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의사회장이 본 의료현안② 의정갈등
양승덕(충북)·최정섭(광주)·김민관(경남)·정경호(전북)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은 16개 시도의사회장을 차례로 만나 의료 현안과 의대 정원 증원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은 16개 시도의사회장을 차례로 만나 의료 현안과 의대 정원 증원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청년의사).

의정 갈등이 넉 달을 넘겼다. 의대 정원 증원 전면 재검토와 함께 정부와 동등한 위치에서 필수의료 정책을 논할 기회를 요구하는 의료계 목소리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지역과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할 열쇠로 여기지만 바로 그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은 16개 시도의사회 회장을 만나 의료 현안과 의대 정원 증원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대면과 서면으로 진행하는 인터뷰에서 각 의사회 회장은 지역 상황에 비춰 현재 의정 갈등과 필수·지역의료 해법을 제시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충청북도의사회 양승덕 회장, 광주광역시의사회 최정섭 회장, 경상남도의사회 김민관 회장, 전북특별자치도의사회 정경호 회장이 질문에 답했다(인터뷰 진행 순).

-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 의·정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이를 타개할 해법이 있을까.

양승덕: 해법은 간단하다. 잘못된 길을 빨리 인지하고 되돌리는 것이다. 이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국민 건강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두고 과학적 근거에 따라야 한다. 정부는 의료 사태를 마치기 위해 조속히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최정섭: 흡사 치킨게임 양상이다. 의료계 반발은 단지 기득권 지키기나 직역 이익 차원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를 국민이 알아줘야 한다. 정부는 일부 경영자 의사 언로만 중시하고 절차를 무시한 채 민주 시대에 어긋나는 국가 운영을 하고 있다. 의료계 반발은 의료계를 떠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김민관: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갈 명분이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명분을 줄 수 있는 건 정부뿐이다. 정부가 태도를 바꿔야 사태가 해결된다.

정경호: 회복 불능 상태가 되기 전에 정부가 결자해지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보여야 한다. 위법적인 행정명령을 취소하고 필수의료 회생을 위한 적절한 보상 체계와 ‘필수의료 사고 특례법’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대입 전형 확정 발표로 문제가 더 해결하기 어려워졌지만 의사 수 수급 추계위원회를 구성해 인구 변화에 탄력적이고 일관성 있게 대응해야 한다. 또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의료 현안 해결을 위해 의정 상설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와 국가 발전을 위해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충청북도의사회 양승덕 회장(사진 제공: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충청북도의사회 양승덕 회장(사진 제공: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 의대 증원의 주요 목적이 될 만큼 지역의 필수의료 유지가 화두다. 정치권은 의대 신설까지 추진하고 있다. 지역 의료원처럼 공공의료기관 추가 건립도 주요 의제다.

양승덕: 인구 감소와 의료 공백은 수도권 외 대부분 지자체가 품은 고민이다. 그만큼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위기는 예견됐다. 충북의사회 회원 대다수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한다. 의료가 망하는 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의료인 구하기가 어렵다며 지역 의대 증원에 일정 부분 찬성하는 회원도 있다.

그간 정부는 지역과 필수의료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는 의료계 경고를 묵살해 왔다. 이 복잡한 문제들은 정부나 정치인이 생각하듯 한 번에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해 의료계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얽힌 실타래 풀듯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최정섭: 먼저 '전남에 의대가 없다'는 주장은 원칙적으로는 사실이 아니다. 전남의대가 전남 화순에 있다. 현재도 인구 소멸과 수도권 쏠림으로 전남은 환자가 줄어 지역 대학병원이 노벨상이 아니라 생존을 걱정한다. 10년 후에는 세금 부담 때문에 있던 의대도 없애라고 시민단체가 시위할 것이다. 지역의료를 진정 걱정한다면 기존 지역 병원이 24시간 필수의료 전문의를 둘 수 있도록 돕고 지금 있는 의대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도록 기초의학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당장 필요하고 효율적인 정책이다.

현재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광주와 울산만 지방의료원이 없다. 광주의료원은 필요하다. 의사회는 의료원 건립을 찬성한다. 다만 기존 의료원처럼 의사가 노동조합이 의료원 중심이면 안 된다. 광주 시립 제2요양병원은 폐업했다. 처음부터 설계를 잘못했다. 환자를 위한 병원은 의사가 잘 알고 의사가 만들어야 세금을 축내지 않는다. 기존 방식을 답습하면 의료원 적자를 메꾸느라 시민 허리만 휠 것이다.

김민관: 지역 환자의 수도권 쏠림은 인간 본능에 기인한 현상이다. 일정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심뇌혈관 질환 같은 중증응급질환은 반드시 지역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 이 부분에 의료 인력양성이나 인프라 구축을 집중해야 한다.

경남은 일차 의료기관에서 2·3차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전원하는 게 어렵다. 시스템이 부족하다. 시와 군이 섞여 있는 지역 특성 탓에 각 지자체 간 의료 인프라 격차도 크다. 특히 경남 서부 지역은 심뇌혈관 질환 사망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상적인 진료는 문제없어도 전문응급의료센터는 필요하다. 진주의료원 재건립도 일반적인 종합병원이 아니라 중증심뇌혈관질환에 특성화된 전문공공의료원 방향으로 가야 한다.

광주광역시의사회 최정섭 회장(사진 제공: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광주광역시의사회 최정섭 회장(사진 제공: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 의협은 의사 정치 세력화를 강조하고 있다. 시도의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양승덕: 감염병 사태를 여러 차례 겪으며 의사회 역할과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지자체 사업 가운데 의사회 도움 없이 하기 어려운 것이 꽤 있다. 이를 활용해야 한다. 지자체와 국회의원이 교류하고 사업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우선은 의사회 회원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정섭: 최근 검사를 필두로 법조인과 언론인, 시민단체 운동가가 정치계 주류로 나섰지만 순기능보다는 안 좋은 면이 더 많다고 본다. 이전에는 선배 의사들도 국회로 진출했다. 지역사회 인식 전환에 관심을 쏟고 친(親)의료계 정치인을 후원하면서 의사 정치 신인을 양성해야 한다.

김민관: 지역 정치인과 평소에 유대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예전에 간호법 발의에 참여한 지역 국회의원은 간호법이 뭔지도 모르면서 서명했다더라.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 평소에 의료계 문제와 해결책을 정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우리 이야기에 귀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 관계는 평소에 쌓아야 한다. 일이 터졌을 때 정치인을 찾아봐야 소용없다.

정경호: 우리 의사회는 지난해 '올의모(올바른 의료정책을 위한 의사들의 모임)'를 창립하고 국회의원이나 유관단체 기관장, 시도 의회 의원 등을 초청해 의료 현안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힐 기회를 갖고 있다. 올의모는 올바른 의료 정책 수립과 의권 수호가 목표다. 단 의사 정치세력화는 회원 간 소통으로 단합된 힘이 일차적이다. 회비 납부율로도 설명할 수 있다. 국민과 함께하려면 의사회의 사회적 책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경상남도의사회 김민관 회장(사진 제공: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경상남도의사회 김민관 회장(사진 제공: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 새로 출범한 42대 임현택 의협 집행부에 대한 기대나 조언은.

양승덕: 지역 회원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목소리를 잘 들어주고 역동적인 의협으로 이끌리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의협 수장으로서 다소 돌발적인 언행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 회장이 의협을 성실히 잘 이끌리라 믿는다.

최정섭: 임 회장은 대정부 투쟁력과 추진력을 발판 삼아 그 능력을 인정받 당선됐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역임했고 의협 회장도 재도전 끝에 당선됐으니 준비돼 있으리라 기대한다. 다만 의협 회장은 공인 중의 공인이다. 국민에게 존경받는 회장으로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고 중요한 문제는 16개 시도의사회장과 긴밀하게 소통해 해결하길 바란다.

김민관: 임 회장이 소청과의사회장으로 일했으나 지역 의사회 경험이 없어 다소 우려가 된다. 단일 집단인 진료과를 이끄는 것과 다양한 직역과 진료과가 섞인 지역 의사회 회무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의협 집행부나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가 돕고자 하니 임 회장도 귀와 마음을 열고 충언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정경호: 의료계 절체절명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하길 바란다. 국민 생명을 수호하고 회원 권익 보호에 부합하는 방향이길 바란다. 14만 회원을 대표하는 의협의 수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고 의협 위상을 확고하게 정립해 달라. 어려운 이웃에게 사회적 책무를 다 하고 국민과 회원에게 존경과 신뢰받는 의협으로 이끌어 주길 바란다.

전북특별자치도의사회 정경호 회장(사진 제공: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전북특별자치도의사회 정경호 회장(사진 제공: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 마지막으로 회원에게 한 마디.

양승덕: 의료계가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헤쳐 나가려면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은 회원의 관심과 협조에서 나온다. 정부 행태에 더 관심 갖고 한목소리로 ‘stop’이라 힘차게 외쳐야 할 때다. 우리 바람은 하나뿐이다. 대한민국 의료가 올바르게 서서 건강하게 이어지는 것이다.

최정섭: 2025년도 의대 정원 증원 확정 발표와 최근 법원 결정 등 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반드시 정부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국민에게 다시 한번 알려야 한다. 꼭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

김민관: 의사는 직접 참여를 귀찮아하고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 ‘돈은 내줄 테니 싸움은 너희가 해라’ 하는 성향이 많다. 물론 성실하게 회비를 납부하고 성금을 내는 회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러나 직접 행동하고 참여하는 회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 의협에 많은 관심과 직접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정경호: 위기를 극복하려면 회원이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단합해야 한다. 의료농단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의협과 단일대오를 유지해 달라. 어려운 가운데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금 모금에 참여하고 기부한 회원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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