(GBCC 2024)에서는 KEYNOTE-522 연구 데이터가 다시금 발표되며,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대한 키트루다의 임상적 가치가 재조명됐다.

이에 GBCC 2024 현장에서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대원 교수를 만나 KEYNOTE-522 5년차 데이터의 의미와 국내 임상 현장에서의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이 가지는 임상적 가치에 대해 들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대원 교수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대원 교수

-GBCC 2024에서 발표한 내용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의 효과를 연구한 KEYNOTE-522 임상에 대해 발표했다. KEYNOTE-522 연구에서 키트루다 치료군은 대조군 대비 유의미하게 높은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비율과 개선된 무사건생존율(EFS)을 나타냈는데, 3년 추적관찰에 이어 5년차 데이터에서까지 일관된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특히 KEYNOTE-522 임상은 아시아에서 한국 환자들이 가장 많이 포함된 연구였는데, 이에 대한 세부 분석도 진행됐다. 환자 수가 적어 통계적으로 유의한 데이터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절대적인 수치 비교에서 한국인이 서양인보다 키트루다 치료에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 통상 삼중음성 유방암은 병기가 낮을수록 pCR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데, KEYNOTE-522 연구에 포함된 한국인 환자들이 전체 환자군보다 조금 더 낮은 병기의 환자들이 많이 포함됐다. 다만 이러한 요소를 모두 감안하더라도 한국인 환자에서 글로벌 환자 대비 떨어지지 않는 좋은 결과를 보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나온 KEYNOTE-522 연구 결과들은 재발 방지 측면에서 충분한 데이터라고 보고 있다. 키트루다로 치료하면 재발률 감소에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KEYNOTE-522 연구에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을 하나의 치료 전략으로 구성한 것에 아쉬움을 가진다. 선행요법과 수술 후 보조요법을 나눠서 치료 효과를 확인했으면 조금 더 정확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지 않았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종양학 연구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것 같다. 기존에 1년 정도의 면역관문억제제 사용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데이터가 있었고,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을 모두 시행하는 데에도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pCR을 달성한 환자가 모두 재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재발은 처음 진단 받았을 때의 병기가 상당히 중요한데, 병기가 높았던 집단에서는 pCR 달성 이후에도 재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수술 전 보조요법을 6개월 사용하고, 수술 후 pCR 달성 여부를 구분해 다시 관찰하는 것인데, 현재 미국에서 해당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니, 그 결과가 나오면 좀 더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기 암 임상시험에 항상 제기되는 것이 '대리평가변수(Surrogate endpoint)'에 대한 의문이다.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무사건생존율(EFS)이 궁극적으로 전체생존(OS)에 대한 대리지표가 될 수 있는지 말이다.

pCR을 달성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재발이 적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항암화학요법으로 완전관해를 보이는 환자가 있고, 키트루다를 사용해서 완전관해를 보이는 환자가 있는데, 두 집단 중 키트루다를 사용한 환자의 재발률이 더 낮다는 점이다. 병리학적 완전관해는 병리학과 의료진이 현미경으로 보고 암세포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인데, 병리학적으로는 차이를 알 수 없지만 실제 더 깊은 완전관해가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키트루다를 사용했을 때 더 완벽하고 더 깊은 완전관해가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KEYNOTE-522 연구는 전체생존율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전체생존 차이를 확인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환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EFS 데이터를 통해 전이와 재발 위험 감소까지 확인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보험당국은 급여 심사 과정에서 전체생존율(OS) 데이터를 가장 우선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경우 무사건생존율(EFS) 데이터를 확인해야 하나.

병리학적 완전관해(pCR)보다는 무사건생존율(EFS)이 전체생존율(OS)의 대리지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도 무사건생존율(EFS) 결과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에서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이 허가를 받은 지 2년이 지났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이 얼마나 되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환자분들께 설명 드린 후 전적으로 환자의 결정에 맡기고 있다. 다만, 정부에서 치료비 일부를 지원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어, 병원 차원에서 관련 정보를 함께 안내하고 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치료비를 지원 받아 키트루다로 치료할 수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키트루다'는 전이성 단계와 조기 단계 모두 사용 가능하다. 보험 급여 면에서는 어떤 단계 치료가 더 시급하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대원 교수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대원 교수

사실 어느 하나 급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꼭 하나를 선택하라면 조기 단계에 사용되는 수술 전 보조요법(이하 선행항암요법)을 선택하겠다.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 목적은 '증상을 완화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고 아직 완치율을 많이 높인 치료법은 없다. 그러나 선행항암요법은 실질적으로 '완치 가능성을 높여주고 환자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치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행항암요법을 시행할 때는 강도를 높여 치료하는 측면이 있다. 전이성 암에서는 환자가 너무 힘들지 않게 치료하면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조기 암 치료는 완치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조금 힘들더라도 강하게 치료해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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