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증원에 의평원 '주요변화' 인증평가 통과 불가능
"껍데기 의사 양성하고 지역의로 망가트리는 정책" 비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4일 정부 의대 정원 증원을 멈춰달라는 교수들의 탄원서를 모아 대법원에 제출했다(ⓒ청년의사).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4일 정부 의대 정원 증원을 멈춰달라는 교수들의 탄원서를 모아 대법원에 제출했다(ⓒ청년의사).

전국 의대 교수들의 절박한 호소가 대법원을 향했다. 대법원까지 의대 증원 집행정지를 기각하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늘린 인원을 가르칠 방법도 없다. 이러다 국립의대가 모두 문 닫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충북의대교수협의회 배장환 비상대책위원장과 부산의대 오세옥 교수협의회장이 우려하는 의학 교육의 미래다. 충북의대와 부산의대를 비롯해 이번에 정원이 느는 9개 국립의대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주요변화' 인증평가 대상이다. 인증평가 통과를 예상하는 대학은 한 곳도 없다. 졸업생 의사 국가시험 응시 불가는 물론 폐교 처분될 수도 있다.

24일 대법원 앞 전국의대교수협의회 기자회견에서 배 위원장은 이번 증원이 그대로 진행되면 "충북이라는 지역에서 충북의대라는 국립의대가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자체평가에서 충북의대는 10개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인력과 시설은 고사하고 학생 안전을 챙길 여력도 부족하다.

어려운 건 교육병원인 충북대병원도 마찬가지다. 800병상 규모 충북대병원에 수련생만 400명이 들어온다. 배 위원장은 "충분한 교육이란 도저히 불가능하다. 껍데기뿐인 의사를 양성하고 지역의료는 완전히 망가진다"며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바로 이런 정책"이라 했다.

충북의대가 폐교를 피해 인증을 통과할 방법은 두 가지뿐이라고 했다. 정부가 2조4,000억원 규모 지원금을 투입해 의평원 기준까지 인프라를 끌어올리거나 "의평원 평가 기준 자체를 강제로 조정해 수준을 떨어트리는 것"밖에 없다.

다른 국립의대들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의평원 기준을 단기간에 맞출 방법도 200명까지 늘어난 정원에 대비할 방법도 없다.

만약 대법원이 집행정지를 기각하면 부산의대 교수들에게 남은 미래는 하나다. "어쩔 수 없이 학교로 돌아가" 유급당한 현 의예과 1년생 125명과 내년에 들어올 163명의 신입생을 "대체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한 해 125명을 지도하던 부산의대 교수들은 앞으로 6년 동안 288명을 데리고 "복도에 천막 치고" 수업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 회장은 "대비책을 고민한다고 했지만 (대비는) 불가능하다. 명백하게 불가능한 사실을 정부는 부인하려 한다"며 "의료계에 2,000명 증원은 (변하지 않는) 명확한 현실이니 받아들이라 하지만 정부야말로 이대로는 의대생도 전공의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라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이날 대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도 "정부에게 모욕당하고 환자와 국민에게 조리돌림당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외면받은 의대생과 전공의의 절망을 헤아려달라"고 했다. 지금으로서는 "차마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일단 무조건 돌아오라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오 회장은 "지금 의대생과 전공의가 학교와 병원으로 돌아올 유일한 방법은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2,000명 증원을 정지하는 것"이라면서 "나라의 존망이 달린 사건이다. 부디 현명한 판단으로 정부의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을 멈춰 환자와 국민, 이 나라를 살려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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