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출 자료에 대통령 발언 모음 포함
이병철 변호사 “그 의도 뭔지 의아” 비판

정부가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 관련 근거 자료에 포함된 '대통령 발언 모음'
정부가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 관련 근거 자료에 포함된 '대통령 발언 모음'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 근거 자료에 윤석열 대통령 발언 모음도 포함되자 “땡전뉴스냐”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 10일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근거자료 총 55건을 제출했다. 그 중에는 ‘의료개혁 관련 대통령 발언 모음’ 자료도 있었다. 이 자료에는 지난 4월 1일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을 비롯해 민생토론회나 국무회의, 중앙지방협력회의 등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 7건이 담겼다.

윤 대통령 발언이 포함된 자료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교육부의 ‘정원 배정 및 이후 조치 관련 참고자료’에도 국무회의 발언 등 지역의료 개선 관련 브리핑 내용으로 ‘대통령 말씀’ 3건이 발췌돼 있었다.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제출한 자료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의대생·전공의·교수와 수험생 측 법률대리인이다(ⓒ청년의사).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제출한 자료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의대생·전공의·교수와 수험생 측 법률대리인이다(ⓒ청년의사).

이를 두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의료계 측 법률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13일 “대통령 말씀 자료까지 낸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며 “그 의도가 뭔지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와 대한의학회가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전의교협과 의학회가 정부 제출 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제출한 자료 중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 요약 자료만 “그간 공개되지 않은 것”이고 “나머지 자료들은 굉장히 무의미한 자료”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통령 말씀 자료까지 낸 것을 보고 충격 받았다”며 5공화국 시절 보도됐던 ‘땡전뉴스’가 떠오른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과거 1980년대 대학 다닐 때 땡전뉴스가 있었다. 9시 땡하면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먼저 보도하는 게 땡전뉴스였다”며 “대통령 말씀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라는 식으로 제출됐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는 자료를 더 제출해야 한다. 소송을 방해하지 말라고 말하기 전에 국민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소송은 공개 재판이 원칙이다. 비공개 비밀 재판이 아니다. 그건 북한에서나 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재판은 모든 소송 자료가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 왜 밀실에서 재판해야 하느냐”고도 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국민 건강권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헌법상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오히려 정부가 소송 방해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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