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모처럼 훈김이 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을 환영하고 나섰다.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던 여야가 정책 성공을 위해 노력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용단(?)'을 내린 덕분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김성주 수석부의장은 지난 17일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역대 정권이 눈치만 보다 손 못 댄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다. 성과를 내길 바란다"며 덕담도 건넸다. 정 의원은 친이재명계 인사로 꼽힌다. 이재명 대표도 대선에서 의대 정원 증원과 신설을 공약했다.

여야가 같은 메시지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한목소리를 내야 할 사안에도 당끼리 또는 전·현 정권 겨냥에 더 치중했다. 다만 서로에게 던지던 돌을 이제 어디로 날려 보낼지는 알 수 없다.

의대 정원을 화두 삼아 정부와 야당이 대화 물꼬를 틀 거란 관측도 있다. 마침 이 대표가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상태다. 알려졌다시피 두 사람은 약 20년 전 검사와 변호사로 마주했다. 의약분업에 반대해 파업을 주도한 의사를 윤 대통령이 기소하고 이 대표가 변호했다. 의대생 증원이라는 '훈풍'을 타고 실제 영수회담까지 성사되면 두 사람은 의료 분야 주요 분수령마다 만나는 셈이다. 20년 전 반대편이던 두 사람이 이번엔 같은 편에 앉을 수도 있다. 반대편에는 의사가 앉을 듯하다.

의대생 증원으로 바라는 만큼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산부인과 의사를 얻을지 미지수다. 지금과 같은 의료 환경에서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서 소아과 '오픈런' 안 해도 되고 응급실 '뺑뺑이' 없는 환경을 얻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내년 총선에서 여야 모두에 '득표' 기회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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