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연구팀, ‘냉각모자’ 탈모 예방 효과 입증
안진석 교수 “암 환자 탈모도 헤아려야 치료 완성”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냉각모자가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

국내 의료진이 암 환자의 ‘탈모 고민’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목된다. 두피 열을 내리는 ‘냉각모자’ 착용이 항암 치료 이후에도 지속되는 탈모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암교육센터 조주희·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냉각모자가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1일 발표했다.

암 환자의 탈모는 항암제의 특정 성분이 모낭세포나 피부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인데, 암 환자들은 치료로 인한 외모 변화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절반 이상의 환자들은 외모 변화 탓에 가정과 사회 문제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에 연구팀은 냉각모자에 주목했다. 선행 연구에서 냉각모자를 쓰면 혈관이 수축돼 두피로 가는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모낭세포를 망가뜨리는 항암제 영향도 감소시켜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냉각모자는 머리가 닿는 부분에 매립된 관을 따라 냉각수가 일정 온도로 순환하면서 두피 열을 내리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연구팀은 냉각모자를 쓰더라도 모발이 아예 빠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모발이 빠지더라도 중요한 세포들은 보호가 돼 모발이 다시 날 때 냉각모자를 쓰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한 모발이 자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지난 2020년 12월 23일부터 2021년 8월 27일 사이 유방암 1~3기로 진단받고 치료받은 139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환자를 냉각모자군 89명과 대조군 50명으로 나누고 나머지 임상적 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해 냉각모자 착용 유무에 따른 지속탈모와 모발의 양과 굵기, 스트레스를 비교했다.

환자들은 항암 치료 전 30분 동안 모자를 착용하고 치료 후 90분 동안 모자를 추가로 쓴 채 연구에 참여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연구 기간 동안 환자에게는 머리를 밀지 않도록 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속탈모는 항암치료 전 보다 모발의 양 또는 굵기가 항암치료 6개월 이후 시점에도 회복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정의했는데, 대조군의 52%가 지속탈모를 경험한 반면 냉각모자군은 13.5%에서만 나타났다.

모발 두께는 치료 시작 전 보다 치료 후 6개월이 지난 시점 대조군에서 7.5μm 감소한 반면 냉각모자군은 1.5μm 증가했다. 연구 시작 당시 두 집단 간 모발 두께 차이는 없었지만 채료 후 9.1μm 차이를 보였다.

항암치료 종료 6개월 뒤 가발 착용도 냉각모자군에서 크게 줄었다. 탈모를 가리려 가발을 착용하는 환자 비율이 대조군은 32%에 비해 절반 수준인 17%에 불과했다. 환자들이 보고한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 스트레스도 6개월 시점에 냉각모자군이 유의미하게 더 낮았다.

안 교수는 “냉각모자를 착용하면 모낭 손상이 덜하기 때문에 항암치료 후 머리카락이 다시 날 때 빨리 나고, 굵은 모발이 날 확률이 높아진다”며 “탈모는 환자 삶에 다양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부분도 포함할 수 있어야 암 치료가 완성될 수 있다. 환자에게 근거 기반 치료를 선택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의료진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한편, 항암환자를 위한 냉각모자는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를 받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암 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실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보조적 암 치료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의료기술 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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