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USA 2023] 유한USA 윤태원 대표이사 인터뷰
“항암‧대사질환 분야 파이프라인 확보 위해 미팅 중”
“조직 인력 충원…안정화 단계 지나 본격 성과 낼 것”

[보스턴=김찬혁 기자] 전 세계 바이오 산업의 성지인 미국 보스턴에 이름을 아로새긴 국내 제약사가 있다. 바로 유한양행과 유한양행의 미국법인 ‘유한USA'다. 특히, 유한USA는 보스턴 중에서도 혁신과 오픈이노베이션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캠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에 입주해 글로벌 바이오텍과 실시간으로 교류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의 해외 시장 공략과 신약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점에 유한양행과 유한USA가 미국 현지에서 어떤 물밑 작업을 하고 있는지 국내 제약업계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이달 5일(현지시간)부터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3(이하 바이오USA 2023)’ 행사장에서 미팅에 한창인 유한USA 윤태원 대표를 만나 유한양행과 유한USA가 그리는 청사진에 대해 들었다.

7일(현지시간)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3 행사장에서 만난 유한USA 윤태원 대표이사.

- 유한USA가 이번 바이오USA에 참가한 목적과 배경이 궁금하다.

참가 목적을 설명하기에 앞서 현재 유한양행이 차세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될 후보물질을 라이선스 인(L/I)하고 연구 개발하는 데 진심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싶다. 최근 김열홍 R&D 본부장(사장, 전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이영미 R&D 본부장(부사장, 전 한미약품 글로벌 R&D 혁신 총괄)을 차례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성공 스토리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렉라자 이후를 뒷받침할 만한 파이프라인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한USA는 미국 현지에서 제2, 제3의 렉라자가 될 만한 비임상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물론 길리어드, 베링거인겔하임 등과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기술이전을 진행했고,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에서도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을 하고 있지만 비임상 단계부터 파이프라인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신약 개발이 워낙 확률 게임인 탓에 가능한 한 많은 후보물질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목표 하에 유한양행과 유한USA는 이번 바이오USA에서 비임상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 병원, 연구소와 끊임없이 만남을 가졌다. 미리 잡은 미팅 외에도 현장에서 예기치 않은 미팅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번 바이오USA에 참석한 본사와 유한USA의 인원을 모두 합치면 16명에 달한다. 4~5개 팀이 참가한 만큼 몇 번의 미팅을 진행했는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라이선스 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구체적으로는 항암, 그리고 대사질환 분야 파이프라인을 주의 깊게 봤다.

- 전략적 투자(SI)나 M&A(인수합병) 같이 신약 파이프라인을 내재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유한양행이 미국에서 비임상 단계 라이선스 인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과거 CVC(기업형 벤처캐피털)도 고려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다시 라이선스 인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지금은 투자를 위한 투자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라이선스 인은 자금력으로 시간과 노력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사에서 노력과 시간을 들인 물질을 빨리 임상 단계로 올리는 게 우리 목표다. 바이오USA에서 많은 (타 제약사) 인원들이 동분서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 유한USA는 국내 제약사의 해외법인이 미국 보스턴에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사례다. 앞서 말한 라이선스 인을 추진하는 데 있어 어떤 점이 좋았나. CIC에 입주해 얻을 수 있었던 효과도 궁금하다.

아직까지 CIC 내부에서 만나 계약(딜)을 체결한 경우는 없지만 보스턴은 우연찮은 곳에서 계약이 이뤄지기도 한다. CIC 내부에서 일본, 프랑스 등 영사관을 통해 자국의 기업을 소개받기도 한다. 그밖에도 커피 브레이크 룸에서 자연스럽게 타 기업 대표를 만나고 행사에 초대받아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얻을 수 없는 혜택이다.

- 얻는 게 많은 만큼 타지에서 활동하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라이선스 인 협상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한국에서 유한양행은 너무나 잘 알려진 제약사다. 쉽게 말하면 계약 관계에서의 ‘갑’이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을’이다. 이른바 마이너 플레이어고, 언더독(경쟁에서 열세인 상태)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한양행을 모르는 상대도 많고 만나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길리어드, 베링거인겔하임 등과 기술이전을 체결하면서 유한양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지금은 확실히 관심을 갖고 먼저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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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유한양행이 유한USA를 설립한 지 6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유한USA의 소식은 아직 낯설다. 지금까지의 변천사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 달라.

처음에는 보스턴과 마찬가지로 바이오클러스터가 있는 샌디에이고에 본사가 있었다. 지금은 샌디에이고 사무소를 모두 보스턴으로 옮겨왔다. 보스턴이 바이오의 메카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편이 유리하다고 봤다. 인력도 보스턴을 중심으로 재배치했다.

현재 인원은 본인을 포함해 총 6명이다. 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력을 추가로 확충하고 있다. 유한USA에는 본사 중앙연구소에서 파견 나온 기술검토 담당 인력도 있다. 현재 수석급 인력을 일 년 단위로 파견 받고 있다. 이달 말이면 첫 번째 파견 인력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두 번째 인력이 들어온다.

여기에 더해 본사로부터 임상RA 인원도 충원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지금보다 더 확대된 인원으로 사무실을 꾸릴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CIC 내부에서 유한USA의 이름을 걸고 별도의 큰 공간을 마련하거나 CIC를 나와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할 수도 있다. CIC에서 나온다 하더라도 미팅에 필요한 네트워크는 이미 내재화한 상태다.

처음 유한USA 보스턴 사무소가 개소했을 때는 본인 혼자였다. 그동안은 유한USA가 기반을 다지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결과를 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아까도 말했듯이 라이선스 인을 통해 항암 분야 파이프라인을 채우는 게 유한USA의 올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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