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주 저/김영사/264쪽/1만8000원

전도유망했던 의사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했다. 그가 의사에서 환자로, 장애인으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마주하며 겪은 좌절과 성장기록을 담은 신간 〈씨 유 어게인〉이 발간됐다.

저자인 내과 전문의인 서연주 씨는 지난 2022년 11월 낙마 사고로 한 쪽 눈을 잃었다. 여의도성모병원 내과 전임의 과정을 밟던 중이었다.

이후 여섯 번의 수술을 받으며 그는 한때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진짜 모습과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헌신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됐다고 고백한다.

〈씨 유 어게인〉은 의사이자 환자, 장애인인 '인간 서연주'의 세상을 향한 당차고 씩씩한 다짐을 담았다. 그가 당한 사고 직후 이어진 치료 과정과 그 사이 느낀 좌절, 주변인들의 위로와 사랑, 그리고 치유자를 꿈꾸게 된 과정을 그려내며 독자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저자는 사고 전에는 의사로서 느끼지 못했던 ‘수동적 위치’로서의 환자의 입장을 생생히 담았다. 왜 환자들이 그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얼마나 의사와 소통하고 싶은지, 진료실 밖에서 대기하는 환자들의 심정 등 지금까지 의사로서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의사와 환자, 병원의 현실을 가감없이 담았다.

장애인으로서 마주한 부당한 현실도 짚었다. 장애인 등록을 하기 위해 겪은 시행착오 과정을 그려내며 ‘심한 장애인’,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등급을 매기고 장애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기관에서 요구하는 복잡한 서류와 심사 기준, 비용 등을 꼬집었다.

치료를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의사로 복귀한 후 마주한 2024년 의료 사태에서 전공의가 떠난 병원을 지키기 위해 병원으로 돌아 가기로 한 결심도 담았다. 저자는 지난 2020년 의사 단체활동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으로 전공의 단체행동을 주도했다.

수술과 회복의 과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더 이상 겁내지 않겠다”며 책을 통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자 한다.

저자는 “불행의 크기보단 헤쳐 나가는 과정이 값진 것이라 생각하기에 내가 얻은 모든 희망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며 “씩씩하게 이겨내고 받은 위로와 용기를 두고두고 갚으며 나누며 살겠다. 나의 어둠이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저자는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를 거쳐 성빈센트병원 응급의료센터 내과 전담의와 우리베스트내과 소화기내과 원장으로 있다. 또한 유튜브 채널 '윙크의사 연주당'을 개설해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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