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뚜껑부터 환자 '식사량' 두고 법정 공방
"의료법 위반이 곧 환수 사유 될 수 없어"

2022년에도 의료계는 다사다난했다. 청년의사는 지난 한 해 의료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을 ‘10대 뉴스’로 선정하고 그에 미치진 못해도 이슈가 된 사건을 ‘언저리 뉴스’로 정리했다.

환자 식사를 두고 보건당국과 벌어진 12억원대 소송에서 재판부가 요양병원 손을 들어줬다(ⓒ청년의사).
환자 식사를 두고 보건당국과 벌어진 12억원대 소송에서 재판부가 요양병원 손을 들어줬다(ⓒ청년의사).

과일·채소 그릇에 '밥뚜껑'을 안 덮었다가 12억원을 물 뻔한 요양병원이 있다. 업무 정지로 문까지 닫을 뻔했지만 관련 법리 전환으로 구사일생했다. 보건 당국은 요양병원 환자들이 뚜껑 없는 식기로 식사량이 많아지면 영양불균형이 올 수 있다는 논리까지 폈지만 재판부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A요양병원은 일반식 환자들이 과일이나 채소를 더 먹을 수 있는 자율배식(뷔페식)을 선보이고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그러나 실손의료보험사들은 이 밥뚜껑 없는 자율배식을 의료법 시행규칙 위반으로 민원 제기했고 결국 지난 2018년 A요양병원은 과징금과 부당이득 환수 처분을 받았다. 다 합해 12억원이 넘는 돈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네트워크병원 환수 사건'이 터지면서 더이상 의료법 위반이 곧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환수 사유가 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논점을 바꿨다. 의료법 시행규칙 영역인 밥뚜껑 대신 건보법 요양급여 기준인 '의사 처방'을 환수 근거로 선택했다.

당국은 요양병원이 환자에게 과일과 채소를 추가로 제공해 영양불균형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환자 일반식은 복지부가 제정한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을 기본으로 하지만 "과일·채소를 얼마나 먹는 게 의사 처방에 맞는지" 규정하진 않는다. 복지부와 공단은 다른 근거도 대지 못했고 재판부 판결에 따라 A요양병원에 대한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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