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ex 2023 로봇 활용한 병원 사례 공유
"병원, 로봇 도입하기 어려운 환경" 한목소리
로봇 이용한 직원‧환자 만족도는 높아

의료기관들은 어떤 로봇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21일 오전 일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열린 HiPex 2023(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3, 하이펙스 2023)에서는 용인세브란스병원, 한림대성심병원, 삼성서울병원 사례를 중심으로 의료기관의 로봇 활용 현황과 가능성을 짚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디지털의료산업센터 박진영 소장은 21일 하이펙스 2023에서 '신입 의료서비스로봇의 좌충우돌 병원 입사이야기'를 주제로 발표했다(ⓒ청년의사).
용인세브란스병원 디지털의료산업센터 박진영 소장은 21일 하이펙스 2023에서 '신입 의료서비스로봇의 좌충우돌 병원 입사이야기'를 주제로 발표했다(ⓒ청년의사).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20년 개원과 동시에 로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디지털의료산업센터 박진영 소장(정신건강의학과)은 ‘신입 의료서비스로봇의 좌충우돌 병원 입사이야기’를 주제로 로봇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현재 ▲안내 로봇 ▲이송 로봇 ▲수술실용 이송 로봇 ▲중량 이송 로봇 등 총 10대의 의료서비스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신입’ 로봇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로봇을 부서 일원으로 여길 수 있도록 각 부서에서 활용 로봇 이름짓기를 시행했다.

그 결과 가이드로봇에는 ‘안내양‧안내군’, 혈액이송로봇에는 ‘래비’, 키즈로봇에는 ‘키리니’, 간호카트로봇에는 ‘선서니’, 벨보이로봇에는 ‘짐캐리’, 의료소모품이송로봇에는 ‘나르샤’, 수술도구이송로봇에는 ‘기송이’, 약제이송로봇에는 ‘피용’, 검체이송로봇에는 ‘이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박 소장은 “병원 내 로봇 활용 원칙은 (모든 로봇이) 네트워크로 잘 연결되고 분석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기술을 위한 기술이 돼서는 안되고 현장에 녹아드는 기술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눈높이를 낮춰 로봇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로봇이 자율주행한다고 해도 방화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승강기에 탈 수 있도록 (승강기와) 연계해줘야 한다”며 “쉽지 않다.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 움직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박 소장은 “환자 경험을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듯이 로봇 활용과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이를테면 키즈 로봇은 아이들의 처치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것에 효과가 있다”며 “병원에 로봇을 활용하면 환자도 여러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림대성심병원 이미연 커맨드센터장은 21일 하이펙스 2023에서 '우리 병원에서도 로봇을 잘 쓸 수 있을까'를 주제로 발표했다(ⓒ청년의사).
한림대성심병원 이미연 커맨드센터장은 21일 하이펙스 2023에서 '우리 병원에서도 로봇을 잘 쓸 수 있을까'를 주제로 발표했다(ⓒ청년의사).

한림대성심병원은 2022년 기준 안내 로봇, 배송 로봇, 방역 로봇, 비대면 다학제 로봇 등 총 28대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72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한림대성심병원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외래 안내 1,374건, 배송 2,937건, 방역 5,077건, 입원환자 대상 동영상 안내 181건, 비대면 다학제 진료 7건, 야간 순찰(테스트 중) 2건, 재택관리서비스 52건 등에 로봇을 활용했다.

로봇 사용 관련 만족도 조사 결과, 배송 로봇을 활용한 간호사 63명 중 73%가 ‘단순 업무가 경감돼 편하다’고 했으며, ‘배송 로봇을 계속 사용할 생각’이라는 응답이 81%, 병원의 로봇 도입은 필수적‘이라는 응답이 89%였다.

비대면 다학제 로봇을 활용한 환자 82명 대상 만족도 조사에서는 ‘영상 안내가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92%, ‘로봇 안내에 대해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는 응답은 100%, ‘로봇이 서비스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92%로 매우 높았다.

한림대성심병원 이미연 커맨드센터장(방사선종양학과)는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 도입을 준비하는 병원에 ▲국책사업을 활용한 구매 ▲서비스와 사용 공간에 맞는 적절한 로봇 선택 ▲자동문 연동‧승강기 연동‧단차 공사 등 시설 인프라 구축 ▲부서 협조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로봇을 병원에 도입하면서 기존 업무가 있는 직원에게 일을 분담하면 할 수 없다. 일이 너무 많다. 일을 줄이기 위해 로봇을 도입하는데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아직은 병원에 로봇을 도입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미래를 위해) 병원에서 로봇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차원철 디지털혁신센터장(응급의학과)은 하이펙스 2023에서 '로봇은 로봇답게, 사람은 사람답게'를 주제로 발표했다(ⓒ청년의사).
삼성서울병원 차원철 디지털혁신센터장(응급의학과)은 하이펙스 2023에서 '로봇은 로봇답게, 사람은 사람답게'를 주제로 발표했다(ⓒ청년의사).

삼성서울병원 차원철 디지털혁신센터장(응급의학과)은 “삼성서울병원은 고중량 이송 로봇 위주로 활용하고 있는데 로봇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가 병원에 와서 종이로 하는 일이 없어지고 있는 것처럼 로봇 활용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세터장은 “로봇, 인공지능, 메타버스는 삼발이와 같다. 이런 부분을 임상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봇을 활용하고 있는 병원들의 경험담을 들은 청중 사이에서는 현실적인 질의가 이어졌다.

‘로봇을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야 하느냐’는 질의에 발표자들은 로봇도 일종의 도구기 때문에 로봇을 실제 사용하는 부서로 관리를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입과 유지는 다르기 때문에 초기 도입단계에서는 한림대성심병원 커맨드센터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각 병원에서 활용하는 로봇 중 하나만 선택한다면’이라는 질의에는 세 발표자 모두 이송이나 배송 로봇이 활용성이 좋다고 답했다.

‘어떤 기업 로봇을 활용해야 하는가’라는 질의에는 한 목소리로 대기업과는 로봇 관련 일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일하면서 로봇을 상황에 맞게 개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이미연 센터장은 “대기업에서는 병원을 로봇을 팔 수 있는 시장으로 보지 않는다. 그게 가장 불만이다. 우리가 활용하는 로봇을 호텔과 카지노에서도 활용하는데, 호텔과 카지노보다 병원 요구가 후순위로 밀린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로봇에 관심이 있는 병원들을 모아 연판장이라도 돌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대기업과 일하기 정말 힘들다. 로봇에 관심이 있는 병원이 있다면 힘을 실어달라 연합체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발표자들은 한목소리로 “병원에 로봇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아직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쳐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근 정부에서 관련 국책과제도 많이 있으니 잘 살펴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진영 소장, 이미연 센터장, 차원철 센터장이 발표가 끝난 후 청중 질의를 받고 있다(ⓒ청년의사).
(왼쪽부터) 박진영 소장, 이미연 센터장, 차원철 센터장이 발표가 끝난 후 청중 질의를 받고 있다(ⓒ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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