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료전달체계가 위기에 놓였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은 소아환자만 봐서는 먹고 살기 힘든 의료 현실에 간판을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소아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대학병원 소청과는 수년째 전공의 모집에 실패하면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최악의 전공의 지원율을 기록한 올해보다 내년을 더 걱정하고 있다.지난 2019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80%에서 2020년 74%로 떨어졌고 2021년 38%로 반토막 났다. 하락세가 이어지며 2022년 28%에서 올해 25.4%로 바닥을 찍었다. 내년에도 지원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수련
의사 인력 부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사가 충분하다는 나라보다는 부족하다는 나라가 많은 게 현실이다. 때문에 한정된 의료 자원이 만드는 격차는 기술로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줌 포 헬스케어(Zoom for Healthcare)’가 18일 개최한 ‘줌 아시아태평양 온라인 헬스케어 서밋(Zoom APAC Heathcare Summit)’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의료 분야 디지털화가 촉진됐으며 앞으로도 의료 격차를 좁히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리키 카푸르(Ricky Kapur) 줌 아태 총괄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 시대를 연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6년 만에 오히려 근무 환경 개선에 걸림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보다 더 오래 일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전공의법 내 근무시간 관련 조항이 적용된 건 법이 공포되고 2년 뒤인 지난 2017년 12월이다. 평균 84.9시간이던 전공의 주당 근무 시간은 지난 2022년 77.7시간으로 내려왔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수련 규칙 미준수율도 지난 2018년 39.8%에서 2021년 7.5%로 32.3%p 감소했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면서 생활체육 수요가 늘고 있다.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골린이’와 테니스를 처음 배우는 ‘테린이’, 취미발레를 배우려는 ‘취발러’ 등 코로나19 빗장을 풀고 스포츠 세계로 ‘입문’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 지표’에 따르면 국내 10세 이상 국민 중 주 1회 이상 규칙적으로 생활체육에 참여한 사람의 비중은 61.2%다. 전년 대비 0.4%p 증가한 수치다.하지만 스포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상으로 인한 손상 환자도 함께 늘고 있다. 스포츠 손상은 각종 스포츠 활동으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지원 대책까지 내놓았지만 분만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지원 대책만으로는 분만병원도.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도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폐과를 선언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폐과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산부인과 의사들은 원가보다 낮게 책정된 수가를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국민건강보험공단이 연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진행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2016년)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 원가 보전
미국 최대 홈헬스케어(재택의료) 기업인 바야다홈헬스케어(BAYADA Home Health Care)는 27세 젊은이의 '단돈' 1만6,000달러(약 2,100만원)에서 시작했다.그러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1만6,000달러로 업계 1위 기업을 일군 '성공 신화'만이 아니다. 창립자 마크 바야다(Mark Baiade) 회장이 "돌봐야 할 사람은 늘어나는데 돌볼 사람은 없고", "병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미국 사회를 목격하고 재택의료 필요성에 눈 뜬 건 48년 전인 1975년이다. 2023년 현재 한국 사회가 안
4월 8일은 '쿠싱병의 날(Cushing’s Disease Day)'이다. 이날은 1932년 세상에 쿠싱병을 처음으로 알린 미국 외과의사 하비 쿠싱 박사의 생일로 코르티솔 호르몬 과분비 상태를 초래해 인체 치명적인 이상을 유발하는 희귀질환인 쿠싱병을 알리고자 미국에서 최초로 제정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대한신경내분비연구회 주도로 지난 2014년부터 쿠싱병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같은 날을 쿠싱병의 날로 정하고 기념하고 있다.쿠싱병은 국내에서 기념일 제정이 필요할 만큼 인지도가 아주 낮다. 쿠싱병은 쿠싱증후군과도
류마티스관절염은 여성 환자가 더 많고 뇌졸중은 남성에서 더 흔하다. 남성은 여성보다 심근경색 위험이 크고 여성은 알코올에 더 취약하다.같은 질병도 남녀 간 발생률이나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그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남녀 성별은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변수라 오히려 임상 현장과 의학 연구에서 쉽게 간과됐다. 모든 기준은 "170cm, 65kg, 남성"이었고 "인류 50%는 항상 오류의 위험"을 부담해야만 했다.기존 의학 연구 대부분 남성 연구자가 남성을 대상으로 하면서 "누구도
효과와 안전성 못잖게 신약에서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접근성이다. 아무리 생존율을 높이고, 부작용을 개선했더라도, 정작 해당 환자가 쓰지 못하면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신약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어려운 방법이 바로 국민건강보험 급여 등재다. 급여 등재만 되면 환자의 약값 부담이 많게는 20분의 1까지 줄어들지만, 정부 입장에선 보험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깐깐’하게 심사를 한다. 그러다보니 허가 후 수년째 급여 등재에 묶여 관련 환자들의 애를 태우는 신약들이 있다. 2회에 걸쳐 이들
전공하려는 의사가 사라지고 있다는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한 '형제 의사'가 있다. 이재일·이재현 형제다. 형은 산부인과를, 동생은 소청과를 전공했다. 하지만 이들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형인 이재일 전문의는 분만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현실'을 체감했다. '남자 산부인과 전문의'를 기피하는 현상도 묵묵히 견뎌냈지만 '잘못한 게 없어도 법정에 설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견디기 힘들었다. 이재일 전문의는 "서글펐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 서울송도병원 암면역센터 과장으로 부인암을 진료하고 있다.동생인 이재현 전문의도 남들이
망막색소변성증(RP·Retinitis Pigmentosa)은 실명을 초래하는 대표적 유전성망막질환(IRD·Inherited Retinal Dystrophy)이다. 유전자의 문제로 빛 자극을 감지해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망막의 광수용체에 기능장애가 초래되면서 망막 기능이 떨어지다가 결과적으로 망막변성이 진행돼 실명에 이르게 된다.7년 전만 해도 RP에 있어서 국내 공인된 치료법은 없었다. 20년 전에는 이 분야에 대한 국내 연구도 아주 미미한 실정이었다. RP 환우가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같은 대형병원
사무장병원에서 시작한 의료기관은 ‘정상 운영’으로 돌아갔더라도 폐쇄하는 게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애초부터 개원하면 안 되는 병원이었다는 점에서 사무장병원과 '사무장병원이었던' 의료기관을 구별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대법원은 최근 의사 A씨가 지자체장을 상대로 제기한 의료기관 폐쇄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 상고를 기각했다.폐쇄 명령을 받은 B의원은 사무장병원에서 출발했다. 의사 A씨가 지난 2015년 4월 의사 C씨로부터 인수했는데 이 의원은 C씨가 비의료인 D씨와 함께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이었다. D씨가 경영을 담당하고
“정치가 한국 의료를 망치고 있다.”박인숙 전 의원은 의료가 사회 문제가 돼 버린 현 상황을 이같이 표현했다. 박 전 의원은 재선 의원이기 이전에 소아심장 분야 국내 1인자로 불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박 전 의원은 정치권이 한국 의료가 가진 문제를 본질적으로 개선하기보다는 의료를 ‘득표 전략’으로 이용하면서 더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대표적인 사례가 의과대학 신설 문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의대 신설 요구가 이어지고 시민사회단체와 정부도 가세했다. 지자체들은 아직 ‘실체가 없는’ 의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전라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디지털 헬스케어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도 꾸준히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을 강조하지만 관련 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1조3,539억 원으로 0.6%에 불과했다.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성공이 성공하려면 ‘비즈니스’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디지털 기기
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 RP)은 10년 전만해도 치료법이 전무한 유전성망막질환이었다. 처음에는 밤눈이 어두워지다가 점차 주변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중심 시력마저 나빠져 최대 교정시력이 0.1 이하인 실명 상태로 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국내 1만3,000여명의 RP 환우가 처한 현실은 암담했다.요즘은 달라졌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80개가 넘는 RP 유전자 변이가 밝혀지고 유전자검사가 활성화되면서 개인 별 유전자 변이 유형에 따라 병의 진행 경과를 예측할 수 있고 구체적인 관리방안도 조
지난 8년 사이 의료취약지 보건의료 시스템을 떠받쳐온 공중보건의사 4명 중 1명이 사라졌다. 공보의 수 자체가 감소하면서 민간병원에 배치되는 일명 '병공의' 규모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공보의 정원 감소는 인원이 가장 많은 의과 공보의 신규 유입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연도별 신규 공보의 편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5년 622명이던 신규 의과 공보의는 2022년 511명으로 17.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치과와 한의과 신규 공보의가 소폭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15년 전인 2008년(1,278명)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 받은 사람은 2017년 69만1,164명에서 2021년에 93만3,481명으로 3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불안장애 환자 수도 65만3,694명에서 86만 5,108명으로 32.3% 늘었다. 2021년 기준 우울·불안장애를 가장 많이 앓았던 사람들은 ‘20대 여자’였다.환자는 늘고 있는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지난 2020년 7월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리를 내려놓고 나와 온라인 멘탈케어 솔루
‘외상외과’가 대중에게 알려진 건 지난 2011년 1월 발생한 아덴만 여명 작전이 결정적이었다.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가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리면서 외상외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됐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외상외과는 여전히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기피과’다. 정부는 ‘의대생 대상 특수·전문분야 실습비 지원 사업’을 통해 외상 분야 등에 예비의사들이 관심을 갖도록 지원하고 있다. 청년의사 김민혜 학생인턴기자(가톨릭의대 본4)는 이 사업에 참여한 의대생과 교수들을 만나 외상외과의 현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