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조력조엄사법’ 발의에 우려 커진 의료계
醫 “‘존엄한 죽음’ 무엇인지 사회적 합의 필요”

2022년 의료계 최대 화두는 코로나19를 밀어내고 ‘필수의료’가 차지했다. 그렇다고 필수의료와 관련된 논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면서 보건의료정책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의대 신설' 등 해묵은 논쟁도 반복됐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 의료계를 청년의사가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사진: 청년의사DB)
(사진: 청년의사DB)

'의사조력존엄사'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존엄사가 아닌 의사가 자살을 돕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의사조력존엄사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발의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 개정안'에서 시작됐다.

개정안은 말기환자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환자들이 담당의사의 조력을 받아 자신이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조력존엄사 대상자 결정일부터 1개월이 경과하고 대상자 본인이 담당의사와 전문의 2명에게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 한해 조력존엄사 이행’이라는 구체적인 절차가 명시됐다. 조력존엄사를 도운 담당의사에 대해서는 형법에 따른 자살방조죄 적용을 배제하는 의료진 보호 조항도 포함됐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나 의료인에 대한 죽음 교육 수준을 봤을 때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내과 고윤석 교수는 지난 3일 열린 한국정신종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의과대학조차 죽음을 교육하지 않는 시점에서 조력자살을 의사에게 맡기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복잡한 미적분 문제를 풀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며 “'조력존엄사'는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도 의료행위로서도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의사조력자살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환자의 죽음에 일조하는 조력자살이 의료인 정체성까지 흔들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의료진의 감정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과 문재영 교수도 최근 열린 ‘2022년 한국의료윤리학회 추계합동학술대회’에서 “연명의료 중단을 해온 의사로서 현장에서 느낀 감정적 부담도 적지 않다”며 “국가 차원에서 제도로 지원을 해주든, 의과대학에서 교육으로 제공하든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해줄 수 있을지 제도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안락사나 존엄사 도입과 관련해 이슈를 쟁점화하는 논의가 아닌 진정성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존엄한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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