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서울금연지원센터 센터장)

매년 5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World No Tobacco Day)이다. 이날은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가 담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지정하였다.

김혜경 서울금연지원센터 센터장)
김혜경 서울금연지원센터 센터장.

WHO는 올해의 주제가 “담배 산업으로부터 청소년의 보호(Protecting children from tobacco industry interference)”라고 발표하고, 모든 지역에서 어린이들은 성인보다 높은 비율로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13~15세 청소년 3,700만명이 담배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충격적인 통계를 발표하였다.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 실태는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청소년의 일반 담배 흡연율은 4.2%인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3.1%,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1%로 전자담배의 사용률이 일반 담배를 앞지르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미국은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률이 7.7%로 일반 담배(1.6%)의 4.8배에 달할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즉, 전자담배가 새로운 청소년 중독의 온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한때 담배 없는 세대를 표방했던 뉴질랜드에서도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 급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이 급증하는 데에는 전자담배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가장 큰 이유다. 캔디나 과일, 민트 등의 향을 첨가하여 담배 특유의 독한 맛을 순화시킨 전자담배는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혹의 대상이다.

실제로 미국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자의 90%가 가향담배를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굴지의 담배회사들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신종 담배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청소년의 전자담배 문제는 향후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나서야 할 때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알리고, 담배회사의 교묘한 마케팅 전략으로부터 우리의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담배 없는 세대를 외쳤던 뉴질랜드나 영국에서조차 전자담배는 규제에서 빠져있다 보니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이 늘어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제 우리는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뒤늦게라도 합성 니코틴까지 담배 정의에 포함시키겠다고 한 발표는 그래서 반갑다.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서울금연지원센터는 서울시와 함께 전자담배의 위해성을 알리고 담배 없는 세대를 실현하기 위한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이제 우리는 전자담배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담배와 전자담배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 학교와 가정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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