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학평가에서 상승세 보이는 연세의대
이은직 학장 "융합연구력 갖도록 뒷받침"
교원인사제 개편 추진…"잘 하는 걸 해야"

연세의대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최근에는 서울의대를 제치고 '한국 의대 1위' 자리를 차지했다는 평가 결과도 나왔다.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스고등교육(THE)’이 발표한 ‘2023 세계대학순위’ 의학(clinical and health)부문에서다.

이 평가에서 연세의대 순위는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연세의대는 연구실적과 교육여건, 산학협력수익, 국제화 등 평가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영국 대학평가기관 ‘Quacquarelli Symonds(QS)’나 미국 시사주간지 ‘US News&World Report(USNWR)’가 발표하는 세계대학순위에서도 연세의대는 꾸준히 '성적'이 올랐다.

연세의대는 이처럼 높은 순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로 ‘융합연구력’ 향상을 꼽았다. 그간 의학교육 환경 변화에 발맞춰 교육과정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동시에 의사과학자 양성에 힘을 쏟은 결과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연세의대에서 하는 의학교육에는 유독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CDP2004(Curriculum Development Project 2004)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3번에 걸쳐 이뤄진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성과중심교육과정을 마련했고, 지난 2014년에는 의대 최초로 학생평가에 절대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최근 의대 인재들을 의생명과학과 바이오산업 리더로 육성하기 위한 ‘연세 의사과학자(Physician-Scientist) 양성사업단’을 발족하고 의학교육 전주기에 걸친 의사과학자 양성에 소매를 걷었다.

연세의대 이은직 학장은 최근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연세의대가 세워진 이후 수많은 발자취가 모여 이뤄낸 결과”라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책임감이 무거워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학장을 만나 미래 의학교육의 강자로 자리매김 한 연세의대의 미래 의학교육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연세의대는 올해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스고등교육(THE)'이 발표한 '2023 세계대학순위' 의학부문에서 하국 의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은직 학장은 "연세의대가 처음 세워진 이후 수많은 발자취가 모여 이뤄낸 결과"라고 전했다(사진제공: 연세의대).
연세의대는 올해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스고등교육(THE)'이 발표한 '2023 세계대학순위' 의학부문에서 하국 의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은직 학장은 "연세의대가 처음 세워진 이후 수많은 발자취가 모여 이뤄낸 결과"라고 했다(사진제공: 연세의대).

-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스고등교육(THE)’이 발표한 ‘2023 세계대학순위’ 에서 연세의대는 세계 32위, 국내 1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학생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수들이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왔다. 연세의대가 이 땅에 세워진 이유이기도 하다. 평가순위와 관계없이 교육과 연구에 대한 우리의 고민은 계속되겠지만 세계가 연세의대의 성과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연세의대가 세계 우수한 의대들과의 경쟁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의대는 3가지 기능이 있다. 의학교육과 의학연구, 진료다. 의대 평판이 좋아졌다는 의미는 의학연구가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각고의 노력과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하고 그 바탕에는 우수한 인적자원이 있어야 한다.

해마다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의대로 유입되고 있다. 인재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려는 노력을 해왔다.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처럼 교수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하드웨어적인 뒷받침에 더해 바람직한 의학교육을 개발하고 적용하기 위해 동곡의학교육원을 설립해 소프트웨어적인 뒷받침이 그 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의사과학자가 되려는 인재들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한 연세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을 꾸려 연세의대 인재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는 연세의대의 융합연구력을 끌어 올린 역할을 했다. 임상과 기초의학, 외부 전문가 그룹과 협업을 통해 더 좋은 논문을 낼 수 있다.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를 통해 이같은 얼라이언스 팀이 형성됐고, 이를 토대로 융합연구력이 향상됐다.

- 연세의대 의학교육 앞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다. 변화하는 의료 환경과 교육 환경에 발맞춰 계획하고 있는 부분이 또 있을까.

지난 1886년 3월 29일 제중원의학교로 개교한 이래 지속적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해 왔다. 특히 지난 2000년부터 교육과정 개발사업단(Curriculum Development Project, CDP)을 구성해 의학 발전과 사회 요구에 따른 개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다. CDP 2004에서 CDP 2013을 거쳐 새해에는 CDP 2023이 시작된다. CDP 2023에는 새로운 시도를 담았다. 특히 인문사회의학 과정, 의학연구입문 과정, 연구멘토링으로 운영되는 학생연구과정이 예과 1학년부터 본과 4학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운영되는 게 큰 특징이다.

나아가 탁월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4학년 1학기 조기 졸업 후, 2학기에 의대 석사과정으로 이수할 수 있는 학·석사 연계과정도 도입할 예정이다.

- 연세의대가 의학교육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 교육 목적이 있다. 바로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의학과 다양한 전문 분야를 선도하는 지도자를 육성해 겨레와 인류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대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CDP 2004에서는 학생들의 자율학습 능력을 강화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학생 참여를 끌어내는 데 주안점을 둔다. CDP 2013에서는 글로벌 팀리더 양성을 위해 학생들이 경쟁 관계에서 융합과 협력 관계로 변화할 수 있도록 기존 상대평가제도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도 했다. 결국 변하지 않는 가치관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끊임없는 변화가 연세의대 의학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 질 높은 교육을 위해서는 교수들이 ‘진료-연구-교육’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연세의대는 어떤가.

진료, 연구, 교육은 의대 교수에게 부여된 커다란 사명이다. 오랜 기간 의대 교수들은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진료, 연구, 교육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란 쉽지 않다. 교수마다 개성도 다양하다. 진료보다 연구나 교육에 장점을 갖고 있는 교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모든 교수들이 획일적으로 이 모두를 담당하는 것은 과도한 부담감을 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지도 않다.

연세의대는 교원인사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진료에 강점이 있는 교수는 진료에 더욱 집중하고, 연구에 강점이 있는 교수는 연구에 집중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목표다. 당연히 교육에 강점이 있는 교수는 최고의 교육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교수들이 다양한 개성을 살리고, 각 영역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되길 기대한다.

- 연세의대가 의학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908년 연세의대의 전신인 제중원의학교를 1회로 졸업한 7명의 학생은 우리나라 최초로 면허를 가진 의사가 됐다. 이들 중 김필순, 신창희, 박서양, 김희영, 주현칙 선생 등 5명이 독립운동가로 활동을 했고, 폐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홍종은 선생, 세브란스의학교에 남아 안과와 이비인후과 분야를 가르친 홍석후 선생이 있다. 학생들을 독립운동가와 의학교육자로 키운 에비슨 선교사의 교육 철학 정신이 연세의학교육 뿌리로 자리 잡아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백성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 나라를 구하는 의사를 배출하는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과 꿈이 있는 학교로 성장시켜 왔다.

불과 2년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제작하는 국가와, 구매하는 국가, 그렇지 못한 국가로 나뉘는 것을 봤다. 점점 의학 발전이 국가의 먹거리가 되고 국력의 척도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연세의대의 우수한 인력이 의학을 발전시켜 나라와 인류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의학교육을 선도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다. 이런 연세의대의 사명에 공감하고 도와준는 분들도 있다. 특히 얼마 전 별세한 동곡 김건철 선생의 경우 연세의대의 의학교육발전 등에 써 달라며 기부도 했다. 이를 통해 동곡의학교육원이 설립됐다.

- 임기 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연세의대 인재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무대를 만들고 싶다. 우선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의대 신축이 추진되고 있다. 새 건물을 지어 학생들이 쾌적하게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만들고, 교수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충분한 장소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러나 단순히 장소제공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개성과 창의성을 강화하면서도 협력과 소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건축물이 완성되는 게 목표다. 더불어 현재 추진 중인 의사과학자양성사업이 안정화되고 CDP 2023과 같은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이 잘 정착되는 것도 당면한 목표다. 나아가 연세대 공과대나 생명시스템대학 등과 협업을 통해 젊은 교수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뒷받침 하고 싶다.

-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수한 인력을 토대로 의학교육과 의학연구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기부문화가 확산된 해외의 경우 의학교육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아니다. 의학연구와 질병치료 기전을 밝히려는 의대에는 기부금이 많이 들어와야 의학연구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거라고 생각한다. 의사과학자 양성이나 교원인사제도 개편도 마찬가지로 제도 시행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경제적인 문제다. 진료를 봐야 수입이 생겨 기관이 돌아가는데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곡 선생이 100억원을 의학교육발전 등에 써 달라며 기부한 금액이 쓰여질 예정이다. 결국 기금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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