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회·시도의사회 상의 없이 결정…"당일 통보" 불만
집단 휴진 필요성 떠나 의협 의사결정 구조 지적 이어져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은 지난 18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폐회사를 하면서 정부가 '3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은 지난 18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폐회사를 하면서 정부가 '3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도 '무기한 휴진' 카드를 꺼냈다. 의협 3대 요구안을 걸고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는 27일부터 휴진하겠다고 했다. 대학병원이 시작한 무기한 휴진 전선을 개원가 포함 의료계 전체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의협 최안나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무기한 휴진을 발표한 지난 18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 후 언론 브리핑에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등) 의대 교수단체와 협의하고 발표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19일 교수단체들과 갖는 연석회의나 전공의 대표와 공동으로 이끌게 될 범의료계대책위원회에서 자세한 내용을 다룰 거란 여지도 줬다.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연세의대)도 19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의협과 교수단체와) 협의해서 나왔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기한 휴진이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본인 SNS에서 의협 발표와 달리 범대위 공동위원장 제안을 받은 적 없다며 "무기한 휴진 역시 의협 대의원회 및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계에서 가장 먼저 무기한 휴진을 시작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아직 전달받은 바 없다"고 했다.

지역 의사 사회는 27일 무기한 휴진 관련 내용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지역 의사 사회는 27일 무기한 휴진 관련 내용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무기한 휴진 당사자인 개원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역의사회 회장들은 오는 27일 휴진을 "몰랐다"고 했다. 이번 18일 집단 휴진처럼 '당일 통보'라고 했다. 궐기대회 현장에서 의협 임현택 회장의 휴진 발표를 듣고 일정부터 확인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인천시의사회 박철원 회장은 "27일 무기한 휴진에 대해서 이전에 들은 바 없다. (궐기대회 현장에서) 처음 들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도의사회장 역시 "어제(18일) 궐기대회에서 처음 들었다. 달력을 보니 바로 다음 주라 지역 회원들이 난리"라며 "어제 휴진도 (단체행동을 선언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 당일에 확정됐는데 이번에도 통보식이다. 자꾸 회장이 결정했으니 따라오라는 식이라 걱정"이라고 했다.

시도의사회조차 논의에 배제되면서 집단 휴진 효과와 필요성을 떠나 의협의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이날 '27일 무기한 휴진 발표에 대하여'라는 대회원 서신에서 "집회 현장에서 발표를 듣고 당황스럽게 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발표 시 처음 들은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무기한 휴진은 임 회장의 1인 깜짝쇼가 아니라 시도의사회장단과 대의원회 등과 당연히 사전에 충분히 논의·검토하고 동의한 뒤 의료계가 한 마음으로 대국민 발표해야 한다"며 "의사결정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절성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회무와 투쟁이 반복되면 곤란하다"고 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집단 휴진이 회원과 국민에게 미치는 충격은 매우 크다. 성공 여부를 떠나 사회적 혼란과 의사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파업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을 회원이 공유해야 한다"며 "지금은 휴진 결정이 아무 동의 없이 폭탄 발언 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회장은 "(무기한 휴진 시작이) 당장 다음 주라 임원들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혼란스러워한다"며 "정부가 의료계를 대상으로 연일 각종 명령을 발표하듯이 의협에서 회원을 향해 '이렇게 하라'고 통보하면 안 된다. 회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만일 실패할 경우는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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