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의대 졸업 한국인들도 “이득없어 국시 보겠다”
“실효성 떨어지는 탁상공론”…“PA 활용 더 안전”

정부는 전공의 사직으로 생긴 의료공백을 외국 의사 국내 진료 허용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탁상공론"이란 비판이 나온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는 전공의 사직으로 생긴 의료공백을 외국 의사 국내 진료 허용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탁상공론"이란 비판이 나온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국 의사에게 국내 진료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의료법상 허용된 외국 의사 국내 의료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지만 저개발국 의사를 수입하려는 것이라는 주장부터 외국 의대를 졸업한 한국인을 위한 정책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보건의료 재난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서는 국가나 졸업 학교 상관 없이 의사면허 소지자이면 한국 면허를 취득하지 않아도 국내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전공의들이 사직하기 시작한 지난 2월 23일부터 위기 경보 심각을 유지하고 있어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즉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

의료계는 반발했다. 이번 조치로 의료 선진국 의사들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작게 봤다. 오히려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외국 의사가 국내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관련 기사: "멀쩡한 한국의사 손발 묶고, 외국인 의사로 대체? 어이없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이탈하는 상황에서 외국 의사를 진료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지도 전문의를 배정해 관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외국 의대 졸업생 구제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복지부 인정 외국 의대를 졸업해 그 나라 의사면허를 취득했지만, 한국 면허는 따지 못한 한국인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2023년 6월 기준 국내 의사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 복지부 인정 외국 의대는 38개국 159곳이다. 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 의대 졸업생의 한국 의사국시 최종 합격률은 40%대다. 외국 의대 졸업생들은 필기와 실기시험으로 나뉘는 예비시험을 통과해야 본시험인 의사국시를 볼 수 있다. 국내 의대 졸업생의 의사국시 합격률은 90%대다.

외국 의대 졸업생들 “그냥 국시 준비”…“실효성 떨어지는 탁상공론”

하지만 정작 외국 의대를 다니거나 졸업한 한국인들은 이번 정부 방침에 시큰둥했다. 예비시험과 국시를 보지 않아도 국내 진료가 가능하지만 기간이 제한돼 있고 신분도 불안정하다는 지적이다.

헝가리 모 의대를 졸업한 A씨는 “그냥 예비시험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헝가리 의대 졸업생 B씨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으로 탁상공론에 불과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에서 의사로 일하고 싶어 하는 외국 의대 졸업생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실기시험 면제 등 한국 의사면허 취득 과정에 가점을 준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는 언제 계약이 끝날지도 모르는 자리를 가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경보 하향 조정으로 계약이 끝난 이후에는 어떻게 하나. 실기시험에 조금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차라리 그 시간에 의사국시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인정 외국 의대를 졸업한 후 한국 의사면허에 전문의 자격까지 취득한 C씨는 “차라리 의료 현장을 잘 알고 숙달된 PA 간호사를 활용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했다. 졸업한 외국 의대를 밝히길 꺼린 C씨는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의료 선진국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아닌 경우 서류만으로 진료역량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예비시험과 의사국시도 거치지 않고 국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입법예고에 쏟아진 반대 의견 “중국 의사한테 진료받기 싫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의료 분야로 확대했다는 말도 나왔다. 정부는 외국 의사 수입이 아니라고 했지만 “중국이나 동남아 의사들에게 진료받으란 말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생각함’에는 외국 의사 국내 진료 허용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가 지난 8일 온라인공청회 안건으로 올라왔다.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20일까지다.

개정안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반대했다. 10일 자정 기준 556명이 개정안에 반대했으며 찬성한다는 의견은 4명뿐이었다(기타 25명). 반대하는 사람들은 “검증되지 않은 외국 의사에게 건강보험료를 퍼줘야 하느냐”며 특정 국가를 거론하며 반감을 보였다. 이들은 댓글로 “동남아·중국제 진료나 받으라는 소리를 대놓고 한다”, “중국에 우리 의료까지 넘기려는 거냐”, “필리핀, 베트남, 중국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지 않다”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폐암환우회 등 일부 환자단체는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외국 의사 활용 방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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