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대한암학회 공동기획①] 전문가 200명 설문조사
국내 암 전문가 대다수는 NGS 선별급여 개정에 '부정적'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개발 등 정밀의료의 발전으로 암 생존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암 치료와 진단에 있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검사의 중요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최근 보건당국은 지난 2017년부터 시행해 온 NGS 검사의 선별급여 기준을 개정하며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본인부담률을 높였다. 국내 암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청년의사는 창간 32주년을 맞아 국내 암 전문 다학제 단체인 대한암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개정된 선별급여 기준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과 향후 국내 암 치료 환경에 미칠 여파를 두 편에 걸쳐 정리한다.

청년의사는 대한암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개정된 NSG 검사 선별급여 기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설문조사에는 200명이 참여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청년의사는 대한암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개정된 NSG 검사 선별급여 기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설문조사에는 200명이 참여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는 암 치료 영역에서 상당히 진전됐다. 유전체 분석, 분자 진단 기술, 면역요법, 표적치료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정밀 방사선 치료 등의 기술들이 암 치료의 개인화를 가능하게 하며,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유전체 분석은 개개인의 암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는 암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를 타깃으로 한 항암제인 만큼 유전자 분석 검사를 통해 내 몸속에 있는 종양 변이 유전자를 찾는 게 필수적이다. 이에 암 치료 현장에선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검사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이 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7년 NGS 유전자 패널검사를 조건부 선별급여 50% 항목으로 지정해 급여를 적용해 왔다. 이를 통해 국내 암환자들은 1회에 한해 약 70만원 대에 NGS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자 패널검사' 관련 급여 고시('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 사항' 일부개정.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3-226호)를 통해 그간에 선별급여 혜택을 축소했다.

진행성∙전이성∙재발성 폐선암 환자에서는 본인부담률 50%가 유지됐지만, 그 외 진행성∙전이성∙재발성 고형암(폐선암 제외)과 형질세포종, 급성골수성백혈병, 급성림프구성백혈병, 골수형성이상, 골수증식종양, 악성림프종 및 유전성 질환 환자에서는 오히려 본인부담률이 80%로 증가한 것이다.

개정안이 발표되자 국내 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렸다.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세계적인 추세와 임상 현장의 니즈(Needs)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반면, 한편에서는 기존의 선별급여 기준이 폐암을 제외한 타 암종에서 비용효과적이지 않았기에 필요한 개정이었다는 의견도 일부 제기됐다.

하지만 청년의사가 대한암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암 전문가들 대다수는 이번 선별급여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의사는 지난 6월 3일부터 5일까지 대한암학회 회원 200명을 대상으로 NGS 검사의 선별급여 개정안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객관식과 일부 주관식 문항으로 진행됐으며, 총 200명의 회원이 설문에 응했다.

대한암학회가 다학제 단체인 만큼 내과, 외과, 병리과, 방사선과, 진단검사의학과, 기초의학 등 다양한 전문과의 회원들이 설문에 참여했다.

먼저 응답자의 절대 다수는(89.5%)는 현 시점에서 NGS 검사가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했다.

'현 시점에서 암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NGS 검사가 필요한 검사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매우 필수적이다(90명)', '필수적이다(89명)', '보통이다(17명)', '별로 필요하지 않다(4명)', '전혀 필요하지 않다(0명)' 순으로 응답했다(그림1).

현 시점에서 암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NGS 검사'가 필요한 검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림 1] 현 시점에서 암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NGS 검사'가 필요한 검사라고 생각하십니까.

반면 '암과 관련한 NGS 검사에 대해 현재 적절한 정책적(검사 범위, 환자 부담 등)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110명)', '보통이다(52명)', '그렇다(20명)', '전혀 그렇지 않다(13명)', '매우 그렇다(5명)' 순으로 답해, 절반이 넘는(61.5%) 응답자들은 정부의 현 지원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2).

[그림2] 암과 관련한 NGS 검사에 대해 현재 적절한 정책적(검사 범위, 환자 부담 등)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이번 NGS 검사의 선별급여 개정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3%(166/200)가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반면 '긍정적'이라고 답변한 비율은 10%(20/200)에 불과해 국내 암 전문가들은 향후 NGS 선별급여에 개선에 대한 여지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매우 부정적이다(59명)', '부정적이다(107명)'라고 답한 응답자가 대다수였으며, 나머지는 '긍정적이다(17명)', '별 영향 없다(14명)', '매우 긍정적이다(3명)' 순이었다(그림3).

[그림3] 이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림3] 이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히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166명)들은 '효과적인 치료에 대한 접근성 보장(140명)', '진행암 환자들의 보장성 확대 필요(103명)', '한번에 여러 유전자 동시 검사로 효율성 증대(불필요한 검사 축소, 80명)',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 향상(74명)', '관련산업 육성 및 미래의학 발전을 위해(63명)' 본인부담률을 높여선 안된다고 답했다(복수 응답 가능, 그림3-1).

[그림3-1] NGS 검사 본인부담률을 높이면 안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복수 응답 가능)
[그림3-1] NGS 검사 본인부담률을 높이면 안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복수 응답 가능)

반면 '긍정적' 혹은 '별 영향 없다'고 답한 응답자(34명)들은 '무분별한 처방을 제어하기 위해(17명)',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16명)', '임상적으로 도움이 되는 환자 수가 적어서(11명)', 'NGS검사가 비용 효과적이지 않아서(9명)'를 본인부담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로 들었다(복수 응답 가능).

[그림3-2] NGS 검사의 본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복수 응답 가능)
[그림3-2] NGS 검사의 본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복수 응답 가능)

'현 NGS 검사 관련 선별급여 정책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과반이 넘은 응답자가 '비용 부담 구조 개선(110명)'을 꼽았다(그림4).

나머지는 '급여 대상 질환 세부조정 (50명)', '검사 횟수 확대 (10명)', '접근성 개선 (26명)' 순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검사 가능 기관 및 검사 수가 확대' 등이 제시됐다.

[그림4] 현 NGS 검사 관련 선별급여 정책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림4] 현 NGS 검사 관련 선별급여 정책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또한 '암환자들에게 이상적인 NGS 검사 비용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는 '환자 부담 30%(92명)', '환자 부담 5%(57명)', '환자 부담 50%(42명)', '환자 부담 100%(4명)' 순으로 답해, 응답자의 74.5%(149/200)는 오히려 환자부담률을 더 낮춰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임상적 유용성에 따라 암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림5] 암환자들에게 이상적인 NGS 검사 비용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림5] 암환자들에게 이상적인 NGS 검사 비용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NGS 검사가 암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이러한 의견을 고려해 NGS 검사의 접근성을 높이고 환자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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