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대 배장환 교수, '의사 전원 결정권' 보장 호소
"불필요 전원 없애야 지역 환자 늘고 지역 의사 늘어"
의사에게 책임 미루는 政…"'표 떨어진다' 방치 말라"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 종사하는 의사는 수도권으로 떠나는 환자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고 했다.
충북의대 배장환 교수는 지난 4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개최한 의학 교육 세미나에서 의사의 전원 결정권을 보장해달라면서 "불필요한 전원을 없애야 지역 환자가 늘고 지역에 남는 의사가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충북대병원 심장내과에서 근무하다 최근 정부 의대 정원 정책에 항의해 사직 의사를 밝혔다.
배 교수는 "충북도는 매번 '충북 지역 의료기관 역량이 부족해 환자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한 해 충북 지역 환자 8만명이 경인 지역에서 치료받는다. 이런 환자 85%는 우리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 있다"고 했다.
배 교수는 "환자가 불필요하게 상급종합병원에 가고 불필요한데도 무조건 서울로 가는 걸 막아달라. 지금처럼 의사에게 환자 설득해서 (지역으로) 돌려보내라고 (정부가 정책으로 제한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라"고 했다. 상급병원 전원을 "의사가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가 결정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했다.
전원 결정은 "의사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지역에 환자가 남는다. 지역의료는 저절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필수의료' 문제도 해결된다고 했다. 지역에 "정부가 원하는 압도적인 거점 의료기관"이 생기고 "지역 완결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배 교수는 "환자가 지역에 남으면 충북대병원은 (800병상이 아니라) 1,200병상 규모 병원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부족하다고 하는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 의사는 지역 거점 병원에서 일할 수 있다"며 "지역에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지역 완결 치료가 가능한) 압도적인 의료기관이 생긴다"고 했다.
정부가 정책을 펼치도록 정치권은 "지역 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는 지역에 머물러달라고 국민을 설득하라"고 했다. "표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제한 없이 다 풀어놓고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지 말라"고 했다.
저수가와 실손의료보험 문제도 방치하지 말라고 했다. 이대로면 의학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정부 주장대로 지역 의대 정원을 늘려도 "아무 의미 없다"고 분명히 했다.
배 교수는 "의료보험을 만들 때부터 필수의료 수가를 아주 낮춰 잡았다. 그러니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가 파산한다"며 "실손보험을 들였더니 지금 국민 1인당 실손보험비가 72만원이다. 4인 가족이면 280만원에 이른다. 건강보험으로 돌려야 한다. 그렇게 하겠다고 정부가 말해야 한다. 의사에게 책임을 돌리고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나눠 '돈 벌려고 하는 일'이라고 하지 말라.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으라"고 했다.
배 교수는 "숫자에 매몰되지 말라. (현재 정부가 진행하는 의대 증원은) 수단에 불과하다. 목적으로 삼지 말고 중단하라"고 했다. 의료를 "교육과 안보 문제와 마찬가지로 다뤄 달라"고 했다.
이런 "병폐를 해결한다는 전제"로 "(의료계와 정부가 협의해) 의사 수를 추계하고 (의대 정원) 숫자를 제시하면 내가 먼저 나서서 의료계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면 아무 소용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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