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주도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전공의들
일부 의사들, 멘토-멘티 프로그램에 모임 추진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한 지 4개월째다. 선배 의사들 사이에서는 이들과 교류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일고 있다(ⓒ청년의사).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한 지 4개월째다. 선배 의사들 사이에서는 이들과 교류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일고 있다(ⓒ청년의사).

병원을 나간 전공의들의 ‘싸움’이 길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나 교수단체 등 기성세대와 접점도 없어 보인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협이 구성한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중단하자 전공의들은 실망했다.

이런 전공의들과 접점을 찾아 유대 관계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의사회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움직이기보다 개별적이고 산발적이다.

신천연합병원 조병욱 소아청소년과장은 지난 23일 선배 의사와 사직 전공의 간 1대 1 교류를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사 모집을 시작했다. 인천시의사회 총무이사를 지내면서 도입한 ‘Mento-Menti Matching Program(MMMP)’을 전국으로 확대해 사직 전공의, 의대생들과 “함께 하자”는 취지다.

조 과장은 “수련을 그만두었을 뿐 의헙을 그만두지 않은 후배들이 의업으로 경제 활동을 영위하지 못하고 힘들게 지내고 있다”며 “대한의사협회가 내놓은 전공의 지원 대책은 ‘대출’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이다. 후배들이 과연 선배들에게 돈을 빌린다는 개념으로 지원 받아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조 과장은 MMMP로 “금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의업에 종사하는 선·후배 간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이번 투쟁을 계기로 의료현안부터 인생사까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멘토링(Mentoring)하자는 것”이라며 “경제적 지원을 일종의 계기에 불과하고 투쟁으로 인해 힘든 후배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선배로서 같은 공감을 나누기 위함”이라고 했다.

조 과장은 “전쟁에 참여하는 모두가 전투병인 것은 아니다. 지난 1차 휴진 14.9%는 선배들의 의지를 보여주긴 했으나 전투에 효과적이지 않았다”며 “가장 강력한 전투병인 사직 전공의와 학생들이 앞서 나가 있다. 선배 의사들은 그들이 지치지 않게, 외롭지 않게 보급을 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사직 전공의, 의대생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추진하는 선배 의사도 있다.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부산 지역으로 초대한다는 피부과 전문의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오는 8월 부산 지역에서 선배 의사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 테니 와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라고 했다. 이 글이 온라인상에서 퍼지자 다른 선배 의사들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한편, 의협은 지난 5월 2일부터 ‘긴급을 요하는 전공의 생계 및 법률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전공의는 의협 전용 콜센터(1566-2844)로 문의·접수하면 된다. 지원은 회장과 면담 후 제공된다.

하지만 의협 임현택 회장은 이 사업을 거론하며 “해당 업무 이사는 의협에서 밤낮없이 살다시피 하고서 죽어라고 지원해줬더니 고맙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컴플레인만 가득”이라며 “왜 내가 내 몸 버려가며 이 짓 하고 있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대전협이 불쾌한 임현택 회장 “전공의 문제 손 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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