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4년 회계연도 허가심사수수료(User fee) 인상을 결정했다. FDA는 지난 7월 28일 신약(전문의약품),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의료기기 허가심사수수료를 확정해 발표했는데, 이 중 바이오시밀러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했다. FDA는 오는 10월부터 2024년 9월까지 해당 금액을 적용할 예정이다.특히 신약 허가심사수수료가 사상 처음으로 400만달러를 돌파해 눈길을 끌었다. 2024년 신약 허가심사수수료는 404만8,695달러(약 54억원)로, 전년 대비 24.9%나 상승했
일반적으로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를 메이저과라고 한다. 의료의 가장 핵심이 되는 과들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 핵심과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지 20년도 넘었다. 내 기억에 가장 먼저 무너지기 시작한 곳은 외과였다. 외과가 제일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고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가 그 뒤를 이었다.우리나라 전체 외과의원 수는 지난 2004년부터 완만하게 줄고 있고 의원 1곳당 외래환자 수는 그보다 더 가파르게 줄고 있다. 의료기관(의원)과 환자 수가 함께 주는 전형적인 불황의 곡선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불황의 기간동안 외과
형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근로기준법 외에도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 단서, 의료법 제87조의2 제2항 단서 등과 같이 의료 관련 법령에도 반의사불벌죄가 규정되어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형사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반하여 형사소추를 할 수 없도록 한 범죄를 의미한다.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 규정이 없는 이상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해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희망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
‘학부모 관심도가 높을수록,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많을수록, 계약직 교사 비율이 높을수록 교사들의 전보가 잦다.’‘대규모 학교는 소규모 학교에 비해 업무 분장이 체계적이고 세분돼 교사들의 잡무가 적어 선호된다.’한국교육학회 2023년 연차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교사 전보와 교사 쏠림 간 관계 분석'(최연우 서울대 박사 수료, 김리나·이승현 서울대 박사과정, 엄문영 서울대 교수)의 골자이다. 논문은 지난 2012∼2019년 경기도 내 공립초 887개교의 교사 전보 자료를 토대로 했다. 학부모 관심도는 학생 1인당 학부모가 학교
의료기관 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제 시행을 앞두고 근로자 동의 없이 설치된 CCTV를 근로자들이 가린 것은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6월 29일 선고, 2018도1917)이 사건에서 근로자들은 업무방해죄로 기소됐다. 사용자가 사업장에 CCTV를 설치해 촬영하던 중 근로자들이 검은 봉투로 해당 CCTV를 가린 행위가 문제됐다. 이 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 같은 근로자들의 행위가 사용자의 시설관리업무를 방해해 업무방해 구성요건에는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정당행위로써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영상정보처
아이들이 어렸을 때니까 좀 오래된 이야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가 왔다. 아들이 감기 증세로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부당진료로 병원에서 환수한 돈이 생겼으니 환급해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내가 바로 그 부당진료를 했다는 의사이며 전화를 건 공단 직원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내가 내 아들을 상대로 돈 몇 푼 더 벌어먹겠다고 부당한 짓을 했고, 그걸 공단에서 잡아내 환수했으니까 보험 가입자인 내게 찾아가라고 전화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더니 순간 당황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숨을 돌리더니 좀 횡설수설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는다는 뜻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응에 앞장 서 온 의료인들이나 병원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병상을 비우고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해온 공공병원들은 직원에게 줄 월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영 상태가 악화됐다. 정부가 주는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은 끊겼지만 진료실적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보낸 환자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요양병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로써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국내에서 4기 환자의 1차 치료에 허가를 받은 게 2018년 12월이다. 타그리소를 보유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는 허가 직후인 2019년 1월부터 환자지원프로그램(EAP)을 운영해 1차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약제비 지원을 지속해 왔다. 연간 최소 500~600명의 환자들이 1차 치료에 타그리소 약제비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타그리소 약제비 지원은 2023년 현재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그 사이 타그리소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
선천적으로 또는 발육 과정에서 발생한 대뇌 손상으로 인해 지능·운동·언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달이 지연되는 것을 발달장애(DD, Developmental Disability)라고 한다. 이는 지적장애(ID, Intellectual Disability)와 자폐스펙트럼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를 함께 일컫는 용어이다.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등록된 18세 미만 장애 아동은 전체 아동의 1.04%인데 이들 중에서 68.6%가 발달장애를 앓고 있으며, 그 중 지적장애가 67.5%, 자폐스펙트럼장애가 3
대학병원 경영 성적이 비교적 좋던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병원장을 했다. 일반 병실은 수도권 병상 총량제에 걸려서 증설할 수 없지만, 중환자실을 비롯한 검사장비와 시설도 확충하고 내친김에 수도권 어딘가에 병원을 한 군데 더 낼 계획도 있었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대학병원이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확장, 확장.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이래도 되나’라는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곤 했다. 얼추 수도권에서 예상되는 대학병원 증설 규모가 5,000병상 정도였는데 과연 그 정도 증설을 위한 의료 인력 확보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이었다
최근 반영구 눈썹 화장 등 눈썹 문신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40대 미용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기존의 법리와 배치되는 판결을 한 하급심 판례가 나왔다(2022년 10월 19일 청주지방법원 2022고정825).‘문신(Tattoo)=의료행위’라는 근거는 ‘의료행위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행위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는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례에서 찾을 수 있다(1992년 5월 22일 대법원 91도3219 판결).이에 반해 이 사건 재판부는 의료인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논란이 많았던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환자의 진료 관련 서류를 요양기관에서 보험회사로 전자적 전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소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라고 일컫는다. 필자는 지난 기고문(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법만으로 개인정보 전송 가능한가)을 통해 이 법안이 의료법이 아닌 보험업 육성에 관해 규율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발의된 데에 법체계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 법안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짚고자 한다.실손보험 청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온갖 악취가 난다. 오랫동안 씻지 않은 홀아비 냄새, 바닥에 놓인 상한 음식물 냄새, 화장실 냄새 등.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 표정을 숨길 수 있지만, 이마가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64년생이니 만 59세 용띠 남성이다. 방바닥엔 소주병과 담배꽁초, 휴대용 버너와 불에 탄 신문지가 보인다. 바닥과 공중에 벌레도 보인다. 남자는 앉으라 하는데 바닥은 찐득하다.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나누리 푸드뱅크 김용호 목사에게 들은 바로 남자는 통증으로 수년 째 잠 못 이루고,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고 한
몇 년 전 ‘다문화 고부열전’이란 TV 프로그램에서 ‘혈우병 아이를 둔 고부의 전쟁과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베트남 며느리와 한국 시어머니에 대한 내용이 방영됐었다.그 중 혈우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갈 때,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혹시라도 아이가 넘어질까 눈을 떼지 못하고 있고, 그래도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걸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은 며느리의 고향인 베트남을 방문하였는데, 그 곳엔 며느리의 오빠가 누워 있었다. 한국의 조카처럼 혈우병을 앓고 있는 그는 한눈에 보아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고 심지어 걸을 수 조차
인구 대비 병상수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를 기록한다. 아주 자랑스러운 국가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0'를 보면 한국 병상수는 인구 1,000명당 12.7개로 OECD 평균인 4.3개의 3배에 달한다. 정부는 돈을 거의 안들이고 민간자본으로만 세계 최고를 기록한, 자랑스럽다 못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아주 희한한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OECD 통계를 보면 한국만큼 의료접근성이 좋은 나라는 없다. 병상수도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도 연간 14.
최근 실무에서 접한 ‘설명 후 충분한 숙고 시간을 주었는지 여부’에 관한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사건 경위는 이렇다. 원고(환자)는 지난 2018년 6월 7일 피고 병원에 처음 내원해 “며칠 전 넘어져 통증이 심화됐으며, 움직일 때마다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아파서 힘들다”고 호소하면서 치료를 원한다고 했다.피고 병원은 X-ray 및 MRI 검사 등을 통해 척추관협착증, 전방전위증,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했다. 피고 병원 척추센터 의사는 이날 환자에게 “즉시 수술이 필요한 요추 4·5번 외에 향후 악화 소지가 있는
다발골수종은 악성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여 생기는 혈액암으로 용해성 뼈병변, 빈혈, 고칼슘혈증, 신부전 그리고 면역기능저하로 인한 감염 등의 증상이 특징이다. 평균 진단 연령은 70세 전후로 국내에서도 인구 고령화로 인해 발생률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지난 20년간 프로테아좀 저해제, 면역조절제, 단클론항체와 같은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로 다발골수종 환자의 생존기간은 크게 향상됐다. 최근에는 CAR-T,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치료와 같은 T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제의 연구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산골 마을부터 서울까지, 아기를 받을 의사부터 소아를 진찰할 의사, 심장 수술할 의사가 없어 난리다. 필수의료라 불리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의사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한다.높은 노동 강도, 다른 전공에 비해 낮은 급여, 소송에 대한 위험까지. 다양한 장애물이 의사들을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 미용성형으로 향하게 한다.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폐과를 선언하며 회원들에게 미용, 보톡스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세태에 새내기 의사들도 필수의료를 지망하지 않는다.대안으로 '의사를 수입하자'는 주
병원도 일반사업체와 같이 다수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취업규칙을 통해 근로와 관련된 주요사항을 정한다.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 내용 중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을 할 때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동의를 명시적으로 받지 않은 경우 변경된 취업규칙 효력에 대해 법원은 일정한 판례를 형성해왔다. 이른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이다.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유지한 종래 대법원 입장을 변경했다.현대자동차 주식회사가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같은 의사라도 개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환자가 줄어든다는 것, 환자가 없다는 것이 어떤 무게감으로 다가오는지 잘 모른다. 이번 달에 직원들 월급은 제대로 챙겨줄 수 있을지 노심초사 고민 고민하는 세월은 그 과정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어떤 심정일지 감히 헤아리지도 못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직원을 한 명 내보내고 또 한 명 내보내고 그렇게 버티다 버티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병원 문을 닫을 때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주변의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동료들을 보면 2000년대 초중반부터 자기 전문과를 포기하고 미용성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