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
“합병증 예방 위해 SGLT-2i와 DPP-4i 적극 사용해야”
“까다로운 당뇨병 치료제 급여 기준, 의료진에 부담”

국내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발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 탓이다. 반면, 목표 당화혈색소(HbA1c<6.5%)에 도달하는 당뇨병 환자 비율은 4명 중 1명(25%)에 불과하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국내외 학회에서 치료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가 지연되는 경우 심혈관을 포함한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국내 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은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지난해 당뇨병 치료제 병용요법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확대되면서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 등의 병용요법 처방이 보다 용이해졌다. 이로 인해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의료진과 환자가 혈당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점도 남아있다.

이에 본지는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를 만나 국내 당뇨병 환자 치료 환경과 환자별 특성에 따른 약제 선택 기준, 효과적인 혈당 관리를 위한 개선 사항 등에 대해 들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

- 최근 한국에서 당뇨병 환자의 유병률, 합병증 발생률, 발병 연령 등의 변화 양상은 어떻게 되나.

국내 당뇨병 환자는 최근 15년 사이 빠르게 늘고 있다.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가 전체 인구의 16%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하고 동등한 수준이다. 미국인들의 체격과 식사량에 비해 한국인은 평균 체격이 작은 편이고 식사량도 적은데 국내 당뇨병 환자의 비율이 미국과 비슷하다는 것은 한국인이 당뇨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 최근 한국인들이 당뇨병에 더 취약해진 원인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국민들이 채소와 같은 식물성 음식을 많이 섭취했다면 최근 20년 동안 사회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동물성 지방 섭취가 늘었다. 또한 커피나 과당 음료 섭취, 디저트 문화 발달로 인해 전체적인 칼로리 섭취가 늘어나는 등 환경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했다.

전체 연령에서 당뇨병이 늘기도 했으나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당뇨병의 증가 속도가 매우 높다. 당뇨병은 평생 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30대 초반에 걸리는 경우 남은 50년간 혈당과 합병증 관리를 해야 한다. 나아가 이로 인해 치료제와 의료 서비스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환자 본인의 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 그렇다면 국내 당뇨병 환자의 목표 혈당 도달율은 어느 정도인가?

전국적으로 당화혈색소 6.5%에 도달하는 비율은 25% 정도이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그만큼 목표 혈당 도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내외 학회에서는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 지표 등을 매년 업데이트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최근 몇 년간 당뇨병 치료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무엇인가?

최근 5년 사이 당뇨병 가이드라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메트포르민을 기본 치료제로 쓰고 그 다음 치료제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처방하도록 했다면 최근에는 당뇨병 환자의 개별 증상에 따라서 특정 계열 치료제를 처방하도록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됐다.

예를 들어, 미국/유럽당뇨병학회와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심혈관 질환을 동반했거나 동반할 위험성이 높은 환자에게는 SGLT-2 억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RA)를 처방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만성 콩팥병이나 심부전 위험성이 높으면 SGLT-2 억제제를 권고하고 있다.

-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9년 2제 및 3제 이상 병용요법 처방률이 약 78%나 된다. 매해 증가하는 추세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또 다른 만성질환인 고지혈증은 기전이 한 가지이기 때문에 스타틴으로 80~90%의 환자가 목표치에 도달한다. 반면 당뇨병은 현재까지 밝혀진 기전이 12가지나 된다. 즉 이론적으론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 12가지 치료제를 처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노릇이고 12가지 기전에 모두 작용하는 단일 치료제도 없어 2제, 3제, 많게는 4제까지 약제를 쓰면서 여러 기전을 동시다발적으로 호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다양한 계열의 치료제를 많이 쓴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비용효과성을 포함해 과잉 처방이 되지 않도록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 지난해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등 일부 약제 조합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가 확대됐다. 어느 정도의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건 현재 당뇨병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것이다. 고혈압 치료제는 정해진 기준 내에서 약제를 3개든 4개든 5개든 매우 편하게 쓸 수 있는 반면 당뇨병 치료제는 급여 조건을 다 외우기 어려울 정도다. 의료진이 환자 증상에 따른 치료제 조합을 고민함과 동시에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급여 처방 여부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가장 좋은 조합으로 일컬어지는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조합도 그동안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불편함이 많았다. 5년 동안 학회와 여러 의료진들이 노력해서 드디어 관계 부처의 승인을 얻었다.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조합의 급여 확대로 당뇨병 환자의 30%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내 당뇨병 환자를 600만명으로 생각하면 150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해당 조합뿐만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개선제 ‘TZD(티아졸리딘디온)’를 포함시켜준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건 아니고 여러 당뇨병 약제를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진료를 보고 있는 환자 중 일부는 4제 처방이 필요한데 4제부터는 급여 적용이 안 된다.

-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를 각각 복용했을 때와 고정용량 복합제(FDC)로 복용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큰 차이가 있다. 치료제가 아닌 영양제를 복용할 때도 두 가지 중 한 가지가 없으면 약을 안 먹게 되고, 눈에 띄는 약만 복용하게 된다. 또한 환자 심리적으로 알약 2정보다 1정으로 복용했을 때 질병에 대한 걱정도 덜하기 때문에 복약 순응도에서도 20~30% 차이가 난다.

이는 치료제를 30% 정도 먹지 않는다는 뜻이고 이로 인해 환자의 목표혈당 도달율 감소, 합병증 증가, 의료비 증가 등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나라에서도 고정용량 복합제를 승인해주고 있다. 다만 단일제는 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환자 상황에 따라 두 가지 모두 필요하다.

- 최근 국내에서 다양한 조합의 고정용량 복합제가 출시되고 있는데 가장 주목하는 성분 조합은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SGLT-2 억제제가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SGLT-2 억제제 성분은 크게 5가지가 있는데, 이 5가지 치료제가 모두 같지는 않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많이 진행된 치료제는 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으로, 이 두 가지 약 모두 임상을 통해 근거를 확보하고 있어 환자에게 처방할 때 선호하는 편이다.

- SGLT-2 억제제를 처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없나.

SGLT-2 억제제는 DPP-4 억제제가 입증하지 못했던 심혈관 및 신장 보호 효과를 입증하면서 기존에 가장 많이 쓰이던 약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약제가 됐다. 그렇지만 SGLT-2 억제제도 양날의 검이다. 매우 장점이 많은 약이지만 요로생식기감염과 탈수 증상을 주의해야 한다.

생식기 감염의 경우 3% 정도 발생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탈수의 경우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가면서 탈수 증상이 살짝 있을 수 있지만 하루에 한 컵에서 두 컵 정도(300cc)만 물을 더 마시면 되기 때문에 일반 환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신 혼자 일어나 물을 꺼내 마실 수 없을 정도의 고령 환자에게는 SGLT-2 억제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 앞서 복합제 처방의 장점을 말씀해주셨는데 일차의료기관에서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다고 보나?

일차의료기관의 경우 다약제 처방에 대한 정부 관리를 받고 있어 병용요법 활용에 부담을 느끼는 측면이 있다. 요즘은 2제 처방까지는 잘 이뤄지고 있는데 3제 처방에서는 여전히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의사들의 다약제 처방을 무작정 막는 건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현재 많은 가이드라인에서 질환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병용요법을 활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당화혈색소가 7.5%만 넘으면 2제를 쓰라고 권고한다. 예전처럼 메트포르민 단독으로 쓰다가 혈당 올라가서 DPP-4 억제제 써보고 또 한 4~5년 지나서 SGLT-2 억제제 쓰면 늦는다는 거다. 란셋 등에 실린 대규모 연구를 보면 순차적으로 약을 처방한 군과 처음부터 2제를 처방한 군을 비교했더니 4~5년 뒤에 합병증 발생이나 사망률에서 차이가 났다.

이른바 '유산(legacy) 효과'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의 의료비용과, 초기에 병용요법을 활용해 혈당 관리를 했을 때의 비용을 비교하면 장기적으론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의 비용이 더 적기 때문에 고정용량 복합제를 포함해 병용요법을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최근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국내 철수 소식이 전해졌다. 진료 현장 분위기는 어떠한가?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해 12월 포시가의 국내 공급 중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은 약제를 처방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가슴 아픈 일이다. 특정 회사를 떠나 적정한 약값을 인정해줘야 기업이 한국에서 약을 판매할 수 있는데, 자칫 한국만 좋은 약을 쓰지 못하게 될까봐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

다행히도 메트포르민과 다파글리플로진 복합제(제품명 직듀오)의 경우 국내에 남아 있고, 현재 3제 병용요법으로 많이 쓰는 조합이 메트포르민,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인데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를 합친 고정용량 복합제(제품명 시다프비아)가 시중에 나와 있어 처방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해당 조합에 급여 적용이 되면서 부담을 덜고 처방할 수 있게 됐다.

- 추가적으로 당뇨병 치료 환경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당뇨병 치료제를 조합할 때 의료진들이 환자의 증상에 맞춰 편하게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 또 GLP-1 RA 등 좋은 치료제들이 국내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아는데 승인 및 급여 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들어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국내 환자들이 좋은 치료제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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