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저/어바웃어북/408쪽/2만2000원

오는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지구인의 축제', 올림픽이 개막한다. 올림픽을 향한 세상의 시선은 승패의 결과와 메달의 색깔에 모아지지만 해부학자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한다. 신간 〈신간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는 올림픽 영웅의 '뼈와 살'에 숨겨진 해부학적 코드에 집중한다.

해부학과 스포츠는 아주 오래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히포크라테스 이후 해부학과 생리학의 개념을 정립한 학자로 꼽히는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갈레노스는 한때 콜로세움에서 주치의로 일하며 치명상을 입은 검투사를 진료하기도 했다. 로마제국의 검투사는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숨을 걸고 싸웠기에 죽거나 다치는 일이 많았다. 이에 갈레노스는 검투사의 부러진 뼈를 맞추거나 피부와 근육을 꿰매는 수술을 집도했는데, 이는 현대 스포츠의학의 기원을 이룬다.

책은 하계 올림픽 중 28개 종목을 선별해 스포츠에 담긴 인체의 속성을 해부학적 언어로 풀어낸다.

복싱 편에서는 복서에게 치명적인 뇌세포 손상증을 유발하는 ‘펀치 드링크 신드롬’이 만연함에도 국제복싱협회가 헤드기어 착용을 폐지한 연유를 파헤친다. 육상편에서는 우리 몸의 근육 조직을 이루는 속근과 지근이 단거리·장거리 경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마라톤 선수의 스포츠심장과 발바닥 구조에 담긴 함의를 해부한다.

축구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회전(스핀)킥과 무회전킥에 얽힌 종아리 근육의 구조를 해부도를 통해 풀어낸 대목에서는 우리 몸 곳곳을 다층적으로 탐사하는 해부학의 유니크한 면모도 엿볼 수 있다.

또한 스포츠를 의학의 카테고리에 가두지 않고 해당 종목의 역사적 연원과 과학기술 및 사회적 함의를 살펴본다. 수영선수의 전신 수영복이 빚은 기술도핑, 사이클에서 불거진 스테로이드 오·남용, 복싱과 사격, 탁구 등에 담긴 정치·외교적 속내 등 화려한 올림픽 무대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인 계명의대 해부학교실 이재호 교수는 “올림픽은 대표적인 승자독식의 현장”이라며 “그러나 아픔의 원인을 찾는 해부학자의 시선은 승자보다 패자의 상처로 모인다. 패자의 상처가 위무(慰撫) 받는 올림픽과 세상을 고대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07년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해부학 박사 학위를 마쳤다. 2015년부터 계명의대 해부학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해부학교실 주임교수, 의료인문학교실 겸임교수, 학생지원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저서로는 〈알고 나면 쉬워지는 해부학 이야기〉,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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